[단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쉘터(SHELTER) :: 아름다움에 깃든 슬픔의 발견

<쉘터(SHELTER)>는 단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의 형태를 지닌 작품으로 매일 변함없이 곰인형 쿠마와 함께 방 안에서 혼자만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17세 소녀, 린의 독백과 함께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상 전체를 만나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나 관람 후에도 계속해서 곱씹게 만드는 이야기가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애니메이션이었다. 

린이 태블릿에 그림을 그리는 순간, 그 세계가 현실이 됨으로써 놀라움을 선사하지만 다른 사람의 존재를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반복되는 생활은 그녀를 고독의 심연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 속에 떠오른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린의 현재를 자각하게 도우며 피난처로 명명된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도왔는데, 이로 인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와 머리가 잠시 멍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함께, 6분 남짓한 시간 동안 펼쳐지는 단편 애니메이션 속에서 대사보다는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서 이로 인한 여운 또한 오래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멸망에 다다른 시대에 홀로 살아남은 자의 쓸쓸한 인생이 가상현실에 더해짐에 따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깊은 절망이 한동안 온 몸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았다. 

똑같은 일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다 7년이 지나고 나서야 태블릿에 전송된 한 통의 메시지를 통해 린이 마주하게 된 감정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허무함으로 가득차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림과 음악의 조화로움이 행복한 결말을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줘 이를 통한 메시지가 마음 깊이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니, 포스터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부 담아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이 점도 시선을 집중시켰다. 압축된 이야기가 건네는 경고를 결코 무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묵직함을 경험하게 해준 작품 <쉘터(SHELTER)>의 만남은 꽤나 의미있었다. 

많은 말 대신, 영상과 음악의 아름다운 조화 속에 참혹한 생의 단면이 부각돼 그저 재미로만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세계의 끝이 다다르는 찰나에 인간을 위한 진정한 피난처는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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