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보광전 대원심 보살 사리탑 대종각을 만난 사찰 여행

2020.06. 경주여행

동궁과 월지 관람을 마치고 찾아간 곳은 경주의 또다른 역사 유적지로 잘 알려진 사찰 분황사였다. 신라시대의 절로, 선덕여왕 즉위 3년인 634년에 창건되었다. 여기는 국보 제30호로 지정된 모전석탑이 존재하는 걸로 유명한데, 이외에도 볼거리가 꽤 있어서 생각보다 더 오래 머무르게 됐다. 

 

 

이와 함께 주차장이 꽤 넓어서 차댈 곳이 많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주차비는 따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경주 분황사의 입장료가 대학생을 포함한 어른 기준으로 1명당 2,000원이었으니 이 점을 염두하고 방문하면 좋겠다. 덧붙여 절 이름인 분황사가 '향기로운 임금의 절'을 의미한다고 해서 흥미로웠다.

 

분황사 내부로 들어가자 화려한 색감의 연등 장식이 사찰 곳곳에 멋스러움을 더해줘서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뿐만 아니라 무더운 6월의 햇빛을 피할 수 있게끔 그늘막의 역할도 겸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마음에 들었다. 

 

분황사 모전석탑

일단 사찰 내에서 제일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이 석탑은 우리나라 최고의 모전석탑이자 현재 남아 있는 신라 석탑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안산암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 올린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기단의 규모나 탑의 형태로 봤을 때 7층이나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는 3층을 볼 수 있는 게 전부다. 

 

 

1층 몸체돌의 사방에는 쌍여닫이 돌문으로 된 불상을 모시는 감실이 존재하며, 감실 양쪽으로 불법을 지키는 인왕상이 돋을새김된 것이 포착돼 관심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자연석으로 이루어진 기단 위에 네 마리의 석사자가 배치됐다는 설명 또한 눈에 쏙 들어왔다. 참고로 석탑 앞에 부착된 안내판에는 석사자라고 쓰여 있었지만,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석사자가 아닌 물개를 많이 닮아 있어서 흥미로웠다. 덧붙여 탑에서 나온 돌 사리함에는 여러 종류의 구슬, 가위, 금·은바늘 등의 각종 유물이 들어있었다고 해서 이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3층으로 구성된 석탑의 크기가 보면 볼수록 감탄을 자아냈는데, 7~9층으로 제작된 걸 봤다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정교한 조각상과 석탑의 비주얼이 멋졌다. 

 

경주 분황사에서 맞이한 푸르른 6월의 봄과 여름 사이, 그 한가운데에서 즐긴 여행도 흡족함을 더했던 한때였다. 인적이 드물어서 지인들과 여유롭게 걸음을 옮길 수 있어 즐거웠음은 물론이다. 

 

보광전 

사진 속 보광전은 조선시대 불전이다. 내부에 3.45m 높이의 분황사 약사여래입상이 모셔져 있는데, 조선 후기의 유일하고도 규모가 가장 큰 금동불 입상이며 보물 제2160호로 지정되었다. 

 

약사여래입상의 위엄은 경주 분황사에 방문하여 직접 확인하기를 바란다. 

 

대원심 보살 사리탑과 석불입상

분황사 한 켠에 자리잡은 대원심 보살 사리탑도 눈여겨 볼만 했다. 불기 2404년(1860)에 태어나시어 불기 2479년(1935)에 열반하신 대원심보살은 어릴 때부터 불도에 지극정성으로 정진하셨다고 하는데, 불기 2477년(1933) 살아계실 때 치아에서 부처님 모양을 닮은 백옥의 사리가 나왔단다. 이로써 온 세상이 경탄함에 따라 불도 정성을 기리고자 사리탑에 봉안하여 분황사에 모셨다고 해서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더해 사리탑과 연등 장식의 어우러짐이 멋졌고, 사리탑 왼쪽에 자리잡은 석불입상의 자태 또한 눈에 담는 일을 잊지 않았다. 

 

말없이 그저 조용히 또 묵묵히 걸으며 역사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경주 여행의 묘미를 분황사에서 만끽하게 돼 감회가 새로웠던 시간이었다. 

 

대종각

그리고 분황사의 대종각은 타종이 가능했는데, 1인 1타 보시수입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는 취지가 좋아 보였다. 이로 인해 지인이 1천원을 시주하며 종치기에 도전하기에 이르렀다. 

 

타종이 이루어지자마자 예상했던 것보다 종의 울림이 상당해서 모두가 깜짝 놀랐다. 덕분에 마음 깊은 곳까지 청명함이 울려퍼지는 기분이 들었던 순간 만큼은 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지금까지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을 정도니 말 다한거다. 경주 분황사를 가득 울리던 종의 소리가 대단했다. 

 

 

이 종을 울리는 사람은 번뇌가 사라지며 지혜가 생겨나고 고통을 여의며 정신통일이 쉽게 이루어질 것임을 명시한 타종의 의미도 감명깊게 다가왔다. 종을 울린 사람과 더불어 종소리를 들은 이들까지 전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의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만이 전부는 아니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창시절에 그저 책으로만 배웠던 역사를 현장에서 마주하게 돼서 뿌듯했던 하루였음을 인정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볼거리가 많았던 경주 분황사에서의 사찰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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