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이 흐르는 장안벚꽃길에서 걷기 좋은 서울의 봄을 만나다

이화교 부근

서울 중랑구 봉화산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곳을 찾은 진짜 목적을 달성하고자 중랑천 벚꽃길을 향해 길을 나섰다. 이날 내가 걸었던 코스는 이화교(중화역)에서 군자교(장한평역)까지인데, 서울시 테마산책길로 일컬어지는 장안벚꽃길이 메인이었다. 봉화산 정상인 아차산 봉수대에서 중화역 쪽으로 내려와 걷다 보니 이화교가 나타났고, 벚나무가 반갑게 맞이하는 산책로를 따라 힘차게 걸어 나갔다. 

 

 

장안벚꽃길은 군자교 녹지대에서 배봉연육교까지 이어지는 중랑천 제방 산책길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실제로 마주하게 돼 기뻤다. 햇살이 눈부시게 따뜻한 봄날이라 발걸음도 가볍게 전진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일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벚꽃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봄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 

 

벚나무 가지에 매달려 살랑거림을 자랑하던 벚꽃 못지 않게 바람이 불어와 바닥에 내려앉은 벚꽃의 모습 또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봤던 순간이 있었다. 

 

중랑천 쉼터
겸재교 벤치에 앉아 바라 본 벚꽃길

이화교에서 벗어나 걷던 도중에 아래쪽으로 설치된 계단이 포착돼 중랑천을 바로 옆에 두고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던 시간도 설렘을 선사했다. 등산 후에 이어진 산책이라 다리가 조금 아파올 때쯤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눈에 들어와서 잠시 머무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여기서 바라 본 벚꽃의 비주얼이 황홀함을 자아냈기에 감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직접 벚꽃길을 걸어봐야겠다 싶어서 위쪽으로 올라가 겸재교를 건너 원하는 장소에 이르렀다.   

 

잠시 후, 이로 인하여 맞닥뜨리게 된 장안벚꽃안길의 모습은 탄성을 내뱉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은은한 빛깔과 몽글몽글한 모양새를 지닌 벚꽃을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 싶어 뿌듯함까지 경험하게 되었던 하루이기도 했다.

 

참고로 이날 걸었던 장안벚꽃길 중에서도 장안벚꽃안길이라고 명명된, 겸재교에서 배봉산연육교까지의 꽃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배봉산연육교에서 겸재교까지는 벚꽃길 아래로 걸어 온 상황이라 원래는 장안교 쪽으로 움직여야 했으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매우 잘한 선택이었음을 걸어보고 확신할 수 있어 뿌듯함이 밀려왔다. 벚꽃명소로 입소문이 난 곳이라서 벚꽃 반, 사람 반이긴 했지만 그래도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걷는 게 가능해 괜찮았다. 

 

파란 하늘과 새하얀 벚꽃의 조화로움이 그저 장안벚꽃안길의 경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왔던 점도 매력적이었다. 이런 광경이 반복되는 길을 걷는데 다른 생각을 한다는 건 사치일 뿐이었던 것이다.

 

혼자는 물론이고 친구, 연인, 가족과 여럿이 마음껏 봄꽃의 어여쁨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훈훈함을 더했다. 

 

하늘 위로 뻗어나간 벚꽃들이 일깨워준 청량한 봄의 공기도 상쾌함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여태껏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과의 만남은 역시나 짜릿함을 선사하고도 남았다. 

 

주말에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날씨예보를 확인하고 부리나케 달려온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벚꽃이 훨씬 더 일찍 만개해 버려서 봄꽃 나들이 일정을 앞당기게 됐는데, 덕분에 걷기 좋은 서울의 봄을 만끽할 수 있어 짜릿했다.

 

진짜로, 정말로 멋있었다. 

 

하늘 아래로 그늘을 드리워주던 벚꽃과 주변을 둘러싼 개나리, 이제 막 초록의 푸르름을 탄생시키던 이름 모를 식물의 콜라보레이션이 환상적인 봄날을 선물해줘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던 한때였다. 여기에 바닥을 수놓은 벚꽃잎 역시도 장관을 이루는데 한 몫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꽃길을 걸으며 봄의 아우라에 흠뻑 빠져들었다. 

 

장안벚꽃안길이라고 불리는 겸재교부터 배봉산연육교까지의 코스는 여기까지였다. 참고로, 사진 속에 자리잡은 배봉산연육교를 건너면 배봉산근린공원과 둘레길로 갈 수 있는데 나는 이쯤에서 몸을 돌려서 겸재교 방면으로 향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던 관계로, 후회없이 돌아섰다. 

 

겸재교

이날 장안벚꽃안길을 걷게 된 건 겸재교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다리의 비주얼도 기념으로 남겨봤다. 조선 후기의 화가로 알려져 있는 겸재 정선과 관련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정답이었다. 정선의 호인 겸재에서 따온 이름이 겸재교라서 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중랑천과 고층 건물과 산이 어우러진 공간 속에 겸재교까지 자리잡은 모양새가 배산임수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어 눈여겨 볼만 했다. 익숙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색다른 서울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걷다가 힘이 들 땐, 비어있는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다. 덕택에 벚나무와 개나리, 그 옆에 세워진 자전거가 이루어낸 탁월한 풍경을 가까이서 보는 게 가능해 만족스러웠다.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 위로 일렁이는 벚꽃의 그림자도 예뻤다. 

 

이렇게 멋진 곳을 이제서라도 알게 돼 흡족했고,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두 눈을 반짝이며 모든 순간을 담아보려 애썼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를 떠올리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이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해 화장실과 벤치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카페, 작은 도서관 등의 편의시설도 눈을 뗄 수 없게 도왔다. 

 

장안벚꽃안길만을 위한 포토존도 정말 많았는데, 각양각색의 바람개비가 설치된 곳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벚꽃 명소인 만큼, 벚꽃이 다했던 장소였음을 확신한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장안벚꽃길과 연결되는 통로가 존재함에 따라 원하는 곳에서 출발해 걷는 일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토끼와 달, 별 등의 조형물이 놓여있던 곳도 포토존 중의 하나였는데 밤이 찾아와 조명이 켜지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낮에 봐도 멋졌지만, 야경 속에서 반짝거리며 더 예쁘게 빛나는 포토존으로 자리매김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겸재교를 지난 뒤 걸었던 장안벚꽃길은 봄꽃 외에 볼거리가 풍성해서 걷는 속도를 늦추게 했다. '장안벚꽃길과 함께'라는 제목으로 그려진 그림의 자태도 최고였다. 

 

그래서 포토존으로도 인기가 많았다. 

 

'힐링하세요 장안벚꽃길'이라는 문구도 바람에 휘날리며 웃음을 전했다. 여기를 지나 걸을수록 사진 찍는 횟수가 감소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장안벚꽃길의 마지막에 도달했으며 나는 조금 지쳤다. 전부 다 걸어 볼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해내고야 말았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해서 좋은데, 가을에는 왕벚나무와 느티나무의 단풍이 멋스럽다고 하니 문득 궁금해졌다. 일단은 중랑천이 흐르는 장안벚꽃길에서 걷기 좋은 서울의 봄을 마음껏 누렸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하루 날을 잡아서 일구어낸 산책과 등산의 보람을 잊지 말고 기억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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