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괴물 :: 예측불허의 공조로 완성된 놀라운 심리 추적 스릴러

드라마 <괴물>은 완성도 높은 스토리 전개를 통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만족감을 경험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수작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웰메이드 드라마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한 시나리오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가 어우러져 보는 내내 감탄을 불러 일으키고도 남았다. 

 

그중에서도 만양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힘을 합친 두 사람이 선보인 예측불허의 공조가 놀라운 심리 추적 스릴러를 확인하게 도우며 시선을 잡아끌었다. 만양 파출소 경사 이동식과 그곳으로 전입한 경기 서부 경찰청 소속 경위 한주원의 만남으로부터 야기된 참혹한 비극의 서사가 인간 내면에 잠재된 괴물과 다름없는 본성을 일깨움과 동시에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20년 전에 실종된 동생 이유연의 시신과 범인을 찾아내려 고군분투하는 이동식, 그리고 이동식의 파트너로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맞닥뜨리게 된 뜻밖의 사실로 말미암아 변화를 꾀하게 되는 한주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폐쇄적인 지역사회의 특성을 갖춘 문주시 만양읍에서 서로가 똘똘 뭉침으로 인하여 외부인 취급을 당하던 한주원이 그들의 내면에 자리잡은 욕망을 알아채면서 드러난 사건의 진상 역시도 기가 막혔다. 영원할 것 같았던 신뢰는 산산조각이 난 채로 부서졌고,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야 말았다.

 

이러한 이유로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된 이동식과 괴물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스스로 괴물의 미끼가 되기로 마음 먹은 한주원의 공조는 운명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주원 : 여진구, 이동식 : 신하균

이동식은 실로 괴물 같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괴물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삶이 익숙해 보여서 안타까웠고, 슬픔을 애써 감춘 채로 남다른 또라이 기질과 더불어 분노로 가득한 광기를 내뿜으며 위험에 뛰어드는 모습이 충격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을 훼손하는 일에도 거침이 없었던, 날카로운 직감과 뛰어난 수사능력을 겸비한 인물의 진면목이 돋보임에 따라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주원은 엘리트 경찰의 표본으로 만양에서도 도련님 이미지를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으나 이동식을 의심하고 도발하며 맞서는 동안 어느새 자신만의 수사 방식을 터득해 나감으로써 가파른 성장세를 확인하게 해줘 흥미로웠다. 여기에 더해 또다른 진실로 나아가는 발걸음마저 멈출 줄 몰라 탄성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총을 겨눈 범인을 향해 그것이야말로 나약한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최악의 도피임을 피력하는 순간도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수사 파트너로 맺어졌지만 적보다 못한 사이였던 두 사람이 사건의 정점에 다다라 괴물을 자처하며 완벽한 공조를 위한 관계로 연결되는 과정 역시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리하여 마침내 괴물과 대면한 후에 이루어진 둘의 선택 역시도 감동을 선사했다. 

 

 

사건으로 얽히고 설킨 주변 인물들의 심리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금껏 감춰두었던 괴물의 본성이 표출되었고, 이로써 복선과 반전이 거듭되며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묘미 역시도 상당했다. 여기에 더해 신하균과 여진구를 포함한 모든 출연진들의 열연이 오래도록 회자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박정제(최대훈), 유재이(최성은), 남상배(천호진), 한기환(최진호), 도해원(길해연), 이창진(허성태), 오지화(김신록), 오지훈(남윤수), 조길구(손상규), 황광영(백석광), 강진묵(이규회), 권혁(박지훈), 강민정(강민아)의 연기와 심나연 감독의 연출과 김수진 작가의 대본 또한 흠잡을 데 없었다. 

 

심나연 감독은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을 통해 만났을 때도 뛰어난 영상미에 감탄을 토해낸 기억이 있는데, <괴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자랑해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대학로 무대를 종횡무진하던 연극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반가움과 설렘을 전해주었던 찰나도 최고였다. 

 

덧붙여 드라마 <괴물> OST 중 이야기에 처연함을 더한 최백호의 'The Night'과 거듭되는 상실 속에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던 비비의 'Timeless'가 귀를 사로잡았음을 밝힌다. 간결함과 명확함으로 점철된, 회차에 따른 부제와 시그니처 이미지도 마찬가지. 

 

잔혹하기 그지 없는 사건의 피해자로 살아 온 이들의 쓰라린 상처와 괴로움을 들여다 볼 줄 알고, 가해자로 정체를 드러낸 인물들에게 여지를 주지 않는 이야기가 감명깊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난 후에 자신의 죄값을 달게 받은 동식과 살아가는 내내 죄책감을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 주원의 여정은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몰랐다.  

 

그런 의미에서 캐릭터에 녹아든 섬세한 심리묘사와 결국에는 끈질긴 추적 끝에 매듭 지어진 사건의 긴박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드라마 <괴물>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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