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 :: 당간지주 연화교 칠보교 청운교 백운교 다보탑 석가탑과 함께 즐긴 세계문화유산 역사여행

2020.06. 경주 불국사

불국사는 우리의 경주여행에 있어 하이라이트와 다름 없는 곳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하여 여태껏 역사책 안에서만 확인하는 일이 가능했던 사찰 내의 문화유적을 눈 앞에서 직접 맞닥뜨리게 돼 감회가 새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알록달록 색색깔을 뽐내는 연등으로 장식된 불국사의 입구부터 설렘을 안겨주고도 남았다.

 

 

이와 함께 불국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절 내부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풍성한 볼거리를 마주하게 돼 흥미로웠다. 맑은 날씨에 역사여행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았던 2020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리고, 불국사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6,000원이다.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발걸음을 옮겼던 다른 문화 유적지에 비하여 비싼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만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다양한 문화재와 보물의 향연을 맞닥뜨리게 돼 만족스러웠다. 

 

이러한 이유로 제일 먼저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을 따로 찍진 않았지만, 천왕문을 지날 때 사천왕상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인상깊었다. 

 

불국사의 당간지주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46호다. 사찰에서는 법회나 의식이 치뤄지는 동안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았다고 한다. 이때 당을 매달게 되는 긴 장대를 '당간'이라고 하며, 당간을 지탱하고자 양쪽에 세운 돌기둥이 '당간지주'로 지칭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는 한 쌍의 당간지주를 세우기 마련인데, 불국사 같은 큰 절의 경우에는 2쌍이 설치되기도 한다고 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렇게 2쌍의 당간지주가 설치된 사찰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연화교 및 칠보교(국보 제22호), 안양문

연화교와 칠보교는 세속의 사람들이 아닌 서방 극락세계의 깨달음을 맞닥뜨린 사람들만이 오르내릴 수 있었던 다리라고 전해짐과 동시에 극락전으로 향하는 안양문과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총 18계단 중에서 아래쪽 10단은 연화교, 위쪽의 8단은 칠보교로 불린다. 창건 당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를 오가며 극락왕생을 기원했다고 해서 눈여겨 볼만 했다. 

 

 

특히, 연화교에는 넓은 모양의 연꽃잎이 새겨져 있음으로 말미암아 이름에 걸맞는 아름다운 다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인하여 또렷하지 않고 흐릿하게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데다가 통행이 제한된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반면, 칠보교에서는 연꽃잎을 만나볼 수 없다. 덧붙여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전으로 연결되는 중문인 안양문의 '안양'이 '극락'을 뜻한다는 점도 머리 속에 넣어두면 좋겠다. 

 

범영루

안양문 옆에 자리잡은 범영루는 김대성이 불국사를 중창할 때 건립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1593년 임진왜란으로 말미암아 불에 탄 것을 1612년과 1688년에 각각 중건하였고, 현재의 건물은 1973년 불국사 복원 때 정면 1칸, 측면 2칸, 3층으로 이루어진 옛모습 그대로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해서 눈길이 갔다. 

 

범종각의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범영루의 '범영'은 범종의 소리를 그림자에 비유함에 따라 범종의 소리가 세상 전체에 번져나가며 울려 퍼지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여기에 누각의 모양을 가졌다 하여 '루'라는 단어가 덧붙여진 거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범종각이지만 범종이 아닌 법고가 눈에 띄는 모양새도 기억에 남았다. 종이 아닌 북이 매달린 범영루가 푸르른 나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청운교 및 백운교(국보 제23호), 자하문

청운교와 백운교는 대웅전으로 향하는 자하문과 연결된 다리다. 다리 아래는 일반인의 세계, 다리 위는 부처의 세계로 두 세계를 이어주는 상징성이 도드라져서 감명깊었다. 전체 34계단 중에서 윗부분은 16단의 청운교, 다랫부분은 18단의 백운교로 구성되어 있다. 통일신라 경덕왕 10년인 서기 751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의 다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 귀중한 유물이라고 한다. 18계단으로 구성된 연화교와 칠보교에 비하여 약 2배의 길이를 지님으로써 이에 따른 웅장함이 멋스러움을 자아냈다.

 

자하문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시는 대웅전으로 통하는 중문이다. 부처님의 몸에서 비추는 자금광이 안개처럼 서린 문이라는 의미가 특유의 아우라를 뿜어내서 인상적이었다. 

 

다보탑(국보 제20호)

잠시 후에는 드디어, 경주 불국사 대웅전 앞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다보탑을 만났다. 사방을 둘러싼 돌계단을 중심으로 정교함이 돋보이는 다보탑의 비주얼이 눈부시게 빛났다. 여기에 더하여 10원짜리 동전 안에 새겨진 다보탑을 실제로 눈 앞에서 만나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다만, 기단의 네 모퉁이에 전부 돌사자가 배치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1구만이 남았음을 마주하게 돼 안타까웠다. 

 

 

특수형 탑으로 세워진 다보탑의 위풍당당함이 돋보였으며, 탑 주변을 감싼 각양각색의 꽃 화분이 은은한 향기와 화려한 색채를 더해서 이 또한 보는 즐거움이 남달랐다. 탑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석가탑(국보 제21호)

석가탑은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으로, 탑의 본래 이름인 석가여래상주설법탑을 줄여 부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로이 깨닫게 돼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나라의 일반형 석탑을 대표함에 따라 투박한 생김새 속 다부진 면모가 눈에 쏙 들어왔다. 지붕돌의 모서리가 하늘을 향해 살짝 치켜올라간 모습도 기억에 남았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주 불국사 대웅전 앞 뜰에 석가탑과 다보탑이 나란히 자리잡은 모습도 보기 좋았다. 

 

대웅전(보물 제1744호)

경주 불국사의 대웅전은 석가모니부처를 모십 법당이며, 석가모니불의 덕이 큰 것을 표현한 덕호가 대웅임을 이번 기회에 역시나 처음으로 알아차리게 돼 뜻깊었다. 대웅전 내부도 시선을 사로잡았던 게 사실인데, 외관마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도록 이목을 잡아끌어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던 순간이 존재했다. 

 

코로나19 소멸 기원기도가 이루어지던 공간의 모습도 잊지 못할 것이다. 2022년에 이르러서는 상황이 점차적으로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곳의 풍경이 경주로 여행을 다녀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머리 속에 남았다. 

 

불국사 한 편에 피어난 꽃의 자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수국으로 보여지는데 불두화일 수도 있으려나? 서로 비슷하게 생겨서 조금 헷갈리긴 하지만, 꽃이름과 상관없이 어여뻐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을 선사해서 충분했다.

 

신라시대 화장실 유구

신라시대 화장실 유구도 걷다 보니 맞닥뜨리게 돼 카메라에 담아봤다. 현대의 변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이 포착돼서 사진으로 남겨보게 되었다. 

 

불국사 범종각

경주 불국사 범종각에 마련된 범종도 한 컷에 담아봤다. 이로 인하여 문득 범영루의 법고 소리와 범종각의 범종 소리가 궁금해졌던 찰나도 있었다. 

 

6월의 봄을 맞이하여 초록으로 가득했던 연못도 여행의 행복했던 한때를 추억하게 해줘서 아련함을 불러 일으키게 도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넓어서 꽤 오래 걸으며 산책을 겸하여 살아있는 역사공부를 만끽할 수 있어 흐뭇했다. 

 

세계문화유산 역사여행으로 가득 채워진 경주 불국사에 발을 디딜 수 있었던 하루가 보람찼다. 여름에 가까운 초록의 계절에 다녀왔으니, 다음에는 벚꽃 만연한 봄과 단풍으로 알록달록한 가을의 경주를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문화유적지로의 가치와 벚꽃 및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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