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칠 :: 소방관의 사명감과 이에 따른 애환을 담은 2인극 (김찬종, 이종석)

뮤지컬 <사칠>은 목숨을 건 소방관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이에 따른 애환을 그려낸 2인극 공연이었다. 올해 초연되는 거라 궁금증을 안고 관람했는데 소재의 참신함이 장점으로 다가왔던 반면, 유독 주인공들의 고통에만 집중한 느낌이 없지 않아 이 부분은 단점으로 기억되고도 남았다.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안정원과 강이준은 의무소방 시절 선임과 후임으로 만난 것을 시작으로 화재를 포함한 사건현장에 투입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비극이 둘 사이를 파고들게 됨으로써 뜻밖의 시간을 접하게 해줘 보는 동안 안타까움이 밀려올 때가 있었다. 

 

덧붙여 소방관의 업무에 동반되는 직업적 트라우마에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서 관람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졌다. 트리거 요소가 많은 데다가 꽤 긴 암전이 공연 중에 이루어져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다. 

 

시작은 유쾌발랄했으나 끝은 처절하기 그지 없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던 공연이 바로 뮤지컬 <사칠>이었다. 무대 위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스토리 자체가 안정원의 기억을 토대로 재구성된 거라고 봐도 무방했으므로, 강이준을 향한 그리움과 자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 지켜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뿐만 아니라 사건현장에서 맞닥뜨린 상황으로 인하여 트라우마를 갖게 된 강이준의 속사정도 안쓰러움을 더했다. 

 

공연 초반은 코미디에 가까웠는데, 중반에 다다라 진지한 장르물로 변화함으로써 이러한 흐름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다만,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유독 배우들의 역량에 기댄 느낌이 없지 않았던 관계로 산만함이 전해져 오는 순간이 존재해서 극과 극을 달리는 구조가 때때로 고개를 갸우뚱리게 하는 순간이 있었음을 밝힌다. 막판에는 눈물파티였던지라 배우들의 열연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날은 안정원 역 김찬종과 강이준 역 이종석의 페어막이 진행된 만큼, 두 배우의 남다른 티키타카와 돈독한 케미가 눈에 띄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찬종정원의 '말년상방'은 뮤지컬 <사칠>의 백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감칠맛 나는 연기와 넘버 소화력을 확인하게 해줘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깔깔이에 담요까지 뒤집어 쓰고 노래를 부르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편, 후임으로 모습을 드러낸 종석이준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는데 선임인 정원의 말을 잘 따르면서도 설명을 해줄 때 뒤통수를 노려보던 찰나가 폭소를 만발하게 도왔다. 뿐만 아니라 정원이 군가를 불러 보라고 시키자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열창을 해나감으로써 본인도 놀란 표정을 지어서 재밌었다.  

 

엘리베이터에 둘이 갇혔을 때 폐소 공포증을 보유한 이준을 달래주려 2PM의 '하트비트'를 부르던 정원은 익살맞음 속에서 다정함이 돋보였다. 그리고 이준의 부모님과 형이 건물주임을 밝혔을 땐 놀라움이 컸다. 이 부분은 매번 달라진다고 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와중에 형을 형놈이라고 칭한 것이 투닥거리는 형제 사이를 일깨워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아침메뉴가 뭐냐는 질문에 닭가슴살 샐러드라는 대답을 내놓자 먹고 싶은 거 말한 거 아니냐는 찬종정원의 한 마디에 허를 찔린 듯이 입가를 실룩거리던 종석이준의 모습이 귀여웠다. 종석이준은 뮤지컬 <사칠>로 처음 본 배우였는데,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님과 동시에 코믹스러움과 진중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가 만족스러움을 전해주었다. 찬종정원의 미성과 종석이준의 중저음 보이스가 조화를 이뤄서 노래 듣는 즐거움도 기대 이상이었음은 물론이다. 

 

타임라인은 단번에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으나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가듯이 곱씹어 보다 보니까 그제서야 납득이 갔다. 좀 더 친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긴 하다만......덧붙여 공연에서 마주했던 사건사고가 우리의 현실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리얼리티가 강조됨으로써 소방관들의 활약에 고마움과 경의를 표하게 됐다. 

 

내일이면 창작 초연극으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사칠>이 막을 내리는데, 늦지 않게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드림아트센터 2관 G열 좌석은 단차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배우들이 바닥에 눕거나 엎드리면 시야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는데, 배우들의 디테일한 표정을 보기에 괜찮았던지라 나쁘지 않았다. 

 

보고 나왔더니 넘버가 묘하게 귓가를 울리며 입에 맴돌았고, 전체적인 무대 활용 또한 인상깊게 남았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이 잘한 게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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