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관람 (윤재호 루카, 이진우 발렌티노)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은 제목 자체가 장벽인지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공연 중 하나로 유명한데, 막상 관람을 하고 나면 놀라운 중독성을 경험하는 일이 다반사라 이 점이 참 재밌다. 참고로, 타천 같은 경우에는 올해 처음 만나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오래간만에 보게 돼서 신선한 자극을 전해주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천사와 타락천사, 화가와 화가의 조수가 선사하는 4인 4색 에피소드는 예술이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천사와 인간의 삶과 사랑을 일깨우며 감동을 전했다. 독특한 상상력이 깃든 스토리에 귀를 파고드는 음악의 매력이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예술가들을 관리하며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천사 루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기도를 듣고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자 지상으로 내려왔지만, 실수로 자코모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그리하여 루카와 자코모, 발렌티노와 다빈치가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하여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특히, 루카의 방해꾼을 자처하는 발렌티노가 다빈치 앞에 보다 빠르게 등장하여 그림을 그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이 쉬워서 보는 내내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가 됐다. 

 

(이제부터 끄적거리는 내용에 스포 있음)

 

[CAST]

루카 : 윤재호

발렌티노 : 이진우

 

올해 사연으로 올라온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은 스토리와 넘버에 힘을 실어주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여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다 보니 소소하게 회전을 도는 중인데, 이날 본 재호루카와 진우발렌티노는 경력직다운 포스를 뿜어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흘러 넘치는 여유로움을 선보이던 재호루카의 자신만만함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자코모가 다빈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진 말이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도 제외한다면. 객석을 골고루 봐주며 눈을 맞추던 다정함도 잊지 못할 거다. 반면 재호빈치는 다소 엄한 성격이 도드라졌는데, 그 속에서 술에 취한 연기가 일품이라 이 점이 눈에 쏙 들어왔다. 여기에 더해 눈이 보이지 않는 자코모를 품에 거의 안다시피해서 조심스레 계단을 함께 내려올 때 보여지던 따뜻함이 좋았고, 발렌티노를 그려보겠다면서 "웃어보자."라고 말하던 찰나가 기억에 남았다. 

 

진우발렌티노는 '프레스코'에서 양팔을 벌린 채로 자전거를 타며 환하게 웃던 한때가 눈부셨으며, 절규를 담아 부르던 '신의 눈물'이 애절함을 맞닥뜨리게 도와서 안타까웠다. 이와 함께 자코모와 발렌티노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끔 호연을 펼쳐서 눈이 번쩍 뜨일 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무서워하는 재호루카를 대신해 벌레를 잡아서 멀리 날려보내주던 진우자코모의 발랄함도 예뻤다. 

 

 

공연 안에선 루카, 발렌티노, 다빈치, 자코모의 사연을 골고루 확인하는 일이 가능했는데 이로 인하여 비슷한 장면과 넘버가 반복되는 부분이 상당해서 은근히 지루함이 밀려올 때가 없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조금 담담하게 무대를 바라보던 것도 잠시, 진우자코모가 '내가 그랬잖아'를 부를 때 급작스레 울컥함이 전해져 와서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다. 발렌티노의 사랑을 깨닫고 행복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겠단 얘기에 눈시울이 절로 붉어졌던 것이다.

 

천사가 주인공이지만 인간을 향한 온기로 가득함에 따라 마음을 다독이는 메시지가 곳곳에 녹아든 공연이었으므로, 이것이야말로 타천이라는 극이 지닌 공연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엔딩에 다다르는 작품이었거든. 

 

그리고 이날은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의 커튼콜 데이가 진행돼서 재호루카와 진우발렌티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세떠천맆은 촬영이 불가능했던 관계로, 커튼콜 때 무대인사만 짧게 찍을 수 있어서 굳이 이벤트로 지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몇 장은 남기게 됐으니 나쁘지 않았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두 배우가 맞춰 온 합이 대단해서 공연 내내 즐거웠음을 언급하고 넘어간다. 루카와 자코모의 엉덩이 드립도 웃겼다. 

 

엔딩 포즈는 이렇게! 루카와 발렌티노는 공연 막바지가 다 되어서야 조우하며 대화를 잠깐 나누고 세떠천맆을 같이 열창하는데, 이렇듯 마무리를 담당하며 포스 넘치는 분위기를 접하게 해줘서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막공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재호루카와 진우발렌티노의 공연을 자첫자막으로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매진되기 전에 예매한 것이 신의 한수와 다름 없었다. 

 

매표소에서 타천 티켓 찾을 때 재관람 할인 적용된 표에 감자스프 도장을 찍어준 것도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다빈치가 자코모를 위하여 끓인 감자스프는 건더기도 실하기 그지 없었다. 

 

미리 예매해 둔 덕택에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커튼콜 데이에 하루 당첨된 점도 운이 좋았다고 본다. 이제는 슬슬 타천과의 마지막을 준비해야겠다. 이 공연 덕택에 멋진 배우들을 많이 보게 돼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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