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염 소나타 :: 음악의 완성을 위해 파멸로 치닫던 예술가의 삶

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음악을 향한 예술가의 집착이 불러 일으킨 파멸을 마주하는 것이 가능했던 작품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동인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 '광염 소나타'를 모티브로 제작된 이야기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음악을 향한 갈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사람의 엇갈린 욕망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참고로, 줄거리는 이렇다. 어린 나이에 글로리아 아르티스 상을 수상함으로써 천재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그 이후로 단 한곡도 완성하지 못해 불안감에 시달리던 J는 오랜 친구이자 음악적으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S의 곁을 떠난 뒤, 클래식계의 저명한 교수로 알려진 K를 찾아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냉혹한 평가로 말미암아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던 중, 교통사고와 함께 눈 앞에 찾아 온 죽음을 통해 놀라운 1악장을 탄생시킨다. 그로 인하여 J의 음악적 영감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K가 살인을 부추기며 모두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세계로 안내했다.  

 

오직 음악의 완성을 위해 파멸로 치닫던 예술가의 삶을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창작자의 애환을 자극적으로 다루는 와중에도 살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이유로 배우들의 열연과 넘버의 매력이 스토리 안에서 더욱 빛났다.  

 

J역 양지원, S역 김경수, K역 이시안과 더불어 피아노 김정우, 바이올린 배지윤, 첼로 강중구가 선보인 라이브 연주의 조화로움이 눈과 귀를 사로잡고도 남았다. 이와 함께 두려움에 떨다 점점 미쳐가던 양제이, 낮게 깔리는 차분한 목소리에 애써 감정을 숨기려 애쓰던 작에스, 소나타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던 시안케이의 활약이 대단했다. 핏빛 조명이 무대를 감쌀 때 양제이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 상처로 가득 채워지던 장면도 인상깊었고, 슬픔에 사무친 작에스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은 심금을 울렸으며, 제이에게로 향하던 시안케이의 압박은 공포감을 자아낼 때가 많았다.

 

 

반면, 커튼콜에서 작에스의 손을 잡고 문 밖으로 나가던 양제이가 무대로 다시 돌아와 바닥에 놓인 칼을 손에 쥐고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미소짓던 장면은 뜻밖의 돌발상황과 다름없어 잊지 못할 것이다. 본공연에서 이루어졌어야 할 '더 머더' 속 디테일을 실행하지 못하여 이때 보여준 것이라고 하는데, 덕분에 웃으며 공연장을 나올 수 있어 재밌었다. 

 

드림아트센터 1관 2층 좌석에서 뮤지컬 <광염 소나타>을 관람했는데, 여전히 냉방이 잘 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겉옷을 입고 봐서 추위를 거의 느끼지 못하긴 했으나 대신에 손이 좀 시렸기에 다음에는 이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음악적 뮤즈이자 깊은 우정을 나눈 관계 그 이상과 다름 없어 보였던 제이와 에스의 엇갈린 행보가 안타까운 결말을 전해줘서 슬펐지만, 스토리 전개에 걸맞는 엔딩을 보여준 것 같아 납득이 갔다. 그러니 케이도 죄값을 꼭 치르기를 바라는 바다.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에 스릴러 장르가 가미됨에 따라 흥미진진함이 돋보였던 뮤지컬 <광염 소나타>를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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