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따뜻한 음식열전

범유진 장편소설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는 음식을 매개체로 진행되는 스토리의 여운이 인상깊은 책이었다. 특히 편의점 음식을 소재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의 향연이 군침을 꿀꺽 삼키게 도우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따뜻함을 선사하는 이야기의 흐름마저 눈여겨 볼만 했다.

 

 

중학생 이루다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엄마로 인하여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루다는 아빠와 크게 다툰 이후로 가출을 감행하여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며 인적이 드문 시장 골목 어귀에 자리잡은 아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데, 주인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예상치 못한 시간에 빠져들게 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다채롭게 활용해 맛좋은 요리를 만들어 주었던 이서우를 찾아주면 1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참을 고민하던 루다는 상금 50만원을 내걸고 편의점 레시피 대회를 개최한다. 응모자 중에서 이서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총 3명이었는데, 그로 인하여 루다는 각기 다른 이서우가 만든 편의점 음식과 사연을 토대로 할아버지가 찾는 주인공을 발견하기 위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모든 일은 루다가 편의점에서 할아버지를 위한 토마토 된장국을 끓이면서 비롯되었다. 인스턴트 된장국을 이용해 즉석에서 탄생시킨 요리를 맛본 할아버지가 이서우와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며 벌어지게 된 에피소드는 촘촘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서사로 완성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 레시피 대회를 중심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특별한 메뉴들도 눈여겨 볼만 했다. 구운 주먹밥과 게맛살 미역국, 부대찌개, 쌀국수 컵 달걀찜 등은 이름에 걸맞는 개성 넘치는 요리로 신선함을 전해줘서 그 맛이 궁금해졌다. 

 

먹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비를 벌 요량으로 루다가 진행한 편의점 레시피 대회 속 이서우 찾기는 뜻밖의 반전이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청소년 쉼터에서 같이 지냈던 아이들과의 시간을 포함하여 학교 선생님과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단짝이었으나 멀어졌던 울이와의 관계 회복에도 큰 힘을 실어줬으니 금상첨화라고 봐도 무방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빠의 속내까지 알게 됨으로 말미암아 루다가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까지 획득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고 본다. 덧붙여 루다와 아빠가 다툰 이유가 슈크림빵이었던 것까지 음식 소설의 결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기에 이 점도 감명깊었다.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따뜻한 음식열전의 매력이 상당했다. 

 

범유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은 <맛깔스럽게, 도시락부>에 이어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가 두 번째 작품이었는데 역시나 재밌게 잘 읽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음식이 선사하는 온기가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줘서 이에 따른 감동이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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