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탐방 경로 :: 창의문-백악마루-청운대-곡장-촛대바위-숙정문-말바위 등산로

창의문

경복궁역에서 시작된 인왕산 등산은 범바위 지나 정상을 찍고 창의문으로 내려와 마무리되었고, 그 뒤에 곧바로 북악산을 오르고자 창의문으로 향하는 계단에 힘차게 발걸음을 디뎠다. 위치적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이유에 힘입어 난생 처음으로 연계 산행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창의문은 인왕산과 백악산이 만나는 곳에 존재하는 문으로 사소문 중 유일하게 조선시대에 지어진 문루가 그대로 남아있다. 창의문 문루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영조17년인 1741년에 다시 세워졌고, 이때 새로이 문루를 짓게 되면서 인조반정 때 반정군이 이 문을 통해 도성에 들어온 것을 기념하고자 공신들의 이름을 새긴 현판을 문루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덧붙여, 이 문 부근의 경치가 개경의 승정지인 자하동과 비슷하다고 하여 자하문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고. 

 

참고로, 52년 만에 개방된 북악산 한양도성 신규 탐방로는 창의문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가야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북악산 등산 자체가 처음이라 가까운 코스를 먼저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에, 신규 탐방로는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덕분에 창의문 정면 사진도 없다.   

 

그리하여 창의문 옆에 위치한 창의문 안내소로 입장하자 목걸이 형식으로 제작된 표찰을 건네받을 수 있었고, 표찰을 이용해 개찰구를 통과한 뒤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이어나갔다. 이에 앞서 직원분이 표찰은 꼭 이동하는 동안 목에 걸고 다니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예전에는 신분증 확인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따로 요구하지 않아서 편했다.

 

다만, 북악산 지역은 군사시설이 자리잡은 구역이라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많아서 셔터를 누르기보단 등산하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음을 미리 언급하고 넘어간다. 인왕산과 달리 계단 위주의 길이 대부분이었는데, 그게 의외로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덧붙여, 간단하게 챙겨 온 먹거리는 돌고래쉼터에서 섭취하며 영양분을 보충했다.  

 

백악마루

그러다 보니까 해발 342m 북악산 정산인 백악마루에 금방 올랐다. 북악산의 옛 이름이 백악산인 만큼, 정상석에 백악산이라는 명칭이 쓰여진 걸 확인하는 것 또한 가능했다. 

 

 

북악산은 서울 경복궁의 북쪽에 솟아 그 진산을 이루어 온 산이다. 여기서 진산이라 함은, 각 고을이나 도읍지에서 그곳을 지키는 주산으로 정해 제사를 지내던 산을 말한다. 북악산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백악산신을 모시던 사당이 있었다는 이유로 백안산으로 불려왔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뾰족하게 삼각형 모양으로 솟아난 형상을 지녀 주변의 산에 비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북악산 곳곳에서는 군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경비를 서며 보초근무를 하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되었는데, 백악마루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더불어 정상석 옆으로 솟아있는 커다란 바위와 그 앞에 놓인 귀여운 벤치 두 개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다 보니 소나무의 푸르름이 돋보여서 인상적이었다.  

 

1 · 21 사태 소나무

백악마루를 지나던 도중에 1·21 사태 소나무도 마주할 기회가 생겼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31명의 무장공비들과 우리 군 · 경이 치열하게 교전하다 소나무에 15발의 총탄 흔적이 남게 됐고, 그 이후에 이 소나무를 1·21사태 소나무라 부르게 되었단다. 

 

청운대

해발 293m 지점에는 청운대 표지석이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그 앞으로 서울 도심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와서 잠시나마 숨을 돌리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청운대 근처에 벤치가 사이좋게 배치되어 있어 원하는 자리를 골라 쉼을 청했다. 이때는 3월 말이라 백목련이 한창 피어나던 시기였기에 덥지 않아서 쾌적한 등산이 가능했는데, 최근 들어 날씨가 급격히 더워졌으니 앞으로의 등산을 위해선 여름 못지 않게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벤치에서 잠시 쉴 때 창의문 안내소에서 받은 표찰을 기념으로 찍어뒀다. 문화재청에서 발급한 북악산 탐방로 표찰임을 알려주는 물건인데, 목걸이줄은 물론이고 표찰의 색감이 취향이라 그냥 바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굉장히 신경 써서 잘 만든 듯. 

 

북악산에서는 문화재 보호와 쾌적한 도성 탐방을 위해 한양도성 주변에서의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고 있으니, 위와 같은 안내판이 설치된 곳에서는 취식을 금지하기를 바란다.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쉼터를 따로 마련해 두었으니 음식은 정해진 공간에서만 먹도록 하자. 

 

 

그 와중에, 음식 섭취를 허용하지 않는 표지판에 김밥 그림이 매우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이 역시도 눈여겨 볼만 했다. 하지만 봄, 가을, 겨울과 달리 여름 등산의 경우에는 김밥이 상할 수 있으므로 먹거리를 챙길 땐 반드시 주의를 해주는 게 좋겠다. 

 

곡장에서 바라 본 전망

북악산에서도 인왕산 못지 않게 한양도성 성곽길이 눈길을 잡아끌었고, 기대 이상의 풍경이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일이 다반사라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중에서도 곡장에서 바라 본 전망은 단연 최고였다. 이러한 이유로, 북악산 탐방을 할 때 잊지 말고 곡장 전망대에 꼭 들러서 멋진 자연의 풍광을 맞닥뜨리기를 바란다.

 

다음에 가도, 곡장은 빼놓지 말고 방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 정도로 감탄을 터뜨리게 해준 순간이었다. 

 

촛대바위 

숙정문으로 가던 길에 촛대바위도 맞닥뜨릴 수 있었다. 특히, 촛대바위의 상단에 자리잡은 지석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쇠말뚝을 박았던 부분을 표시해 둔 것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다행인 건, 현재는 쇠말뚝을 제거한 상태라는 사실.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만드는 흔적들이 북악산을 오르 내리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져 마음이 무거웠다. 

 

조금 멀리서 바라 본 촛대바위

뿐만 아니라 촛대바위는 북악산 정상에서 보면 높이 13m의 절벽이라고 하던데, 미처 확인을 못하고 내려와서 시간 날 때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더하여 멋드러진 아우라를 갖춘 소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 역할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이로운 경관을 선물해줘서 길을 걷는 시간 내내 행복함이 밀려왔다. 소나무가 울창한 경승지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하게 돼 감탄을 자아냈음은 물론이다. 

 

소나무 보호 군락지로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확인하게 되니, 과연! 이름에 걸맞는 장소임을 절실하게 깨닫게 돼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푸르름 가득한 소나무와 성곽길의 조화로움이 환상적이었고, 그 옆으로 내려다 보이던 경관 역시도 백문이 불여일견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거리두기도 완벽하게 실천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만족도가 극대화됐던 것도 사실이다.

 

 

나이 먹을수록 자연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는 날들이 늘어감에 기쁨을 느낀다. 소나무 숲길이 선사하는 피톤치드에 둘러싸여 룰루랄라 콧노래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걸으며 즐거움의 흥얼거림을 맘껏 누리게 돼 신이 났다. 

 

숙정문 문루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숙정문 문루에 도착했다. 내부로의 입장은 허용되어 있지 않았으나 이렇게나마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있어 괜찮았다. 

 

숙정문

계단을 내려오면 숙정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입구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열린 문으로 가면 숙정문 안내소가 나타나는데, 그곳에 표찰을 반납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해 보자면, 숙정문은 한양도성의 북쪽 대문이다.

 

나는 숙정문을 지나 조금 더 걷기로 했다. 그래서 입구 밖으로 잠깐 발을 들였다가 금방 되돌아왔다.  

 

말바위 안내소

이렇게 해서 만난 표찰 반납처는 말바위 안내소였다. 긴 여정의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괜시리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한양도성 순성길(백악산구간) 전망안내도 

표찰을 반납하고 난 후에는 한양도성 순성길(백악산 구간) 전망대를 따라 눈 앞에 자리한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오늘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기했다.

 

등산 초보자에게 다소 무모한 일정이었으나 도중 하차 없이 무사히 해내게 돼 뿌듯함이 앞섰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분홍 진달래가 햇살과 어우러져 뿜어내는 화사함이 예뻤다. 말바위 안내소를 지나고 나서도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눠져서 등산객들의 목적지에 따라 흩어져 걷는 모습이 재밌었다. 

 

그리고 드디어, 북악산 탐방의 끝을 알리는 종착지에 가까워졌는데 이곳에서 건강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돌탑을 볼 수 있어 흡족했다. 요즘 나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가 건강이라는 점에서, 건강한 삶을 기원하며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뒤 발걸음을 옮길 수 있어 기뻤다. 

 

이날 경험한 북악산 탐방 경로는 창의문을 시작으로 백악마루, 청운대, 곡장, 촛대바위, 숙정문, 말바위 등산로까지였다. 총 2시간이 소요된 적당한 등산 코스였다. 인왕산 & 북악산 연계산행으로 진행했으니 다 합치면 3시간 30분 정도가 거렸다고 보면 되겠다. 말바위 등산로에선 삼청공원 후문으로 나와 삼청동 부근으로 이동했다.

 

인왕산은 암릉 구간이 있어 등산의 스릴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북악산은 경치의 멋스러움이 황홀함을 전했다.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걸었던지라 막바지에 다다라 무릎 통증을 경험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철저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스케줄을 이어나간 거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회복이 돼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체계적인 등산 전후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을 포함한 신체 건강을 유지하며 보다 안전한 산행을 해나갈 것을 굳게 다짐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체력 관리를 위하여 운동을 해나가기로. 

 

2021년 3월에 도전했던 인왕산과 북악산 연계산행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기분이 좋다. 올해 등산은 안산, 인왕산, 북악산, 봉화산까지 순서대로 잘 다녀왔으니 다음 등산 코스도 새롭게 짜봐야겠다.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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