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마을이 너를 부른다, 벽화를 둘러싼 미스터리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

다이앤 체임벌린 장편소설 <낯선 마을이 너를 부른다>는 지금껏 접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작가가 써내려간 이야기를 마주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시대를 뛰어넘어 뜻밖의 연결고리로 맺어진 두 여성의 삶이 선사하는 여운이 남달라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600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분량을 보유한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런 의미에서 지루함 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안나 데일은 전국 벽화 경연 대회에서 입상한 뉴저지 출신의 화가로 1940년, 노스캐롤라이나에 존재하는 이든턴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마을의 벽화를 그리는 일을 맡게 된다. 하지만 낯선 방문자를 경계하는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말미암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빠져들고야 만다. 

 

한편 2018년의 노스캐롤라이나에는 범죄에 휘말려 감옥에 수감 중인 모건 크리스토퍼가 절망에 빠진 나날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면회를 요청한 이가 석방을 조건으로 내걸며 의외의 제안을 했고, 모건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놀라운 사건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낯선 마을에 보관되어 있던 오래된 벽화를 복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미술을 전공한 건 사실이나 벽화 복원과 관련된 지식이 전무했던 모건은 정해진 기간 안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작업에 속력을 내기에 이른다. 그 속에서 모건의 어깨를 짓누르는 과거와 더불어 그림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로 인하여 모건은 안나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변화를 꿈꾼다.  

 

소설 <낯선 마을이 너를 부른다>는 1940년의 과거와 2018년의 현재를 오가는 얘기 속 시대는 다를지언정, 홀로 남은 여성의 애환을 공통점으로 풀어내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든턴에서 명성이 자자한 남성 화가 마틴 드래플을 제친 젊은 여성 화가 안나를 향한 날선 시기와 질투 및 외지인에 대한 의혹으로 똘똘 뭉친 마을 사람들은 잔혹하기 그지 없었고, 남자친구를 대신하여 교통사고 가해자로 지목된 모건은 피해자의 상태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군가의 도움과 보호가 절실했지만 혼자였기에 구원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었던 두 여성을 감싼 처절한 외로움과 고독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스란히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많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의외의 순간을 맞닥뜨리며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내딛는 걸 보게 돼 다행스러웠다. 

 

벽화를 매개체로 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스릴러 장르에 그치지 않고 따뜻한 휴머니즘까지 엿볼 수 있어 감명깊었다. 특히, 1940년대의 서사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고정관념을 포함하여 인종차별과 폭력에 따른 문제까지 면밀히 담아내며 날카로운 관점을 보여줘서 강렬한 여운이 전해졌다. 

 

모건과 안나는 벽화는 물론이고 제시 제임슨 윌리엄스로 인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는 점도 의미가 남달랐다. 출생의 비밀에 대해선 어느 정도 눈치를 채는 일이 어렵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결말 만큼은 감동 그 자체라 오래도록 잊지 못할 듯 하다. 

 

반면에 책 제목이 묘하게 와닿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읽어보길 잘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술술 잘 읽혀서 이 부분 만큼은 마음에 꼭 들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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