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둘레길 1코스 성내천길 :: 개롱역에서 올림픽공원까지 벚꽃과 개나리 보며 걷기

올해는 예상했던 것보다 벚꽃이 훨씬 빨리 폈다 져버려서 원하는 풍경을 눈에 담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미리 걸어보기에는 참 좋았던 곳이 많아서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다.

 

2021년 4월 초에는 서울에 위치한 송파둘레길 중에서도 1코스로 알려진 성내천길을 따라 걸으며 봄 날씨를 만끽했다. 이때도 지금 못지 않게 비가 자주 내려서 벚꽃이 만발한 경치를 확인하진 못했으나 적당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어우러짐에 따라 산책하며 걷는 시간이 마냥 즐거웠다.

 

 

이날 내가 선택한 성내천길 도보 경로는 개롱역 2번 출구로부터 시작해 올림픽공원에서 마무리되는 여정이었다. 특히, 서울 둘레길 중에서도 송파 둘레길은 처음이었던지라 초행길 곳곳을 움직이는 순간마저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개롱역으로 나와 성내4교에 도착한 뒤 아래쪽에 자리잡은 하천으로 내려가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성내천길의 출발점에 서게 된 거라고 볼 수 있다. 이날은 성내천 뿐만 아니라 개롱역 역시도 처음 가보는 거라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이들지 않을 수 없었던 하루였다. 

 

오후 12시가 다 되었을 무렵에 마주한 4월의 성내천길은 도심 속 초록의 경치가 조화로움을 선사하며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존재했다. 벚꽃은 거의 져버린 상태였지만, 아예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건 또 아니라서 꽃잎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함을 전한 찰나도 상당했다.

 

그리하여 양쪽 길 사이를 잇는 돌다리마저도 햇빛에 반짝이던 봄날이었다. 

 

성내천길을 걷다 보면, 반짝이는 전구 아래로 감탄을 자아내는 절경을 담아낸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이 또한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길을 걸으면서 관람이 가능한 성내천길 사진전도 그런 의미에서 감탄을 내뱉게 도왔다.

 

곳곳에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 다양하게 존재해 흥미로웠던 송파둘레길 1코스, 성내천길 산책이었다.

 

그리고, 하천 한가운데에 사슴 형형색색의 사슴 조형물을 설치한 모습도 인상깊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조금 걸었더니, 은은한 빛깔을 선보이는 벚꽃나무와 샛노란 화사함을 확인하게 해주는 개나리가 초록의 풍경에 더해져 관심을 집중시켜서 카메라 셔터를 절로 누르게 되었다.

 

 

비가 오고 난 뒤에야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벚꽃이 전부 자취를 감춘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어 안심이 됐다. 늦게라도 찾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송파둘레길임을 알림과 동시에 벚꽃 핀 성내천의 멋스러움을 자랑하는 문구도 눈에 띄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게 만들었다. 풍성하도고 다채로운 볼거리가 이어져서 오기를 정말로 잘했다 싶었다. 

 

이와 함께, 아직 남아 있던 벚꽃나무를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며 봄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도 잊지 않았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대신, 바람에 흩날리며 쏟아져 내리는 벚꽃비 사이를 걷는 찰나도 행복을 전했다.

 

송파둘레길에선 벚꽃 송송파파 캐릭터도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벚꽃명소에서 맞닥뜨린 귀여움도 산뜻한 봄의 기운을 한껏 북돋아줘서 신이 났다. 

 

벚꽃이 사라진 성내천길 한 켠에는 개나리를 포함한 노란색 꽃들이 반겨줘서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바빴다. 벚꽃이 한창 피어있던 시기가 지나서 그런지 몰라도, 인파가 북적이지 않은 점도 편안한 걸음을 옮기게 해줬다.

 

덕분에 봄꽃 바라보며 산책하기 좋았던 하루였다. 

 

성내천 복원사업 준공 기념비도 걷다 보니 만나는 게 가능했다. 송파둘레길 1코스 성내천길은 그저 직진만 하면 목적지로 안내했기에,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걷다가 지칠 땐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를 찾으면 그만이었다. 

 

점점 더 앙상해져 가던 벚나무의 모습은 때가 되면 꽃잎을 피워냈다 금방 사라지고 마는 봄꽃을 향한 안타까움과 봄의 계절마다 마음을 파고드는 특유의 두근거림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줘서 희비의 감정이 교차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봄은 봄이구나 싶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눈 앞에 놓인 길을 걷다 보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머리 속에 혼란스러움을 불러 일으켰던 온갖 잡념은 저 멀리로, 대신 그저 현재에 오롯이 몰입하며 걷는 일에만 신경을 쓰는 일이 가능해 흡족했다. 덕택에 산책의 장점을 한 가지 더 깨닫게 돼 기뻤다.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것을 기본으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빠져들게 해주는 걷기의 묘미를 절절하게 실감할 수 있어 짜릿함이 밀려왔다. 인생 뭐 있냐 싶은 생각까지 들게 했던 성내천길 도보여행이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까 드디어 올림픽공원에 당도했다. 근데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보다 오히려 내가 멈춰선 올림픽공원 너머로 계속되는, 위의 길이 더 멋져 보여서 쉽게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었다. 참고로 사진 속의 장소는 올림픽공원에서 잠실나루역으로 가는 방향의 성내천길 코스인데, 여기까지 오느라 에너지를 대부분 소모한 탓에 다리 위에서 보이는 전경에 탄성을 내뱉으며 기념사진만 찍고 걷기를 멈췄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올림픽공원 근처 성내천길보다 한강 방면으로 이어지는 아산병원 옆 성내천길이 더 유명하다고 하니까 기회가 된다면 벚꽃 만발한 봄날에 명성이 자자한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날의 내 걸음은 여기까지인 걸로. 벚꽃과 개나리를 보며 개롱역부터 올림픽공원까지, 송파 둘레길 1코스 성내천길을 새로이 만나 걸어볼 수 있어 좋았다. 송파 둘레길은 성내천길 외에도 장지천길, 탄천길, 한강길로 구성되어 있으니 내년 봄에는 꼭 성내천길이 아니라도 한 군데 정도는 들러서 벚꽃을 제대로 즐겨봐야겠다. 

 

산책을 멈추고 만난 봄날의 풍경이 아름다워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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