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1열 1회 :: 영화 곤지암 감독 정범식, 배우 박성훈과 함께 한 머글랭 밥차

JTBC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5월부터 선보인 <방구석 1열>은, 영화와 인문학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지는 토크쇼 개념의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특별한 지식 없이도 보고 나서 느끼는 바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있게 만나보는 게 가능해서 꽤나 흥미로웠다.



프로그램의 MC는 윤종신과 장성규가 맡았다. 첫회부터 예상치 못한 조합이 마주하게 해주는 신선함이 나쁘지 않았다. 

 

<방구석 1열>은 크게 두 가지 코너로 나뉘어 진행이 이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의 메인이라고 볼 수 있는 첫 번째 코너는 프로그램 제목과 같은 방구석 1열로, MC와 더불어 유시민, 영화감독 변영주, 정윤철, 양우석이 방에 모여 두 편의 영화에 대한 요약본을 확인하며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영화와 관련된 내용과 더불어 저마다의 의견에 따른 새로운 사실 발견은 물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심도 있는 대화 속에서 그동안 몰랐던 정보까지 맞닥뜨리게 해줘서 굉장히 흥미진진한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화면에 등장했던 방구석 1열의 외부 공간이 종영한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떠올리게 해서 괜히 아련해지기도 했다. 내부 공간은 와이키키 게스트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것 같아서 더더욱.


그리고 하필이면, 드라마 주인공들이 영화에 대한 꿈을 간직한 이들이었기에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나에게는 그리운 작품. 꼭 다시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첫 번째 코너일지 몰라도, 방구석 1열 1회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두 번째 코너였던 머글랭 밥차였다. 미슐랭을 패러디한 타이틀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문화와 음식이 공존하는 장소에서 윤종신과 장성규가 매회 새로운 게스트와 만남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게 됐다는 점이 재밌었다. 


영화 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의 공연과 더불어 드라마 등의 문화 전반적인 내용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해서 이 또한 기대중이다. 한 마디로, 먹방과 함께 하는 신개념 문화 토크쇼라고 보면 되겠다.  







이날의 주인공들은 영화 곤지암 감독인 정범식과 배우 박성훈이었다. 영화 촬영에 쓰였던 카메라를 직접 장착하고 등장해서 시선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머글랭 밥차의 첫 손님으로 공포영화의 새로운 흥행을 제시한 이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박성훈 배우를 좋아하는 관계로 매우 반가웠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 그 이후 열 편에 가까운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다 곤지암을 통해 드디어 제대로 존재감을 뽐내게 돼 내가 더 기뻤다. 질투의 화신 속 비서 역할을 인상적으로 봤던 기억도 머리 속에 다시금 떠올랐다.


배우 박성훈은 내게 연극 배우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히스토리 보이즈의 락우드로부터 시작해서 그가 출연한 여러 작품을 봐왔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연극 프라이드 속 올리버다. 85년생이지만 나이를 잊게 만드는 동안미모와 그것을 뛰어넘는 연기력이 최애 올리버로 등극하게 해주었기에, 볼 때마다 아련함이 몰려온다.  








영화 곤지암은 1인당 3대의 카메라 장비를 갖추고 배우들이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배우들이 엄청난 역할을 해낸 것은 맞지만, 세밀한 카메라의 움직임을 위해 감독 또한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으니, 날로 먹은 것이 아니라 익혀 먹었다고 얘기해 달라던 정범식 감독의 말이 유쾌함을 더했다.


하필이면 감독이 주문한 음식이 제육볶음이라서 제육개그라는 단어가 탄생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 공포영화 1위에 자리잡은 것이 '장화, 홍련'인데 곤지암이 개봉일 기준 26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사지 않아도 절로 입에 들어가게 된다는 말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의 향기 또한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성훈은 실제로 겁이 많아서 도전해 보고 싶은 부분이기에 공포영화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로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공포의 감정들이 더 생생하게 살아났을 거라고 확신한다. 도전정신 매우 칭찬해! 다만, 가족들이 아무도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가족들도...무서웠겠지. 이해해야 하지만 섭섭한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정말 보고 싶은데, 곤지암 보고 나면 잠을 못 이룰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장화, 홍련'은 보긴 봤는데 겨우 봤더랬다.


덕분에 박성훈 배우가 겁이 많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근데 또 출연하는 배우와 관객의 입장은 또 다르니까. 하지만 당연히 본인 영화니까 보긴 했을 테지? 그래도 내용을 다 알고 보는 거니까 괜찮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모르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지닌 의미와 성훈이 풀어놓은 특유의 사명감이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은 들었다. 






성훈의 놀라는 연기 40종 세트는 영화 곤지암을 봐야 확인이 가능할 것 같은데, 못 봐서 미안합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대략적으로 만나보게 돼서 다행스러웠다.


왜냐하면, 영화는 영원히 못 볼 것 같으니까......







유쾌한 토크와 더불어 머글랭 밥차에 왔으니 주문한 음식과 함께 하는 식사를 즐기기로! 상추와 깻잎을 곁들여 먹는 제육볶음도 정말 맛있어 보였지만, 성훈 덕택에 우동 생각이 간절해졌다. 어쩜, 먹는 모습도 참 예쁘다! 작은 얼굴에 큰 키로 다져진 피지컬적인 부분도 좋아하지만 낮으면서도 은은하게 깔리는 목소리가 취향이라 아끼는 배우인데 우동 먹는 순간도 그림이더라.


탱글탱글한 굵은 면발의 식감도 엄청나게 맛깔나 보여서 음식을 어디서 주문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두 MC가 직접 만든 건 아닐 테니까. 아마도? 촬영에 빠쁜 게스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준비해 먹이는 컨셉도 꽤 괜찮아 보였다. 요즘 음식 방송이 인기를 끄는 것에 맞춰 영화와도 접목시킨 점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참고로, 다음 장면부터는 SNS라이브가 이어지는데 영화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관람할 예정이라면 넘이 한 단락만은 넘어가기를 권한다.  







식사에 앞서 흥행 1위에 대한 야망으로 똘똘 뭉친 두 게스트는 성규가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말에 간절한 염원의 눈빛과 무릎이라도 꿇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며 SNS 라이브 후, 관객수를 체크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 그렇게 이어진 SNS 라이브였는데! 



아니, 근데......스포는 왜 하신 거죠? 저는 앞으로 안 볼거라 상관 없습니다만(그래서 좋은 정보라고 생각합니다만) 앞으로 영화 볼 이들에게는 치명적일 텐데!!! 동공지진을 안 할 수 없었던 박배우의 눈빛에 나도 잠시나마 동공지진을 겪었다가 제정신을 찾아본다.









곤지암을 잘 보는 방법에 대해 눈 감고 귀 막는 방법을 최선이라고 말하는 감독의 얘기에 아연실색했으나 실제로 SNS에 이러한 모습으로 인증샷을 올린 관객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보고 듣고 싶은데 두려운 그 마음을 표현한 사진들에 괜히 짠하기도 했고, 대단함을 느끼기도 했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는 다양한 방법 만큼은 인정! 








그리고, 코미디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간절한 성훈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정극 잘하는 건 인정, 새로운 장르에서도 활약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 리치맨에도 출연한다고 하는데, 이번엔 어떤 캐릭터를 보여주게 될지 기대된다. 코미디도 분명히 잘 해낼 것이다! 


덧붙여서 무대도 잊지 말고 가끔씩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 본다. 








정범식 감독은 '기담'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곤지암에서도 히트를 쳐서 다음 작품은 어떨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공포영화는 기다림을 즐기는 관객들이 다수이기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선호한다고 하는데, 미학적인 부분에서도 호평이 자자해서 궁금하다. 



그저 안타까운 건, 내가 공포영화를 좋아하고 즐기지 못한다는 거.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지금 때가 아닌 거야. 그런 것이다......!!




방구석 1열에 비하면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을 유용하게 써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고 감독과 배우의 이야기까지 들어볼 수 있어 즐거웠던 머글랭 밥차였다. 맛있는 음식도 좋아해서 더 눈길이 가기도 했다. 순전히 박성훈 배우가 출연해서 본 거긴 하지만, 기대 이상의 수확을 얻게 돼 뿌듯했다.


<방구석 1열> 1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던 어느 봄날이었다. 5월에 첫 방송을 했다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니! 다른 건 몰라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챙겨 봐도 좋을 프로그램으로 인정한다. 다채로운 장르의 문화에 관심이 있어도 마찬가지. 전체관람가에 이어 영화라는 장르를 깊이있게 파고들기로 결심한 JTBC의 도전도 지켜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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