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구례 베이커리 :: 천천히 만들어지는 빵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단편영화 <구례 베이커리>는 17분 남짓한 시간 동안 주인공이 지닌 빵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음에 따라 포근한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도시를 떠나와 전라남도 구례에 정착한 노을이 자신만의 신념을 빵에 담아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모습이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구례에 존재하는 목월빵집을 모티브로 제작된 점도 흥미로움을 선사했다. 그래서 언젠가 구례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 중의 하나로 머리 속에 저장해 두었다. 참고로, 영화 속에 등장한 건물은 옛 목월빵집으로 현재 목월제빵소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목월빵집 본점은 구례의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그런 의미에서 목월제빵소는 목월빵집의 또다른 지점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CAST]

노을 : 정수지

혜리 : 은유

혜리엄마 : 박지아

혜리아빠 : 임호준


노을의 관심사는 우리밀과 천연 효모를 사용해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 뿐인데,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 온 낯선 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은 의도치 않은 소문을 불러 일으키며 오히려 관계에 복잡성을 더하고 빵집 운영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그 와중에 블로그를 통하여 일상을 기록해 나가던 노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미소짓게 했고,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도움을 주는 혜리는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존재이자 삶의 구원과도 같아서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리하여 거듭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스트가 아닌 천연발효종으로 만들어 나갈 빵에 대한 자부심과 의지를 굳건히 다지며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는 노을의 하루하루가 눈부시게 다가왔던 단편영화 <구례 베이커리>였다. 


조금 힘들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천천히 만들어지는 내 빵이 진짜 같아서 좋다던 노을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돼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귀농을 통해 얻게 된 슬로우 라이프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하는 주인공의 느리지만 단단한 발걸음을 계속 응원하고 싶어졌다. 



이와 함께, 노을이 아무리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아주지 않던 할머니로부터 비롯된 의외의 반전도 유쾌함을 전해주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자연스러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박지아 연기를 이 작품으로 오래간만에 만나게 돼서 반가웠다.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음악의 매력도 상당했고,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이야기 역시도 마음에 남았다. 짧은 분량 안에서 은은한 강렬함을 전해준 단편영화의 강점을 <구례 베이커리>로 경험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나니, 목월빵집을 꼭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러니 우리 꼭 만날 수 있기를. 천천히 만들어지는 빵처럼 그렇게 살아가다가 한 번쯤은 구례에 닿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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