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애니메이션] 자니 익스프레스 :: 우주로 배달을 떠난 지구인 택배기사의 모험

애니메이션 <자니 익스프레스>는 5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놀라움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한 작품이었다. 그로 인하여, 대사 없이 캐릭터의 움직임만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완벽하게 표현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택배기사 자니가 우주의 외계행성에 배달을 가면서 만나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깨달음을 마주하게 도움으로써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만드는 매력이 남달랐다.



지구인 자니의 직업은 택배기사였다. 그리하여 택배 로켓에 탑승한 채 우주로 발을 내딛게 되었고, 수령자를 찾아서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일에 착수했다. 다만, 현미경으로 봐야만 눈에 들어오는 매우 작은 크기의 택배를 배달해야 했기에 상황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  



극초소형 행성에 거주하는 외계인이 택배의 주인이었던 만큼, 택배를 건네고자 로켓에서 내린 자니의 움직임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 없었다. 지구인 택배기사 자니와 외계인 택배 수령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의도치 않게 펼쳐져야만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존재했다.



하지만 사실, 서로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아슬아슬함보다는 한쪽이 상대적으로 열세한 처지에 놓였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였으므로 앞서 언급한 비유는 잘못됐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택배기사로 인해 택배 수령자의 행성이 멸망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자니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라색 외계인들에게 위험천만한 순간이 닥쳐왔고, 사태의 심각성은 실시간 뉴스로 보도될 만큼 엄청났다. 이때 마이크를 쥐고 현장의 생생함을 전하던 기자와 주변 외계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말들이 외계어라는 점에서 목소리의 높낮이와 억양만으로 급박함을 확인하게 해준 점도 인상적이었다. 



스스로가 불러 일으킨 사태를 알지 못하는 자니는 택배 수령자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다급한 절규를 끝으로 통화는 두절되고 만다. 이 또한 본인의 책임이 크다는 걸 자니는 모른다. 



짧은 분량의 영상을 통해 굵직한 의미를 선사한 <자니 익스프레스>는 스펙터클 SF 재난 애니메이션 장르다운 재치와 경각심을 마주하게 하며 기대 이상의 여운을 자아냈다. 좌충우돌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웃음 뒤로, 서로 다른 존재가 예기치 않았던 우연한 만남으로 엮이며 미치게 되는 영향을 드라마틱하게 표출함으로써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그 와중에 택배 로켓에서 내릴 때 가지고 나온 주스캔을 다 마셔버린 뒤 아무렇게나 휙 던져버린 걸로 모자라 나중에 발로 세게 차버리는데, 이것이 행성 속 1명의 외계인이자 자니의 택배를 수령할 주인공에게 전화위복으로 작용한 점도 재밌었다. 의외의 해피엔딩이 더해져서 다행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안에서 드러나지 않은, 택배 상자에 담긴 내용물의 정체와 수령자의 뒷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졌으니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루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5분짜리 단편을 장편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그런 의미에서 기다려 본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자니 익스프레스>가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자랑스러웠다. 특히, 대한민국 토종 애니메이션에 대한 갈증이 없지 않았기에 우경민 감독의 작품이 단편에서 장편으로 거듭나며 계속해서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뛰어난 영상미와 스토리 라인까지 완벽했던 애니메이션을 향한 기대감이 나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도록 도운 단편이었다는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처음엔 자니가 로켓 내부에서 잠든 모습을 보고 택배기사의 일상은 지구에서나 우주에서나 고단하기 그지 없다고 안타까워 했었다. 그런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 보니까 만화책 읽고, 게임하고, 먹을 거 다 먹다가 치우지도 않고 그냥 잠이 든 걸로 추측돼서 조금 더 냉정해지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아령이 굴러 다니는 걸로 봐선,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은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게다가 택배 전달 임무 결과를 성공과 실패 중에서 직접 입력하는 장면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게 만들고야 말았다. 이쯤되니 우주 택배기사 자니가 게으름과 느긋함으로 점철된 성격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함부로 안쓰러운 감정을 내보이지 않기로 했다. 


우주로 배달을 떠난 지구인 택배기사의 예측불가능한 모험 속에서 놀라운 사건을 접할 수 있었던 단편 애니메이션 <자니 익스프레스>를 만나게 돼 즐거웠고 또 설렜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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