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이니즈 봉봉(서울편) :: 중화요리와 함께 떠올린 추억의 시간

영화 <차이니즈 봉봉(서울편)>은 맛있는 음식과 사람을 통해 추억이 깃든 시간을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중식을 애정하는 괴짜 동아리 차이니즈 봉봉에 가입한 대학생 은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이야기 속에 담긴 감동이 남다른 여운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동아리 졸업을 앞두고 차이니즈 봉봉만의 의식에 따라 메뉴 선정을 고심하던 은영은 오래도록 열어보지 않았던 상자 속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꿀꺽 삼키게 만드는 중식 그림이 그려진 노트를 발견하며 과거를 떠올린다. 아버지의 교통 사고 이후로 어머니와 함께 빚을 갚기 위하여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 하기에 바빴던 일상 속에서 중화요리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여기에 시헌과의 우연한 만남까지 이루어지며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날들이 이어졌다. 

 

시헌은 중화요리를 맛있게 주문하는 법을 시작으로 많은 것을 차근차근 알려주었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어 중식당에서 밥을 먹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한때를 틈틈이 만끽했다. 그러나 은영이 정말 가고 싶었던 중식당에 함께 가기로 했던 시헌이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됨에 따라 둘의 재회는 기약이 없어져 버렸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상처와 치유의 순간들로 인해 차이니즈 봉봉의 회원이 된 은영의 일대기를 마주하게 돼 흥미로웠다. 중화요리가 만들어져 테이블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은영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식욕을 자극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고파왔음은 물론이다.

 

그중에서도 은영과 시헌이 처음으로 함께 먹었던 대만식 돈까스의 맛이 가장 궁금했다. 덧붙여 은영이 처음으로 혼자 중식당을 찾아가 먹었던 간짜장과 탕수육의 비주얼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은영 역의 최지헌, 시헌 역의 지건우, 엄마 역의 이칸희가 선사하는 성장 이야기가 돋보였고 무대가 아닌 영화를 통해 만난 영탁 역의 은해성이 색다른 존재감을 발산해서 재밌게 잘 봤다. 게다가 지건우의 경우에는 얼굴이 낯설지 않다 싶었는데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의 성서권으로 만난 적이 있음을 알게 돼 반가웠다. 

 

중화요리의 매력과 메뉴의 이름에 담긴 의미까지 동시에 마주하는 게 가능해 유익했던 영화 <차이니즈 봉봉(서울편)>이었다. 각기 다른 상처를 간직한 은영과 건우가 멋지게 성장한 모습도 감명깊었다.

 

덕분에 중화요리가 먹고 싶어졌다. 식빵 사이에 새우를 곁들여 튀겨낸 멘보샤 생각이 간절해졌다. 시헌이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처지를 중식에 비유한 부분도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71분의 러닝타임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더 여유롭게 보며 온기를 경험하게 돼 행복했던 한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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