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완주 :: 청계광장(광화문역)부터 살곶이다리(한양대역)까지 걷기

서울 청계천 다리 및 완주 코스 경로

2021년, 바야흐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하여 새로운 취미를 만들기에 이르렀으니 이름하여 산책과 등산이다. 언택트 시대에도 건강관리가 필요한 법이므로 마스크를 착용하기만 하면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언제든지,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다는 장점을 보유한 운동법을 발견함에 따라 현재는 이를 꾸준히 실천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로 인해 3월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번째 산책 코스는 서울 청계천으로, 짧지 않은 길을 천천히 걸어 완주하는 걸 목표로 정했다. 청계광장이 있는 광화문역에서 살곶이다리가 자리잡은 한양대역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니 후회는 없다. 참고로 걷는 동안 만나 본 서울 청계천 다리는 위와 같으며, 완주 코스 경로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서울 청계천 산책로의 경우에는 그저 앞으로 직진해 걷기만 하면 돼서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는 게 장점이었다. 다만, 총 17.63km의 길이로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만만치 않은 산책길을 예감하게 해 마음을 단단히 먹게 됐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덧붙여 보자면, 청계천 산책로 안에는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으나 주변 건물 및 시설에 마련된 공중화장실 사용이 가능했고 이에 따른 위치를 상세히 기록한 안내문이 곳곳에 부착돼 불편함이 없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중에서도 인근 지하철역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광화문역 청계광장

일단 광화문역 청계광장의 스프링을 뒤로 한 채 서울 청계천 걷기를 시작했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소리를 음악 삼아 힘차게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었고, 오전 시간대에 도착해서 한산함이 느껴지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청계광장을 지나 만나게 되는 청계천의 첫번째 다리는 모전교였다. 조선시대에 이 다리 모퉁이 근처에서 과일을 파는 가게인 과전(모전)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해서 모전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20개가 넘는 다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전혀 다른 이름 만큼이나 각양각색의 개성을 뽐내는 생김새 또한 확인할 수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처음에는 걸으며 이날 마주한 다리 사진을 전부 찍어보려 애썼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목적지 도착이 더 중요해져 청계천 다리 말고 내 다리를 위한 응원에 힘을 쏟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광교는 주황색 다리라는 점에서 화사한 컬러감이 돋보였고, 탄탄한 구조가 눈에 띄어서 셔터를 누르게 되었다. 이때가 3월이 막 다가온 시점이라서 청계천 주변이 매우 휑했지만 날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춥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

 

오히려 안 더워서 걷는데 도움이 더 많이 됐다. 

 

비상시 조난자를 구해줄 수 있도록 설치된 구명환도 눈에 쏙 들어왔다. 위급상황에 대비한 물품들이 곳곳에 구비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돼 안심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일교 아래에는 한화 불.꽃길이 조성되어 벽화와 더불어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문장이 쓰여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참고로, 삼일교는 1919년 3월 1일에 펼쳐진 3.1운동을 기리며 지어진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불.꽃길 역시도 독립의 불꽃이 된 3.1운동을 잊지 않고자 한화와 서울시가 탄생시킨 공간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전해져 왔다.

 

 

특히, 한화 불꽃길이 아니라 불.꽃길로 명명되었다는 점이 뜻깊게 다가왔다. 이곳으로 환한 햇살이 스며들게 됨으로써 완성되던 눈부신 순간도 인상적이었음은 물론이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찬찬히 그림과 글을 바라보며 쉼을 경험하도록 도왔던 찰나이기도 했다. 

 

청계천을 한참 걷다 보니 우뚝 솟은 전태일 기념관의 외관 또한 맞닥뜨리는 게 가능했다. 그리하여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는 직접 내부로 들어가 전시를 직접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리고, 식사는 전태일 기념관 옆에 위치한 대련집에서 하면 안성맞춤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 담기진 않았으나 전태일 기념관 왼쪽으로 머지 않은 곳에 대련집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골칼국수가 유명하다고 하니, 방문한 김에 전시 보고 밥까지 먹으면 완벽하리라. 

 

오렌지빛 세현상가와 옐로우 컬러의 카페 건물도 눈에 확 띄어서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해서 길을 걸어나갔다. 이렇듯 걸으면서 다양한 서울의 도시 풍경이 속속들이 포착돼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청계천에서 만난 왜가리 

서울 청계천 완주를 위해 걸음을 옮기던 중, 다양한 생물의 존재감이 뽐내는 아우라 또한 접할 수 있어 유쾌했다. 왜가리에 그치지 않고 백로, 넓적부리, 청둥오리를 포함해 저마다 다른 소리로 지저귀는 새들이 가는 길에 풍성함을 더해줘서 즐거웠다. 

 

게다가 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잉어떼의 모습도 반가움을 전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많았던 건, 비둘기였다. 

 

이 다리는 이름이 2개다. 전태일다리 겸 버들다리로 불린다. 그래서 기억에 남은 다리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와 함께 전태일 동상 또한 다리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다고 하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만나봐야겠다. 

 

위치는 동대문 평화시장이다. 

 

청계광장에서 길을 나설 때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진 산책로 중에서 왼쪽을 선택해서 걸었다. 그러나 유지관리와 비상대피를 위한 통로로 출입을 제한하는 구역이 존재했고, 그로 인하여 돌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건너왔다. 위와 같은 출입 제한지역이 양쪽 모두 설치되어 있었기에 왼쪽과 오른쪽 산책로를 번갈아 이용하며 걷는 재미가 있었다. 

 

이동하다가 반대쪽 길이 더 좋아 보일 땐 돌다리를 건너는 일도 적지 않았다. 

 

서울 풍물시장 부근에 설치된 다리
다리를 건너면 만나게 되는 돌하르방

서울풍물시장 부근에서 다리를 건너면, 마주보고 서 있는 돌하르방의 모습도 확인하는 일이 가능하다. 제주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주민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호신이 서울 청계천에서 보게 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돌하르방과의 만남 후에는 소망의 벽을 통해 사람들의 글과 그림이 빼곡히 채워진 벽면과 서울특별시와 제주도의 교류협력 협정을 기념하고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며 설치된 제주도 상징물인 물허벅 여인상도 사람들을 반기니 잠시 가던 길을 멈춰도 좋다. 물허벅여인상의 경우에는 제주도에서 먼저 만나고 돌아온 경험이 있어서 더 반가웠던 게 사실이다. 

 

이로써 이곳은 돌하르방, 소망의 벽, 물허벅여인상까지 볼거리가 남다른 공간이었다. 

 

하늘물터(존치교각)

그리고 여기에는 하늘물터라는 이름으로 청계천고가도로 존치 기념물이 세워져 있었다. 노후화로 인해 안전문제가 대두된 청계고가도로(서울시 중구 충무로 60번지에서 동대문고 용두동 34번지를 동서로 연결하던 고가도로)가 2003년 8월 30일에 철거를 완료했는데, 근대 서울 개발의 역사적 상징성과 청계천 복원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비우당교와 무학교 사이의 교각 3기를 존치해 2013년 7월 서울미래유산 제248호로 지정한 것이 특징이었다. 

 

여기서 또 한참을 걷다 보니 미니언즈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타이어 조형물이 반겨줘서 기뻤다. 미니언즈 캐릭터 조형물 뒤로 앉아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된 점도 센스있게 느껴졌다.

 

서울 청계천 산책로 사이사이로 쉼을 위한 벤치가 적지 않아서 이 점도 흡족함을 선사했다. 기나긴 여정 안에서 휴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으므로, 잠시 앉아 숨을 고르며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성동구 살곶이 조각공원

살곶이 조각공원에서는 '동심의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조형물이 관심을 잡아끌었다.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물고기를 타고 여행하는 아이들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커다란 물고기 위에 앉은 두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상 중 왼쪽은 소년, 오른쪽은 소녀로 오누이 조각상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원래는 사진처럼 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니었으나 계절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의상을 입혀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감동을 자아냈다. 마스크는 코로나 시대를 의미하는 거라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옷을 입고 패션 센스를 자랑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단, 그날엔 마스크가 사라졌기를 간절히 바란다. 

 

앞모습 못지 않게 뒷모습 또한 귀여움을 맞닥뜨리게 해주었던 '동심의 여행'이었다. 덧붙여 빨간 모자와 초록 망토, 초록 모자와 빨간 망토를 걸쳐 입고 깜찍한 남매룩을 보여준 오누이 조각상과 물고기의 모험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청계천은 보행로 외에 자전거도로도 잘 해둬서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아직은 겨울의 모습을 간직한 서울의 거리를 이렇게 오래도록 걸어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좋았다. 

 

마침내 한양대학교 건물이 보였을 때는 마음 속으로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음을 실감하게 돼 기쁨이 차올랐다. 반갑다, 한양대! 

 

눈 앞에 나타난 성동구 살곶이다리

이와 더불어 살곶이다리도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 마음이 벅찼다. 살곶이다리 앞에는 문화재보호구간임을 알리며 천천히 걸어갈 것을 당부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걸을 때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덧붙여 자전거는 위험하니 내려서 끌고가기를 당부했으니 이 점을 꼭 기억해 주면 좋겠다. 

 

살곶이다리는 보물 제1738호로 조선시대의 수도인 한양과 동남지방을 연결하는데 있어 주요통로로 이용되던 다리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서울에 현존하는 조선시대 다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긴 데다가 오래된 돌다리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여기에 더해 1988년 서울 올림픽 경기를 대비해 도로확장공사가 시행되던 도중에 망가진 것을 옛모습 그대로 복원해 냈다고 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웅장함과 멋스러움이 동시에 전해져 와 천천히 걸으며 살곶이다리 위에서의 시간을 음미하게 됐다. 

 

살곶이다리 옆으로 보물임을 일깨우는 비석과 서울 살곶이 다리 야외 석재 전시장 관련 정보 및 귀틀석 해체위치, 부재 설명도까지 만나볼 수 있으니 이 또한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울퉁불퉁한 모양새의 투박함이 도드라지는 살곶이 다리와의 첫 만남이 가치있게 여겨졌던 한때였다. 그동안 서울에 살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소중한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청계천 산책을 통해 마주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살곶이 다리를 중심으로 펼쳐진 서울 성동구의 풍경도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만끽하는 일이 가능해 행복했다. 

 

서울 청계천 산책로에서 만난 인상적인 글귀 

광화문역 청계광장에서 한양대역 살곶이 다리로, 서울 청계천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으며 완주를 해낼 수 있어 뿌듯했다. 뭣도 모르고 청계천 전구간 왕복을 염두에 두었던 것도 잠시, 마음을 고쳐먹고 편도 코스로만 수정을 한 게 성공요인이었다고 본다. 시작이 좋다. 

 

다만, 편도 구간을 정복하고 난 뒤에 시간이 꽤 넉넉하게 남아서 돌아가는 길에 청계천 산책로를 다시 걷긴 했다. 그러다 다리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싶을 때 근처의 지하철역으로 향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5시간 30분 정도의 산책을 이루어냈음을 밝힌다. 내 다리는 소중하니까. 앞으로를 위하여 준비운동과 체력 분배 및 관리에도 힘을 쏟기로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서울 청계천 산책로에서 만난 문구 중에서는 위의 문장이 뇌리에 박혔다. 신기하게도 걸을 땐 잡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게 참 좋더라. 새로운 취미생활로 걷기를 선택한 일이 참 잘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 흐뭇함을 안고 다음을 기약하게 된 하루였다. 그렇게 걸으며,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나의 길을 가보련다. 

 

"오늘은 잠시 걸어야겠어. 모두 잊고 나의 길을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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