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루엘라 ::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 패션으로 완성된 뜻밖의 빌런 탄생기

도디 스미스가 집필한 소설 <101마리 개들의 대행진>을 원작으로 제작된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의 실사 영화로 모습을 드러낸 <크루엘라>는, 풍부한 볼거리와 기상천외한 스토리 라인의 결합을 통하여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뿜어내는 작품이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달마시안 강아지의 가죽으로 코트를 만들어 입기 위하여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크루엘라의 현재가 아닌, 지금껏 알지 못했던 악당의 과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흥미로움을 일깨워줘서 신선했다. 이로써 예상을 뛰어넘는 뜻밖의 빌런 탄생기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음을 밝힌다. 

 

에스텔라 & 크루엘라 : 엠마 스톤 

백발과 흑발이 반반 섞인, 반백반흑의 머리카락을 소유한 채로 태어난 에스텔라는 엄마 캐서린과 단둘이 살며 패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으나 말썽을 부리는 일이 빈번하다 못해 급기야 학교에서 쫓겨나는 상황에 처하고야 만다. 그리하여 모녀는 새로운 삶을 위하여 런던으로 향했으나 불의의 사고로 캐서린을 잃고 혼자가 된 에스텔라는 이곳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남자 아이들인 재스퍼, 호레이스와 팀을 결성해 좀도둑 삼총사의 길을 걷는다. 

 

그러다 재스퍼의 도움으로 리버티 백화점 청소부로 일하게 된 에스텔라는 런던 패션계의 거물로 통하는 남작부인의 눈에 들어 브랜드 디자이너로의 취업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상상치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 순간, 에스텔라는 오래도록 감춰 두었던 크루엘라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변화를 꾀한다. 

 

 

영화 <크루엘라>의 주인공은 선과 악의 본성이 공존하는 인간을 다채로운 캐릭터로 선보이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엄마의 바람에 따라 착한 아이로 살아가려 반백반흑의 머리카락마저 버건디 염색으로 숨긴 채 살아오던 에스텔라가 10년이 지난 뒤에야 악동 기질이 다분한 크루엘라로의 면모를 표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확실히 실감하게 돼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가능했다. 

 

어떤 본성을 앞세우느냐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던 크루엘라의 모습은 그.러.나. 이중인격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입체성이 다분했으므로 이로 인한 정의 내리기를 거부한다. 대신, 필요에 따라 매 순간마다 선과 악 중에서 원하는 본성을 선택해 삶을 영위할 줄 아는 인간임을 입증시켰다는 점에서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되었음을 인정하는 바다. 

 

덕분에 영화 <크루엘라> 속 엠마 스톤의 능청스러운 악역 연기가 빛을 발했다. 단, 작품 전체적으로 봤을 땐 나름대로의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크루엘라 패션쇼

그렇게 스스로가 크루엘라에 집중하며 살기로 결심한 뒤, 과거를 벗어나 본격적인 빌런의 매무새를 갖춰나가는 과정이 눈여겨 볼만 했다. 덕분에 게릴라 형식으로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독보적인 퍼포먼스로 이슈의 중심에 선 크루엘라의 패션쇼는 영화 <크루엘라>의 백미가 아닐 수 없었다. 

 

남작 부인이 주최하는 흑백파티가 바로 그 시작이었다. 입고 있던 하얀 망토에 불을 붙여 태워버리자 강렬한 레드 컬러의 드레스가 나타났고, 그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가면을 걸친 크루엘라에게로 움직이며 카리스마 넘치는 첫 등장으로 세간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이와 함께 남작부인이 탑승한 자동차를 런웨이로 만들며 선보인 장미 드레스의 비주얼도 감탄을 터뜨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바로네스의 자선 패션쇼에 참석하는 사람들 전부가 크루엘라 복장을 착용한 찰나도 탄성을 내뱉게 도왔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가장 압권은, 리젠트 공원에서 진행된 콘서트 패션쇼가 아니었나 싶다. 락 스피릿 충만한 악기 연주와 보컬을 토대로 완성된 음악과 그에 걸맞는 장소의 분위기가 어깨를 들썩이게 하며 짜릿한 묘미를 뽐냈으니 말이다. 

 

바로네스 남작부인 : 엠마 톰슨

그리고, 패션을 두고 대립하며 진검 승부를 펼친 바로네스 남작부인의 카리스마도 대단했다. 자신을 똑 닮은 광기를 지닌 인물을 한 눈에 알아보는 통찰력이 뛰어났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추친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인상적이었다. 

 

남작부인답게 귀족적인 포스를 풍기며 좌중을 압도하는 무드가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크루엘라 역의 엠마 스톤과 남작부인 역의 엠마 톰슨, 일명 두 엠마의 열연이 영화 <크루엘라>의 백미 중 하나였다고 확신한다. 

 

보리스 : 마크 스트롱 

덧붙여, 남작부인의 충실한 집사이자 크루엘라의 조력자로 서사의 반전에 한 몫을 해낸 보리스 역의 마크 스트롱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바로네스와 크루엘라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는 캐릭터가 감명깊게 다가오는 때가 있었다. 

 

호레이스 : 폴 월터 하우저, 재스퍼 : 조엘 프라이 

혹시나 싶어 영화 <크루엘라>를 보기에 앞서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을 미리 시청했는데, 덕택에 이 작품과의 은근한 연결고리를 마주하게 돼 기뻤다. 우리나라에선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로 지칭되는 애니메이션보다 더 앞선 과거의 얘기가 진행되는 영화 <크루엘라>를 통해 연예부 기자로 일하는 초등학교 동창 아니타와 크루엘라가 만나 패션계에 격변을 일으키는 걸 봤고, 변호사로 피아노 연주에 소질이 있는 로저가 작곡한 곡인 '크루엘라 드 빌'이 나지막하게 울려퍼지는 장면 역시도 마주할 수 있었기에 제작이 확정된 후속편이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재스퍼, 호레이스와의 의기투합도 돋보였다. 

 

 

반면, 강아지들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으로 말미암아 지금껏 머리 속에 저장된 크루엘라의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뜨려 이 점도 발상의 전환을 선사했다. 남작부인이 키우는 달마시안을 대할 때 전해져 오던 크루엘라의 따뜻함도 감동을 자아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유기견 버디와의 진한 우정도 단연 최고였고 말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진심이 아름답게 마음을 울렸다.

 

출생의 비밀을 뛰어넘어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이름, 온전한 크루엘라 드 빌로 거듭나는 모습도 기대 이상이었다. 패션을 소재로 구현된 탁월한 영상미와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음악, 배우들의 탄탄한 호연이 다져진 디즈니 실사 영화의 위엄을 깨달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다만, 스토리의 개연성보다는 배우들의 케미와 각양각색의 의상이 전하는 황홀함 속 연출의 참신함이 도드라졌던 작품이 영화 <크루엘라>임을 밝힌다. 쿠키영상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거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영화에서 만나 볼 수 있었던 크루엘라 드 빌은 위험한 악당보단 여태껏 본인에게 행해져 온 불의에 대항하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편을 마련한 초보 빌런에 가까웠다. 허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며 패션 디자이너로의 성장해 나감과 더불어 나만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가는 시간이 악당에게도 필요함을 제대로 알려줘 마음에 들었다.

 

아직은 귀여운 악동에 불과했지만, 에스텔라에서 크루엘라로 돌변한 엠마 스톤의 활약이 환상적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 그리고 패션으로 완성된 뜻밖의 빌런 탄생기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만들며 끝을 맺었다.  

 

그러니, 영화 <크루엘라>의 속편으로 한층 더 과감하고 대담한 활동을 이어나가게 될 크루엘라를 하루 빨리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원작을 바탕으로 비롯된 디즈니 실사 영화의 색다른 재해석이 나쁘지 않았으므로, 2편도 잊지 않고 봐야겠다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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