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비더슈탄트 :: 우정을 위하여 펜싱칼을 겨눈 이들의 이야기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17세 펜싱부 소년들이 선보이는 우정과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 한 작품이었다. 특히, 공연 타이틀로 쓰여진 '비더슈탄트'라는 단어가 독일어로 '저항'을 의미한다고 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펜싱을 함께 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던 매그너스와 아벨이 본인들이 입학한 아이드 스포츠 학교의 비밀을 맞닥뜨리며 친구들과 본격적인 저항운동을 펼쳐나가려던 도중, 각기 다른 상황에 직면하여 갈등을 빚다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확인하게 해줘 안타까웠다. 과거에는 펜싱으로 이름을 날렸고 현재는 학교의 최고 책임자인 클레어 단장의 음모로 인하여 피로 물든 결말이 눈 앞에 펼쳐져 슬펐다. 

 

총 6명의 배우가 출연하여 펜싱을 선보이는 모습이 인상깊게 남았던 관계로, 공연은 펜싱 뮤지컬다운 면모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이에 걸맞는 역동적인 넘버를 포함하여 충돌과 혼란을 뛰어넘어 저항을 결심한 소년들의 성장서사가 도드라지는 음악의 스펙타클함이 귀를 기울이게 만들 때가 없지 않았다.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했다. 학생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뒤흔들던 라인하르트 클레어 역 김보현, 너무 뜨거운 나머지 활활 타오르며 종횡무진하다 지난 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죽음을 불사한 펜싱을 해나가던 매그너스 볼커 역 송유택, 지키고픈 것을 위하여 희생을 마다하지 않던 아벨 루터 역 김바다, 살기 위해 진심을 감추었던 프레드릭 칼 역 김이담, 외강내유 캐릭터로 매력적인 면모를 선보였던 하겐 악스만 역 박선영, 춤 잘추는 재간둥이로 분위기 환기에 힘을 실어준 재스퍼 뮬러 역 정선기의 호흡이 멋졌다.

 

 

우정을 위하여 펜싱칼을 겨눈 이들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던 뮤지컬 <비더슈탄트>였다. 1938년 독일을 배경으로 참혹한 역사적 사실을 차용한 점은 호불호를 갈리게 만드는 요소와 다름 없었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스포츠인 펜싱을 소재로 내세운 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힘차게 발을 구르며 그들만의 비밀 암호를 통하여 결연함을 내보이던 소년들이 일깨워 준 한 편의 얘기가 잘못된 선택으로 나아간 어른들의 강요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 속 신념을 확고하게 다지는 계기로 자리매김하며 뜻깊은 마무리를 선사해서 그게 참 다행스러웠다. 노래 가사가 은근히 입에 맴도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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