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결투 프리뷰 후기 :: 무협이란, 바로 이런 것! (김민범, 이준우, 홍성원, 이진혁)

뮤지컬 <결투>는 무협을 소재로 탄생됨으로 말미암아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스펙타클한 액션 판타지를 선보이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작품은 2023년 엠제이스타피시 신작으로써 김운기 연출, 이희준 작가, 박현숙 작곡가 특유의 개성이 도드라져 눈여겨 볼만 했음은 물론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황제가 살해당함과 동시에 황궁마저 숙부 대마두의 손에 넘어간 뒤, 황자 천천은 호위대장 맹도에게 구출되어 무림에 몸을 숨기고 훗날을 도모한다. 맹도는 일심문 은둔고수 취선에게 천천을 맡긴 채 3년 뒤를 기약하며 길을 떠난 상태였다. 한편 비룡은 사형들의 복수를 위하여 취선을 찾아온다. 이로써 천천과 비룡은 사형과 사제가 되어 무공을 배워나가다 취선의 가르침을 필두로 각기 다른 목표를 이루고자 강호로 출도하기에 이른다. 

 

[CAST]

천천 : 김민범

비룡 : 이준우

취선 외 : 홍성원

맹도 외 : 이진혁

 

예상했던 대로, 공연의 시놉시스에는 뮤지컬 <결투>의 내용이 반도 채 담기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돼 웃음이 절로 났다. 이게 바로 불가극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천천과 비룡, 취선과 맹도, 풍검과 운검, 소년영웅대회, 대마두와의 대립 등이 무대 위에서 펼쳐질 때마다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중에서도 특히 검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의 매력이 상당했다. 무협 뮤지컬답게 액션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서 감탄이 절로 나올 때가 많았던 것이다. 서사적인 부분만 놓고 따져보자면 조금 부산스럽다거나 늘어지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상황이 곳곳에 존재했는데, 액션씬만 나오면 몰입이 극대화돼서 흥미진진했다. 넘버 자체는 단번에 확 꽂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자꾸 보다 보면 금방 귀에 익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민범천천은 단단한 황자의 카리스마가 돋보였는데, 맹도에게 혈자리를 찔릴 때마다 볼 부풀리기를 시전해서 이때 만큼은 폭소를 자아내고도 남았다. 맹도대장을 보셨냐고 묻는 넘버에서 객석을 향하여 고개를 숙이며 깍듯하게 고맙다고 인사하던 예의바른 천천도 귀여웠다. 준우비룡은 스스로를 주둥이만 남았다고 얘기하는 취선을 말로 구슬려 제자가 되는 모습이 탄성을 내뱉게 도왔다. 뿐만 아니라 수련하는 과정에서 취선이 천천을 봐주고 있으면 비룡은 딴짓을 하기 일쑤였는데, 막상 천천이 그걸 보고 일러바치면 순식간에 완벽한 자세를 보여줘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성원취선은 천천과 비룡의 스승으로 자상함과 단호함을 확인시켜준 반면, 진혁맹도와의 깊은 우애는 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게다가 성원대마두는 말해 무엇할까 싶다. 진혁맹도가 강호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진혁점소이의 활약도 대단했다. 성원운검과 진혁풍검의 에피소드 또한 절절함을 선사했던 게 사실이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등장인물이 쉴 새 없이 나타났는데, 배우들의 열연 덕택에 저마다의 개성이 도드라져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끄적이다가는 끝이 안 날 것 같아서 이쯤에서 줄이기로 한다. 직접 보는 게 더 재밌으니까 평소에 무협 장르를 좋아했다면 한 번쯤 관람을 해보길 권한다. 그 와중에 소년영웅대회 배너 들고 나와서 모델 포즈 취하며 윙크하던 성원역삼의 깜찍한 소년미는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가면 섭섭하겠다. 

 

컨셉에 걸맞는 작품의 존재감이 끝내주는 뮤지컬이 바로 <결투>였다. 프리뷰 기간이라서 50% 할인으로 3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내고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장점과 다름 없었다. 그러나 드림아트센터 2관의 티켓값도 예전보다 인상되었기에 무작정 재관람을 선택하진 못할 듯 하다. 좌석 사이의 간격이 좁아서 안쪽 자리를 예매한 관객들을 위하여 접힌 객석 의자에 어정쩡하게 앉아서 남은 자리가 채워지길 기다리던 경험을 하게 되니 현타가 제대로 오고야 만 것이다. 티켓 가격은 올랐는데 공연장의 현실은 열악함 그대로라서 한숨이 나왔다.  

 

이날은 뮤지컬 <결투>의 스페셜 커튼콜로 '약속' 넘버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일심문 제자로 같이 수련을 해왔던 취선과 맹도가 황자를 사이에 두고 천천을 못 맡겠다, 천천을 맡아달라 티격태격하는 동안 둘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맞닥뜨릴 수 있어 뜻깊었다. 

 

그 속에서 도나라 최고의 앞태와 뒷태를 자랑하는 맹도를 칭찬하던 취선의 유머도 놓치지 않았다. 도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대마두 처단을 약속하는 맹도와 이로 인해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던 취선의 얘기 속 감미로우면서도 격정적인 멜로디 역시도 기억에 남았다. 

 

취선과 맹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천천의 모습도 강렬함을 안겨주었다. 사형과 사제가 애절함을 표출하는 내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던 천천의 혼란스러움이 이해가 갔다. 

 

스페셜 커튼콜로 끝으로 무협 뮤지컬의 신세계를 일깨워 준 <결투>와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자첫자막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라 몇 번 더 볼 것 같으니,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날의 스콜 넘버 제목처럼. 

 

각기 다른 캐릭터로 분한 배우들이 만나보게 해준 활약이 마음에 와닿았다. 멀티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들로 인해 4인극 이상의 묘미가 전해져 왔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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