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 피쉬 ::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삶과 사랑의 판타지

영화 <빅 피쉬>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삶과 사랑의 판타지를 선사하며 풍성한 볼거리와 은은한 여운을 남겼다. 어린 시절부터 허풍 가득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해 온 아버지 에드워드에게 진절머리가 난 윌은 3년 동안 어머니 산드라와만 연락을 주고 받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윌은 임신한 아내 조세핀과 고향을 찾으며 뜻밖의 조우를 통해 지금까지 들어 온 얘기 속에 감춰져 있던 진실의 행방을 발견하고, 그제서야 드디어 에드워드를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된다.  

 

 

남다른 상상력과 말솜씨를 보유함에 따라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이야기꾼의 재능을 보유한 아버지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기자로 살아가는 아들에게 공통점이 존재하긴 했지만, 추구하는 바가 전혀 달랐기에 언쟁이 끊이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영화 <빅 피쉬>는 아들이 아버지의 무용담 안에 담긴 진면목을 깨닫기 위해 나아가는 여정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윌이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들어 온 에드워드 블룸의 모험담은 기상천외한 판타지를 닮아 흥미진진하기 그지 없었다. 유리구슬로 이루어진 마녀의 한쪽 눈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들여다 본 일을 시작으로 거인 칼과 떠난 여행에서 홀로 마주한 시간이 멈춰버린 유령 마을과 신비로운 인어, 늑대인간 등의 존재를 경험하며 보낸 시간들이 시선을 사로잡아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에드워드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엄청난 사건사고와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로맨스가 녹아든 것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스토리가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 사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볼품 없는 진실보다 한 겹의 포장이 더해져 완성된 화려하고도 놀라운 거짓이 선사하는 이야기의 강력한 힘과 사랑의 위대함을 동시에 일깨우는 작품으로써 이에 따른 재미와 감동이 상당했다. 

 

이와 함께 에드워드를 위기로 몰고 간 존재들을 향한 깨달음도 감명깊었다. "보통 악마라 불리는 것들의 대개가 실은 외롭고 약한 존재더구나."라는 한 마디는, 늑대인간의 고독을 맞닥뜨린 에드워드가 그에게 공감하며 절절한 유대감을 형성함에 따라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었다.

 

덕분에 지난 세월을 얄팍한 거짓말로 덮어버린 허풍선이에 불과해 보였던 아버지의 과거에 스며든 진득한 메시지도 곳곳에서 만나보는 일이 가능해 뜻깊었다. 다만 어린 시절에는 두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이게 했던 이야기가 어느덧 나이를 먹어 결혼을 하고, 이제 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아들의 입장에선 그리 탐탁치 않게 여겨질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자신의 얘기를 본인이 원하는대로 들려주고팠던 아버지의 마음도 모를 수가 없었던지라 블룸 부자의 갈등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그래도, 가족 간의 충돌로부터 비롯된 서사가 오해를 극복하며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줄 것임을 알기에 영화 <빅 피쉬>의 커다란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환상적인 스토리 전개 속에서 영화 <빅 피쉬>에 등장하는 예측불허의 캐릭터 못지 않게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던 건, 에드워드가 산드라를 위해 준비한 황수선화 프로포즈 장면이었다. 산드라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황수선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에드워드가 준비한 특별한 선물은, 프로포즈의 주인공이었던 산드라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매료 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산드라가 창문을 활짝 열자 눈 앞에 가득 펼쳐진 황수선화 밭은 로맨틱함 그 자체였다. 이와 더불어 황수선화로 채워진 꽃밭 한가운데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던 에드워드와 산드라의 다정한 눈맞춤도 최고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시절 에드워드 역의 이완 맥그리거와 산드라 블룸 역의 알리슨 로먼이 맞닥뜨리게 해준 케미도 사랑스러워서 절로 눈길이 갔다.   

 

 

에드워드에게 있어 사랑하는 사람은 평생 산드라 한 사람 뿐이었다. 윌이 불륜을 의심하며 제니를 찾아갔을 때 오히려 대화 안에서 어머니에게로 향하는 아버지의 올곧은 마음을 알아차리는 장면이 그래서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사랑이 깃든 판타지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찰나가 완성된 것이다. 

 

덧붙여, 영화 <빅 피쉬>는 팀 버튼 감독이 제작한 영화라는 점에서 꼭 봐야만 하는 작품이었다. 기괴함 대신, 팀 버튼 특유의 환상적인 연출이 기발함을 전해줘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졌다고 해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에드워드 블룸 : 알버트 피니, 산드라 블룸 : 제시카 랭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랑이 담긴 깊은 애정을 표현하는 에드워드와 산드라의 모습도 탄성을 내뱉게 도왔다. 영화 <빅 피쉬>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서 산드라의 존재감이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등장할 때마다 남다른 아우라를 뽐내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윌보다 더 에드워드의 말에 관심을 가졌던 조세핀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는 현명한 캐릭터로 온화함을 전했고, 제니 힐과 마녀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 역시도 짧지만 강렬한 포스를 선보여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윌이 아버지의 진짜 이야기를 알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동안 포장지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의 실체가 드러나던 장면도 잊지 못할 거다.  

 

윌 블룸 : 빌리 크루덥

에드워드는 윌이 태어나던 날, 강으로 낚시를 하러 갔다가 사투 끝에 큰 물고기를 놓쳐 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큰 물고기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자기 길을 갈 수 있다"라는 영화 <빅 피쉬>의 명대사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사는 동안 물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던 에드워드가 윌을 통하여 강으로 돌아가며 마무리된 모험담의 결말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이어져 의미가 있었다.

 

 

이제는 에드워드가 윌에게 남긴 유산을, 윌이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이야기가 계속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말의 거짓과 과장이 보태어졌을 지언정, 모든 건 에드워드 블룸의 일대기와도 다름 없었으므로 후세에도 끊임없이 전해지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완벽한 떡밥 회수로 인하여 돈독한 가족애와 사랑의 온기로 채워진 판타스틱한 스토리가 눈부심을 안겨주었던 영화 <빅 피쉬>였다. 배우들의 열연과 팀 버튼 감독의 활약이 실로 대단했다.

 

참고로, 영화 <빅 피쉬>는 대니얼 월리스의 소설 <빅 피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뮤지컬 <빅 피쉬>의 국내 초연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못 봐서 조금 아쉽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니 무대가 정말 멋지던데, 다음에는 직접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삶과 사랑의 판타지가 이야기의 힘을 알려주며 깔끔한 엔딩으로 마음을 울린 영화 <빅 피쉬>와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상상력이 가미된 한 남자의 모험담이 탁월한 영상미로 시선을 압도해서 흡족했다.

 

정신적 유산으로 손색이 없었던 값진 이야기가 가족의 의미까지 돌아보게 해줘서 따뜻함이 온 몸에 퍼져 나갔던 한때였다. 진실에 허구가 결합돼 탄생된 스토리의 묘미가 어마어마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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