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커밍 제인 :: 실화를 바탕으로 펼쳐진 작가의 꿈과 사랑을 담다

영화 <비커밍 제인>은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제인 오스틴의 실화를 바탕으로 꿈과 사랑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제인 오스틴이 집필한 저서와 이를 토대로 재탄생된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실제 삶을 제대로 들여다 볼 기회는 많지 않았기에 이로 인한 호기심과 흥미가 더해져 집중하며 관람하게 됐다. 


영국 햄프셔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목사의 막내딸로 태어난 제인은 결혼보다 글쓰는 일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러던 어느 날 부와 명예를 거머쥔 미스터 위즐리의 청혼을 받게 되는데, 제인은 도시에서 온 가난한 변호사 톰 르프로이에게 마음이 끌림에 따라 가족의 간절한 소망과 스스로가 원하는 삶 사이에서 갈등한다. 



[CAST]

제인 오스틴 : 앤 해서웨이

톰 르프로이 : 제임스 맥어보이


'제인 오스틴을 만든 단 하나의 로맨스'라는 카피 문구가 드라마틱함을 더해준 영화가 바로 <비커밍 제인>이었다. 이와 함께 소극적 태도를 지닌 수동적인 여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된 사회를 살아가던 인물들 사이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주인공을 통해 희망의 씨앗이 싹틔우는 모양을 확인할 수 있어 이 또한 감명깊었다. 



그중에서도, 남자들이 벌이는 크리켓 경기에 타자로 뛰어들어 배트를 시원하게 휘두르는 장면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야구와 비슷하지만 또다른 스포츠인 크리켓을 향한 흥미로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게임이 펼쳐진 푸르른 언덕을 신나게 달리며 점수 획득에 성공하던 제인의 활기찬 모습이 멋졌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펜을 쥐고 글을 써내려가는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을 완성시킨 제인 오스틴으로 결실을 맺게 된 점도 매력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습작한 글을 가족들 앞에서 낭독하는 걸 좋아했던 제인에게도 꿈꿔왔던 이상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두고 고민해야만 시기가 찾아왔고, 그리하여 영화 <비커밍 제인>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인의 어머니는 위즐리와의 결혼을 종용하면서 가진 것 없는 노처녀에게 따라오는 건 비웃음과 조롱 뿐이고 너를 위한 재산은 한 푼도 없다며 단호함을 드러냈는데, 한창 어린 스무 살의 나이를 결혼 적령기로 치부하며 미혼 여성을 짐으로 여겼던 과거의 상황을 일깨워줘 바라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더했다. 게다가 펜으로 돈을 벌겠다는 말 역시도 여성들에게 사회활동의 제약이 많았던 때였던 만큼, 탐탁치 않았을 것이 당연해 보였다. 



그 와중에 제인이 사랑과 돈을 앞에 두고 저울질 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된 건, 톰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제인이 낭독한 글을 향해 적나라한 감상을 내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통한 시야의 확장에 대해 아낌없이 조언하며 지금까지 깨닫지 못한 사실을 마주하도록 도운 일은 작가를 꿈꾸는 이의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로 보여졌다.


이로써 앙숙지간 같았던 둘의 관계는 지적인 토론과 가감없이 솔직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다 어느덧 연인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여태껏 품어왔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의 진면목을 맞닥뜨리게 된 순간, 그곳에 사랑이 있었다.


톰이 추천한 도서에 심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인 제인이 책 속에서 빠져나온 순간, 이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랑은 있으면 좋지만 돈은 절대 없어선 안 되는 것이라는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 역시도 위즐리의 청혼을 받아들이길 원했고, 가난 만큼 영혼을 망가뜨리는 건 없다는 말로 제인을 설득하느라 바빴다. 이 결혼이 성사된다면, 딸의 행복과 가족의 삶에 보탬이 될 게 분명했으니까. 


그러나 결혼을 해야 하는 당사자에겐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톰과 위즐리의 뚜렷한 장단점은 그 어떤 장애물보다도 더 강력하게 다가왔다. 애정만 있는 결혼과 애정이 없는 결혼,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이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터였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지만 마음으로 용납이 안 되는 아이러니는 제인으로 하여금 돈이 아닌 사랑을 쟁취하게 만들었으나 그것마저도 원하는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제인은 예상치 못했던 편지가 불러 일으킨 비극을 사랑의 파국으로 받아들이게 된 장본인으로 남았다.



돌봐야 할 가족이 많았던 톰은 전적으로 삼촌에게 의지하며 재산 상속을 받기 위해 변호사 공부를 하는 처지였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제인은 사랑의 도피를 포기하고야 만다. 가난만이 전부가 아니었던 거다. 그렇게 제인은 사랑을 지켜내는 일을 선택하지 않았고, 위즐리의 청혼마저 거절한 채 평생 미혼으로 지내며 소설을 썼다. 


제인의 삶 속 로맨스는 행복한 결말을 찾아가지 못했으나 소설 만큼은 해피엔딩으로 가득 채워졌는데, 이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영화 안에서 만나보는 것이 가능한 점도 재밌었다.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의 깊이는 많은 독자들을 열광하게 하며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각광받고 있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다.


실화에 가미된 픽션의 절묘함이 애절한 로맨스는 물론이고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대한 관심마저 극대화시켜서 흥미진진했던 한때였다. 앤 해서웨이와 제임스 맥어보이의 풋풋한 비주얼도 반가움을 더했고, 주연 배우를 포함한 조연 배우들의 열연 또한 심금을 울렸다. 


영화가 끝을 향해 다가가자 미스터 위즐리(로렌스 폭스)가 제인의 말처럼 그리 멍청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판명돼 새로운 발견이 뜻깊기도 했다. 제인이 런던에서 만난 여류작가에게 얘기를 듣는 장면도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참고로, 제인이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 사랑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소설은 <오만과 편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언니 카산드라(안나 맥스웰 마틴)에게 이 작품의 줄거리를 알려주는 부분도 눈여겨 볼만 했다. 소설의 탄생 비화를 소개하는 것과 다름 없었으므로.


나 같은 경우, 영화를 보기 전에 연극 <오만과 편견> 관람과 더불어 동명의 원작소설까지 읽어둔 상태였어서 책에 쓰여진 문장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 더 짜릿하게 느껴졌다. 



오랜 세월이 흘러 재회하게 된 제인과 톰의 모습도 기억에 남았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옛 연인들의 아름다운 해후와 작가로 성공을 거둔 제인을 위한 완벽한 결말이 한꺼번에 펼쳐져 여운을 남겼다.


두 사람의 로맨스보단 제인 오스틴의 소설 집필 과정과 탄생 비화가 의미심장하고도 감동적으로 전해져 왔던 작품이었다. 영국 중세시대 특유의 분위기가 도드라지는 의상과 배경, 음악의 조화로움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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