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스쿨 :: 법의 심판으로 일구어낸 정의구현의 짜릿한 묘미

드라마 <로스쿨>은 법의 심판으로 일구어낸 정의구현의 묘미를 선사하며 짜릿함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캠퍼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예측 불허 미스터리,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생존기를 통하여 법과 정의를 몸소 깨달으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예비 법조인들의 삶을 만나보게 돼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판가름하겠다는 모토를 중심으로 전진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근에 법이 아닌 폭력으로 점철된 복수극이 통쾌함을 일깨우는 드라마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는 법정 드라마를 마주하게 돼 즐거웠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 시청률 6.9% 또한 값진 결과였다고 본다. 

 

촘촘하게 잘 짜여진 인물관계도와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OST가 긴장감을 더하며 몰입감을 극대화시킨 점도 매력적이었다. 얽히고 설킨 캐릭터 사이터 사이에서 펼쳐진 다채로운 에피소드와 음악의 조화로움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음을 인정한다. 사피라 K(Safira.K)의 'X'는 추리 법정물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멜로디와 가사의 반복이 도드라졌고, 이승윤의 'We are'는 정의구현을 통한 승리감의 여운을 증폭시켰으며, 최정인의 '양크라테스(Yangcrates)'는 양종훈의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리며 중독성 강한 BGM의 면모를 경험하게 도왔다. 

  

[CAST]

양종훈 : 김명민

한준휘 : 김범

강솔A : 류혜영

김은숙 : 이정은

강솔B : 이수경

서지호 : 이다윗

전예슬 : 고윤정

유승재 : 현우

 

로스쿨 모의법정에서 진행된 모의재판 도중에 맞닥뜨리게 된 서병주 살인사건이 불러 일으킨 파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그 와중에 양종훈이 이 사건을 수업의 일부분으로 포함시켜 학생들과 진상을 파악해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가 놀라움을 자아냈다. 교수의 남다른 가르침에 따라 진짜 법정에서 법과 정의를 배워나가게 됐으니, 이 모든 게 로스쿨생들에게는 피와 되고 살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로스쿨 수업을 듣는 한준휘, 강솔A, 강솔B, 서지호, 전예슬, 유승재가 직면한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이 또한 눈여겨 볼만 했다. 특히,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된 전예슬의 사건이 감명깊게 다가왔다. 성범죄 무죄율을 높고 정당방위는 드문 실상을 꼬집으며 로스쿨 사제가 힘을 합한 결과가 기대 이상이라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하여 드라마 <로스쿨>에서 교수와 제자로 등장한 배우들이 선보인 열연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뚜렷한 개성을 뽐낸 각각의 캐릭터도 좋았지만, 서로가 어우러져 완성시킨 케미가 예상을 뛰어넘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룸메이트였던 준휘와 지호, 강솔A와 강솔B의 투샷이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준휘와 강솔A, 강솔B와 지호의 투닥이며 쌓아가는 정도 만만치 않았고, 강솔A와 예슬의 따뜻한 우정 및 다정한 배려가 돋보이는 준휘와 강솔B의 모습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덧붙여, 양종훈과 김은숙의 돈독함도 최고였다.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 받을 줄 아는 둘의 친밀함이 보기 좋았고, 승재를 위한 은숙의 아낌없는 조언도 눈에 쏙 들어왔다. 이러한 이유로 교수와 제자의 케미도 환상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번외로, 연극과 뮤지컬에서 종횡무진하던 배우들을 드라마 <로스쿨>에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전예슬 남자친구 오영창 역의 이휘종은 연기를 너무나도 잘한 나머지 한동안은 꼴도 보기 싫을 정도였다. 이외에 까메오로 얼굴을 내민 김대현, 이석준, 이경수, 김호진, 오정택과 서병주 아내 역의 성여진도 이목을 집중시켰음을 밝힌다.     

 

이와 함께 양종훈으로 나타난 김명민의 활약은 단연 압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향하는 날카로운 질문은 보는 사람마저 숨 막히게 할 지경이었지만, 그로 인해 정말 많은 걸을 배우는 게 가능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 많았다. 양크라테스다운 카리스마는 범인으로 지목돼 법정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법정에서 배심원들을 위하여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설명해주는 장면이 뜻밖의 감동을 전했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들이 오가는 재판 속에서 양종훈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듯이, 법 역시도 국민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법정 드라마라 단번에 흐름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아 평소보다 더 눈을 부릅뜨고 귀를 열어 시청해야 했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모두가 한 뼘 더 성장하며 유쾌 상쾌 통쾌한 결말을 맞이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으므로. 강솔B가 강솔A를 그쪽이 아닌 언니라고 부르는 걸 목격하게 된 장면도 훈훈함을 자아냈음은 물론이다. 

 

노로맨스 법정 추리물 장르에 가까웠지만 은근한 감정의 변화가 감지되어 준솔에이를 응원하게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한준휘와 강솔A, 김범과 류혜영의 케미 역시도 완벽했던 드라마가 바로 <로스쿨>이었다. 뛰어난 두뇌와 따스한 마음씨에 장난기까지 겸비한 한준휘, 정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오지라퍼로 낙제를 면하고자 애쓰던 강솔 A의 모습도 머리에 콕 박혔다.

 

양종훈의 형법 시험에서 쉼표 포착으로 강솔A가 최고점을 받은 에피소드도 마음에 남았다. 강솔A와 양종훈의 공조도 빛났고, 이에 따라 류혜영의 1인 2역(강솔, 강단)도 잊지 못할 장면으로 각인되었다. 더불어 강별 역의 박소이 역시도 멋졌다.

 

오래간만에 재밌는 법정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양종훈을 필두로 검사 한준휘와 변호사 강솔A의 당당한 걸음이 로스쿨을 향하는 엔딩도 흡족했다. 다만 드라마 <로스쿨> 시즌2를 바라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그렇게 된다면 양종훈은 몰라도 한준휘와 강솔A는 시즌1 때와는 전혀 다른 포지션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 같아 머리에 물음표 수백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애청자들이 원하는 건 시즌1의 배우들이 다시금 함께 하는 것일텐데, 아무래도 제목 자체가 로스쿨이라서. 

 

일단 제작진은 시즌제를 염두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시청자들 외에 배우들 역시도 시즌2를 염원하고 있어 궁금해진다. 반면에 나는 올해 방영된 한 시즌만으로도 괜찮다. 하고픈 얘기는 16회차 안에 전부 다 녹여낸 것으로 보여져서 말이다. 

 

 

"법은 불완전한 정의다.

법을 가르치는 순간, 그 법은 완전해야 한다.

 

법을 배우는 순간, 그 법은 정의여야 한다.

정의롭지 않은 법은 가장 잔인한 폭력이다."

 

양종훈의 내레이션에는 법을 가르치는 교수와 법을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이 모두 담긴 메시지가 존재해 법과 정의의 상관관계에 따른 묵직한 무게감을 경험하게 했다. 그러니 부디, 이 세상에서 법의 심판 속에서 올바른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어떤 사건이든, 잔혹한 복수극으로 종결되는 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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