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 프로 덕질러들의 취향존중 셰어하우스 입성 에세이

후지타니 지아키의 에세이 <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는 30대 프로 덕질러들의 슬기로운 동거 생활을 표방하는 취향존중 셰어하우스 입성기로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특히,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덕질 중인 덕후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함을 경험하는 일이 가능했다. 

 

 

독립을 원하지만 혼자 살기엔 집값을 포함하여 자금적인 문제가 여유롭지 않을 뿐더러 외로움마저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싶을 땐 비슷한 취미생활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최근에는 결혼이나 혈연이 아닌 마음 잘 맞는 친구들과 새로운 가족을 꾸려 관계를 맺고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임을 확인하게 돼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를 의미하는 조립식 가족이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등장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변화라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참고로 이 책에는 각기 다른 덕질에 몰입중인 네 여자가 한집에 살기로 결정하기까지의 순탄치 않았던 시간을 포함하여 집 구하기와 입주를 통해 셰어하우스에 입성하면서 펼쳐진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래도 사람이 넷이다 보니까 방 4개짜리 집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였는데, 결국에는 모든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간을 만나는데 성공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러웠다. 

 

그리하여 <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를 통해 똘똘 뭉친 셰어하우스 멤버 4명은 위와 같았다. 네 사람의 직업과 덕질 분야를 포함하여 지뢰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어 이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을 집필한 후지타니 지아키의 경우에는 프리랜서 작가로 덕질과 실익을 겸한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요 에세이 역시도 그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탄생된 것이라고 해서 납득이 갔음은 물론이다. 

 

 

덕후들끼리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덕밍아웃을 할 필요 없다는 거다. 자신들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 앞에서 언제든지 덕후의 기질을 드러내며 최애에 대한 얘기와 더불어 불호까지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봐도 무방했다. 서로의 덕질을 응원하며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다같이 모여 축하하는 일은 기본이었다. 

 

이 와중에 덕후의 기념사진에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명언을 확인할 수 있어 웃음이 나왔다. 그치만 예외 또한 존재하는 법이므로, 드물게 다같이 사진촬영에 임했던 에피소드 역시 포착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 이 점도 재밌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말미암아 덕질을 누리지 못했던 상황도 우리의 현실 그 자체였던지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도 남았다. 

 

일본의 덕후들을 중심으로 쓰여진 에세이지만, 프로 덕질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셰어하우스에서 공동체로 살아가는 네 사람의 모습이 부러움을 안겨줄 때가 상당했다. 

 

 

한때는 나이 먹어서 친구들끼리 모여 살자는 얘기를 나누던 순간이 없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공통의 관심사를 보유한 덕후들끼리 모여 사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더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취미와 더불어 라이프 스타일이 맞는 게 가장 중요하겠으나 프로 덕질러들끼리만 통하는 유대감을 무시하기도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매번 평화롭지만은 않을 테지만, 같이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질수록 덕질에 매진하며 덕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와 다름없어 보여 한집에 같이 사는 덕후들의 일상이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는 저마다의 취향을 존중하며 덕질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꿈의 셰어하우스를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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