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명랑 드라마] 라켓소년단 :: 배드민턴과 함께 한 열여섯 청춘의 계절

[CAST]

윤현종 : 김상경

라영자 : 오나라

윤해강 : 탕준상

방윤담 : 손상연

나우찬 : 최현욱

이용태 : 김강훈

한세윤 : 이재인

이한솔 : 이지원

 정인솔 : 김민기 

배감독 : 신정근

 윤해인 : 안세빈 

 

배드민턴을 중심으로 열여섯, 청춘의 계절이 싱그럽게 녹아든 스포츠 명랑 드라마 <라켓소년단>은 청정물과 성장물의 장르적 특성 또한 지니고 있어 보면 볼수록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경험하는 일이 가능했다. 그리하여 땅끝마을 해남 농촌에 자리잡은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소년들이 선보이는 우정과 사랑, 꿈을 향한 질주가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순간이 상당했다. 

 

 

전라남도의 시골 중학교 배드민턴부 코치를 맡게 된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서 야구부 에이스로 지내 온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낯선 농촌에 적응하려 고군분투하던 윤해강이 또다른 스포츠를 향한 승부욕을 불태우며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바로 드라마 <라켓소년단>의 중심 줄거리였다. 배드민턴 명문 중학교로 한때 명성이 자자했으나 현재는 부원이 모자라 해체 위기에 놓인 해남서중 민턴부에 우연히 발을 들이면서, 친구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서사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단체전 인원을 맞춰 대회에 나가고자 도움을 요청하는 현종에게 와이파이 설치를 조건으로 내걸며 라켓소년단의 멤버가 되었던 처음과 달리,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배드민턴의 매력에 푹 빠져 즐기는 해강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기뻤다. 부모를 닮아 탁월한 운동신경을 갖춘 데다가 어린 시절에 배드민턴 신동으로도 이름을 날렸기에, 이로 인한 캐릭터의 개연성 또한 부각돼서 눈여겨 볼만 했다. 

 

해강의 합류로 완성된 라켓소년단 멤버들의 개성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6남매 중 장남이자 민턴부 주장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왔던 윤담이 팀의 에이스 자리를 해강에게 내어주면서 한 뼘 더 자라나던 순간이 인상깊었고, SNS에 푹 빠져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10대 소년 그 자체라서 눈길이 절로 갔다. 

 

우찬은 자상함과 섬세함을 겸비한 친구로, 용태와의 단짝 케미가 유난히 돋보였다. 운동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로 인한 갈등이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지만,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 이목을 잡아끌었다. 여기에 더해 뛰어난 수비력은 단연 압권이었다. 힙합에만 일가견이 있는 랩퍼인 줄 알았더니, 에코브릿지의 피아노 연주와 최백호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노래 '부산에 가면'을 통해 호소력 짙은 음색을 선보임에 따라 반전 매력이 드러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라켓소년단의 막내임과 동시에 분위기 메이커이자 이용대 덕후로, 자연인 아버지 덕택에 민간요법 정보마저 꿰고 있는 척척박사 용태는 민턴부에 있는 것만으로도 귀여움이 뿜어져 나왔다. 이용대의 모든 걸 카피하려다 보니 주특기가 없고 징크스가 많은 게 단점이지만, 뜻밖의 기회에 각성을 하며 변화를 일깨워주는 찰나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특히, 김강훈은 이번 작품을 통하여 다른 인물의 아역이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의 배역을 만나게 해줘서 뜻깊었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난 다혈질에 까칠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아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속마음과 배려심을 갖고 있어 훈훈함을 자아냈던 주인공이 바로 윤해강이었다. 이와 함께 "나야, 나 윤해강이야!"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배드민턴 에이스 본능을 확인하게 해줘서 지켜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윤해강 역의 탕준상은 공연 무대에서 처음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드라마 주연으로 어엿하게 자리잡은 모습을 볼 수 있어 내가 괜히 더 뿌듯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 금동이도 좋았지만, 윤해강은 그 이상이었다. 한층 더 물오른 연기력이 탄성을 자아냈던 것이다. 롤모델로 조승우, 조정석을 꼽았다고 하니까 연극과 뮤지컬 무대도 잊지 말고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반가운 얼굴이었던 탕준상, 김강훈 외에 방윤담 역 손상연과 나우찬 역 최현욱도 드라마 <라켓소년단>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으니 앞으로도 계속 멋진 행보를 이어가기를 바란다. 차기작도 당연히 기대 중이다. 그 와중에 해강이를 제외한 윤담, 우찬, 용태가 방탄소년단(BTS)의 '고민보다 go'를 소리높여 부르는 장면도 웃음을 터뜨리게 도왔다. "탕진잼 탕진잼~탕진잼~"을 부르짖던 세 아이의 열창에 푹 빠졌더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윤인솔의 합류로 인하여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라켓소년단 완전체가 결성되었으니 말이다. 전교1등을 놓치지 않는 깐깐한 모범생으로 해강이와 티격태격하던 인솔이 어느새 배드민턴의 매력을 깨달으면서, 기나긴 외로움의 시간을 끝내고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해강이는 인솔이에게 텅텅이, 인솔이는 해강이에게 재수탱이로 불리며 다정한 애칭을 경험하게 해줘서 이 또한 재밌었다.

 

인솔은 배드민턴 경기 영상 분석 능력이 뛰어나 전략가의 다부진 면모가 눈에 쏙 들어왔고, 의외의 찰진 욕설도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인솔 역의 김민기 역시 나에게는 다소 낯선 배우였는데, 드라마 <라켓소년단>으로 새롭게 만났으니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다섯 명이 함께 할 땐 어떤 것도 두려울 게 없어 보였다. 가끔씩은 관계의 위기에 봉착하는 때가 없지 않았으나 그로 인해 더욱 단단해지는 우정을 맞닥뜨리는 일이 가능해 보기 좋았다. 

 

세윤에게 있어 넘어야 할 상대는 한세윤 뿐이라던 팽감독(안내상)의 말에 수긍이 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인물, 자기 관리 또한 철저한 노력형 천재의 대명사로 봐도 과언이 아니었던 세윤의 악바리 근성에는 혀를 내두르게 되고야 말았다. 하지만 세윤 역시도 아직은 10대 소녀이자 아이에 불과했기에 남몰래 터져 나오던 속내를 바라보는 내내 안타까운 순간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해강의 따뜻한 위로를 통하여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며 힘차게 비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엄지를 척 치켜들게 됐음을 밝힌다. 좋아하는 사람이 사준 과자를 한솔에게 뺏기지 않으려 혼자서 열심히 먹던 모습도 귀여웠다. 한세윤 역 이재인의 열연도 멋졌다. 

 

한솔은 세윤으로 인하여 2인자 콤플렉스가 없지 않으나 외모 꾸미기와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생을 연상시켜서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던 순간이 존재했다. 그러다 홀수의 법칙을 바탕으로 한솔의 과거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땐 마음이 아렸다. 오해로 인해 멀어졌던 세윤과의 거리가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예전보다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던 얘기도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한솔 역의 이지원은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강예슬 이후로 오랜만에 본 거였는데, 당찬 배역에 걸맞는 연기력이 도드라졌다.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캐릭터의 나이와 실제 나이가 16세로 일치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완벽한 싱크로율을 확인하게 해준 것도 강점으로 다가왔다. 

 

해강의 아버지 윤현종과 어머니 라영자가 국가대표 출신 중학교 배드민턴부 코치라는 점도 감명깊은 포인트 중의 하나였다. 덕분에 해남서중과 해남제일여중의 각기 다른 훈련 스타일 및 그에 따라 보여지는 일상도 차이가 나서 흥미로웠다. 현종의 집에서 합숙을 하는 동안에 친해져 비밀연애를 이어가는 커플의 모습도 풋풋한 설렘을 경험하게 도왔다. 해강의 동생 해인도 마냥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때때로 어른스러움을 확인하게 해줘서 놀라웠다.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코치가 되고 싶었던 윤현종 역의 김상경은 친숙함이 듬뿍 묻어나던 살가운 연기가 환상적이었고, 라노스라는 별명으로 배드민턴계의 타노스를 자처하며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식단 및 숙소를 포함하여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팀을 승리로 이끌던 라영자 역의 오나라는 뛰어난 통찰력과 카리스마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라켓소년단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배감독도 든든함을 더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드라마 <라켓소년단>은 아이와 어른을 구분짓지 않고, 누구나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토리 라인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작품의 깊이를 엿볼 수 있어 입이 떡 벌어졌다. 아이의 실수는 어른의 관용으로 따스하게 감싸 안고, 스승의 잘못은 제자가 손을 내밀어 포용함에 따라 몸과 마음 가득히 전해지는 온기가 남달랐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며 아이들을 다독이는 좋은 어른들이 곁에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던 어른들 역시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나며 흐뭇함을 전했다. 

 

배드민턴에 진심인 사람들의 목표를 향한 거침없는 발걸음과 더불어 그들이 머무르는 농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지며 등장인물 모두의 인생을 표현하는데 공을 들인 점도 감탄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코치들의 과거와 라켓소년단의 현재가 교차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는 스포츠계의 모습을 만나보는 일이 가능해 좋았다. 부디, 현실도 이와 다름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들의 시간을 응원하게 됐다. 

 

라켓소년단 전부가 힘을 합쳐 이끌어낸 소년체전의 승리도 값졌다. 해강의 눈 부상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된 전남팀이 현종의 코칭을 통해 완벽하게 전력을 보강한 후에 거머쥔 결과는 최고의 감동을 선물하고도 남았다. 혼자선 힘들어도 뭉치면 할 수 있다는 말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승부였으므로, 박수 갈채를 받아 마땅했다. 이러한 이유로 가장 인상깊었던 명장면을 드라마 <라켓소년단> 16회 속 소년체전 남중부 결승1복식을 맡은 전남팀의 나우찬, 윤해강이 서울팀 서울중학교 박찬(윤현수), 오재석(정택헌)과 대결하던 순간을 꼽아볼 수 있겠다. 해강의 공격력과 우찬이 수비력에 한 방이 더해진 승부수는 그야말로 짜릿한 스릴을 맛보게 해주었으므로.  

 

"작전명, 라켓소년단. 너희들이 이번 작전의 시작이자 끝이야."

 

진짜 친구가 누군지만 알아도 성공인 그 시절, 아이들의 빛나는 열여섯 청춘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한 제작진들의 기지가 화룡점정을 찍었던 드라마 <라켓소년단>이었다. 이야기 곳곳에 포진되어 있던 유쾌한 위트와 예측불허의 CG가 입가에 옅은 웃음이 피식 배어져 나오게 만들던 시간도 어여쁘기 그지 없었다. 스포츠 명랑 만화를 닮은 상상력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은 장면도 적지 않아서 재밌었다. 은근히 고퀄이었단 말이지. 

 

거듭된 호연을 만나보게 해준 출연진들에 더하여 까메오의 깜짝 등장도 백미 중의 백미였다. 그중에서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나왔던 박호산, 박해수, 김성철, 강승윤, 이규형이 대거 모습을 보여 반가움을 전했고, 이외에도 김민석, 이준혁, 이시언, 허성태, 정희태, 조재윤 등이 특별 출연해 감칠맛을 선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규형은 마지막회에서 해남으로의 귀농을 결심한 외지인 박정환으로 나왔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어서 이곳을 택했다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세계관을 이어나가는 뉘앙스를 통하여 슬빵 시청자들에게도 짙은 여운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참고로 드라마 <라켓소년단>의 극본을 맡은 정보훈 작가의 입봉작이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슬빵도 시청해 보면 어떨까 싶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덧붙여 보자면, 이우정 작가는 슬빵의 극본기획을 담당했다고 한다. 

 

무공해 청정 힐링 드라마에 걸맞는 서사가 이어져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서 <라켓소년단>이 더더욱 오래도록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덕분에 앞으로 이런 드라마를 자주 만나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기대가 호평이 자자했던 정면돌파 PPL 연출도 깨알재미를 전해줬음을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다. 카메라와 눈을 맞추며 제품을 홍보하는 모습이 매우 신선했고, 60계치킨의 호랑이 치킨과 불스떡볶이의 로제 떡볶이는 언젠가 한 번 꼭 먹어보고 싶어졌다. 협찬 들어온 먹거리 및 상품을 활용하여 대화를 나누다가 너 지금 누구한테 얘기하고 있는 거냐고 물으면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이 맛깔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해체 위기에 놓인 해남서중 배드민턴부의 화려한 부활이 안겨준 스포츠 특유의 깔끔하고 통쾌한 한 판 승부를 지켜볼 수 있어 행복했다. 배드민턴 경기에 임하는 이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네트 위를 넘나드는 셔틀콕의 행방을 스펙타클하게 담아낸 카메라 워킹과 연출력도 매우 뛰어났음을 인정한다. 여러가지 돌발 상황을 대비하여 신체와 정신을 갈고 닦는 고강도 훈련이 반복되는 장면도 대단했다.

 

2020 도쿄올림픽 기간과 드라마 방영기간이 겹쳐서 이로 인한 희열도 느낄 수 있었다. 올림픽 방송으로 인해 <라켓소년단>의 결방을 감수해야 했지만, 대한민국 배드민턴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TV 화면에서 진행되는 진짜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고 그 뒤에 배드민턴을 소재로 짜여진 스포츠 드라마를 볼 수 있어 색다른 하루가 완성되어 유쾌했다. 

 

소년체전 후에도 라켓소년단의 배드민턴 일정은 계속됐는데, 그 속에서 잘생긴 윤해강이 눈에 들어와 기념으로 남겨봤다. 장르에 걸맞는 카메라 워킹은 다시 봐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배드민턴과 함께 한 열여섯 청춘의 계절은 해강, 윤담, 우찬, 용태, 인솔, 세윤, 한솔에게 새로운 도전과 목표의 길을 열어준 소중한 시간이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저 드라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이 밀려와 쉼을 만끽할 수 있었던 나날들을 마음 한 켠에 간직해 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 볼 수 있게 해줘서,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 사진은 제일 좋아하는, 청량한 컨셉의 포스터로 마무리를 해본다. 그나마 한때 좋아했고, 꽤나 잘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스포츠가 배드민턴이었어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속 아이들처럼 선수로 뛸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취미로 가볍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는 점에서 추억을 되돌아보게 해줘 즐거웠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을 들고 밖으로 나가 좋아하는 이들과 운동하며 건강한 하루를 보내게 될 날을 꿈꾼다. 간만에 배드민턴을 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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