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에서 복원건물과 유물 중심의 전시품 만나며 오후 산책

2020년 6월, 경주여행을 통하여 만난 동궁과 월지는 한때 안압지로 불렸으나 2011년 7월을 기점으로 명칭이 새롭게 바뀐 곳이다. 통일신라시대 궁궐터 중의 하나로써 역사적인 장소라는 점에서 찬찬히 둘러보며 산책하는 재미가 남달랐다. 참고로 동궁은 신라의 태자가 머무르며 생활하는 공간이었고, 월지는 동궁 옆에 마련된 인공연못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과거에는 수십 개의 전각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나 지금은 1, 3, 5호 건물지 3개만 복원된 상태이다. 덧붙여 내가 방문했던 2년 전 6월에는 성인 기준 입장료 3천원을 지불하고 들어가야 했는데, 2022년 8월 31일까지는 공사가 진행되는 관계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 점을 기억하고 찾아가 봐도 좋겠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1호 복원 건물은 팔작지붕의 누각으로 복원한 것이 특징이다. 그 뒤로 3호와 5호가 차례대로 존재감을 뽐내서 이 부분도 눈여겨 볼만 했다. 

 

무더운 날씨 한가운데서 마주한 경주 동궁과 월지 속 복원건물의 모습이 초록의 풍경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서 보기 좋았다. 귀빈을 대접하거나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도 활용이 되었다고 하는데, 확실히 아름다운 경치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1호 복원 건물을 지나자 3호와 5호로 구성된 복원 건물의 모습도 눈에 쏙 들어왔다. 그리하여 1호, 3호, 5호의 각기 다른 모양새 또한 인상깊게 다가올 때가 없지 않았다. 

 

그리고 3호 복원건물 내부에는 작은 모형으로 구현된 동궁과 월지의 과거 모습과 함께 출토된 유물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음에 따라 보는 즐거움이 상당했다. 이렇듯 역사적 가치를 보유한 전시물이 풍성해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곳에 모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건물 안쪽 한 바퀴를 둘러보며 관심 가는 유물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도 잊지 ㅇ낳았다. 

 

 

특히, 모형만으로도 동궁과 월지의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궁궐터의 모든 건물이 복원된다면 이를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싶었다. 

 

다양한 유물을 살펴보는 동안 주령구에 대한 설명도 마주하게 돼 반가웠다. 14면체 주사위로 이루어진 주령구는 술과 관련된 명령을 내리는 도구로써 현대인들이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다 벌칙을 수행하는 상황을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어 이 점도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덕분에 우리가 새삼 흥의 민족임을 깨닫게 돼 웃음이 났다.

 

'술을 다 마시고 크게 웃기'는 평범한 벌칙과 다름 없게 여겨졌는데 '팔뚝을 구부린 채 다 마시기', '덤벼드는 사람이 있어도 가만이 있기', '얼굴을 간질여도 꼼짝 않기' 등은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주령구를 펼친 모양까지 보게 돼 신기했던 것도 사실이다.  

 

덧붙여 뮤지컬 <풍월주>의 무대 위에서 주령구를 굴리며 게임을 하던 장면도 생각이 나서 아련함이 밀려왔다. 통일신라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공연이라는 점에서 경주여행 중 뜻밖의 뮤덕 인증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당연히 마음 속으로만. 

 

안압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빛을 보게 된 유물의 모습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보물 1475호로 지정된 금동불상판불 및 금동불입상, 사리공상, 금동보주가 특히 그랬다.  

 

 

여기에 더해 녹유도깨비기와의 포스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유물이 전시중이었으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만나보기를 바란다. 잠시나마 태양을 피하여 경주 동궁과 월지의 복원건물 아래서 우리나라의 옛 역사에 바탕이 되는 예술품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복원건물 밖으로 나오면 이렇듯 풍류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조성된 멋진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역시나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예상했던 것보다 꽤 넓어서 전체를 돌아보는 묘미도 탁월했다. 

 

날씨 좋은 경주의 6월을 만났기에 가볼만 했던 동궁과 월지가 아니었나 싶다. 다만, 경주로 놀러 온 관광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기도 하니 방문 전에 여행코스로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심사숙고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동궁과 월지는 사실 경주의 야경 명소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햇살이 반짝이는 한낮에 도착하면 인파의 북적거림없이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말해서, 볼거리가 많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역사가 살아 숨쉬는 경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복원건물과 유물 중심의 전시품을 만나며 오후 산책을 제대로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 세워진 복원건물 1, 3, 5호가 모두 담긴 사진으로 마무리를 해본다. 제일 가까이 보이는 것부터 5호, 3호, 1호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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