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이 플라워 :: 고단한 청춘을 지탱하게 만들어 준 음악의 힘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는 고단한 청춘을 지탱하게 만들어 준 음악의 힘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공연이었다. 내년 2월에 폐교가 결정된 설화고 3학년 학생 지석, 준혁, 성호가 수능을 앞둔 마지막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오디션에 나가기로 마음 먹고 여태껏 해온 음악과의 시간을 증명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가운데서 의문의 악보 조각을 발견함에 따라 40년 전 과거 여름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며 흥미로움을 전했다. 

 

 

기타를 연주하며 우정을 쌓아 온 지석, 준혁, 성호 3인방의 현재와 피아노 치는 유석, 하모니카 부는 정민이 선사하는 과거가 교차됨으로써 만나볼 수 있었던 스토리 전개는 청춘 뮤직 드라마를 연상시키며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현재즈와 과거즈의 유일한 접점이 설화고였을 뿐, 이외에 다른 연결고리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음을 밝힌다.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 넘버리스트

 

서사는 취향이 아니었지만, 배우들의 라이브 연주를 중심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넘버의 매력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잊고 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어 아련함을 일깨워 주고도 남았다. 참고로,뮤지컬 <드라이 플라워>의 넘버 리스트는 위와 같았다.

 

제일 귓가에 남은 노래는 정민과 유석이 부른 '빗속에서'였는데, 무대 뒷편을 수놓는 영상미와의 조화로움이 대단했다. 그로 인하여 비 내리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두 친구의 열창이 심금을 울렸음을 인정한다. 

 

 

지석, 준혁, 성호, 정민, 유석이 함께 한 '빛'과 '날씨맑음, 가끔 비', '드라이플라워' 역시도 강렬한 여운을 선사하기에 이르렀다. 각기 다른 문제로 고민하면서 힘겨워 하는 와중에도 음악을 곁에 두었으므로, 메마른 청춘에 일말의 위안이 되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본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의 캐스트는 이랬다. 박지석 역 이동수, 오준혁 역 박주혁, 정성호 역 이종석, 임정민 역 변희상, 이유석 역 한상훈이 선보이는 연기와 노래의 어우러짐이 만족스러움을 극대화시켰다. 이에 앞서 멋진 음악을 탄생시킨 박정아 작곡가 또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 여태껏 들어왔던 넘버들에 비하여 한층 말랑말랑해진 사운드의 향연이 작품에 깃든 청춘의 메시지와 잘 어울려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재즈는 티격태격 귀여운 투닥거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오디션에 나가기 위한 곡을 정할 때 지석이 닫힌 성장판 열리는 비결로 꼬시자 바쁜 와중에도 휴대폰으로 꼭 보내라는 말을 잊지 않고 퇴장하던 성호와 준혁의 모습이 웃겼다. 이에 앞서 성장판이 닫혔다며 슬퍼하던 성호와 여기에 공감하는 준혁, 키는 작은데 걸음은 빠르다던 지석의 말이 모두 웃음 포인트 그 자체였다. 

 

반면에 성장판이 안 닫힌 거 같다면서 더 크면 2미터 되겠다는 정민의 대사가 현재즈와 과거즈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을 해서 탄성을 내뱉게 될 때가 없지 않았다. 대본의 부족한 개연성을 배우들의 센스가 채워주는 느낌이 들어 감탄이 절로 나왔던 것이다. 

 

한편, 유석은 벌레를 무서워했는데 정민이 시골에서 전학왔다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냅다 잡으라며 의자 위로 올라간 모양새가 폭소를 만발했다. 여기에 더해 빨리 잡으라고 유석이 정민의 몸을 힘차게 흔드니까 나를 잡는 거냐고 팔랑거리던 정민의 발언도 웃음을 빵 터지게 해서 재밌었다. 

 

참고로 이날은 두 번째 관람을 하게 된 거였다. 프리뷰에 한 번 보고, 본공연을 만나러 감에 따라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 배우들의 활약이 심금을 울렸다. 그리고 유석의 대사가 좀 더 추가돼서 머리 속에 물음표를 띄웠던 부분이 조금 정리가 된 건 맞으나 명확하게 답을 제시한 건 또 아니라서 그냥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만의 해석을 정답으로 여기려 한다. 

 

 

전석매진으로 진행된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었고, 스페셜 커튼콜로 출연진 모두가 무대에 오르며 '날씨 맑음, 가끔 비'를 들려줘서 좋았다. 스콜 촬영이 가능했던지라 제일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남겨본다.

 

말라버린 꽃에도 향기가 남아있듯이 힘들었지만, 이들에게 마냥 아린 기억이 전부는 아니었을 거라고 본다. 내용은 별 거 없지만 배우들과 음악의 뚜렷한 개성이 건조함 속에 깃든 섬세한 감성을 불러 일으켜서 잘 보고 나왔다.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초연된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의 막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끄적인 공연 리뷰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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