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직한 후보 :: 진실의 입으로부터 시작된 유쾌한 정의구현 코미디

올해 설 특선영화로 만나게 된 <정직한 후보>는 진실의 입으로부터 시작된 유쾌한 정의구현 코미디가 남다른 웃음을 선사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일에 익숙해진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되며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가 예상을 뛰어넘는 통쾌함을 경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특히, 하루 사이에 거짓말이 불가능해진 상숙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예측 불허의 결말을 향해 치달게 됨으로써 맞닥뜨릴 수 있었던 서사에는 재미는 물론이고 감동까지 곁들여져 뜻깊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본인의 거짓말을 완전히 뒤엎는 진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동안 시시각각으로 위기가 찾아왔지만, 상숙은 혼자가 아니었기에 잘못된 길로 향하던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상숙을 감싸던 가식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진정성 넘치는, 영화 제목과 같은 정직한 후보로 거듭나는 과정을 마주하게 돼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주상숙 역으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라미란이 있어 영화 <정직한 후보>가 눈부시게 빛났다. 정의구현 코미디 안에서 보여지는 라미란의 원맨쇼가 작품으로의 몰입을 도왔다. 권력을 가진 이들로 가득한 정치판을 향한 풍자와 위트로 가득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도 많았다. 

 

여기에 더해 상숙이 진실의 주둥이를 선물받게 되는 계기 또한 눈여겨 볼만 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밤, 상숙은 할머니 옥희(나문희)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한 야외 사당을 발견하고 4선 당선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 옥희는 손녀가 더 이상 거짓말을 안 하고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린다.

 

그 결과, 전재산을 기부한 할머니의 기도빨이 먹혀 상숙은 정직한 후보로 거듭나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되며 웃음 포인트와 신파가 존재하는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주인공의 각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영화 <정직한 후보>에는 반가운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는다. 그중에서도 주상숙의 수족과 다름 없었던 박보좌관, 일명 박보로 활약한 김무열의 존재감이 최고였다. 오직 상숙의 당선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보좌하며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극복해 내고 방법을 찾아내는 해결사로의 탁월한 능력과 타고난 순발력이 돋보였다.

 

 

게다가 몸도 잘 써서 선거유세를 위해 춤추는 모습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회의원 후보를 주인공으로 제작된 작품인 만큼, 선거유세 장면에도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는데 여기서도 박보의 열연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로 인해 주상숙과 박희철, 라미란과 김무열의 환상적인 조합이 매력적이었음을 밝힌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할머니 김옥희 역의 나문희와 더불어 남편 봉만식 역의 윤경호, 아들 봉은호 역의 장동주와 상숙이 선보이는 케미도 멋졌다. 

 

진실의 입을 갖게 됨으로써 본인의 거짓말을 스스로 뒤엎어야만 했던 상숙을 향한 시민들의 인지도 변화가 당연해 보였고 이에 따라 마주하게 된 본인 스스로의 각성을 현실에서도 마주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가 바로 <정직한 후보>였다. 영화 타이틀에 걸맞는 작품을 만나게 돼 만족스러웠고, 그냥 코미디가 아니라 정의구현 코미디였다는 점에서 보다 인상적으로 머리 속에 기억될 것임이 분명했다. 

 

나에게는 뮤지컬 연출가로 익숙한 장유정이 영화감독을 맡아 선보인, 새로운 코미디 장르의 발견이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영화 자체는 가볍게 즐기기 괜찮은 정도였지만, 그 안에 녹아든 정직과 관련된 메시지가 깊은 깨달음을 전해줘서 이로 인한 여운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라미란에게 박수를 보낸다. 덧붙여 인기에 힘입어 영화 <정직한 후보> 2편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이 역시도 기대를 해볼 생각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