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선발대 ::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떠나는 러시아 기차여행이 궁금해서 본 예능

tvN 채널에서 방영된 여행 예능 <시베리아 선발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함께 기차를 타고 떠나는 러시아 여행이 궁금해서 시청하게 된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버킷 리스트까진 아니었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막연한 호기심을 갖게 만든 해외 기차여행이었던 것이 사실이라 이렇게나마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 가능해 즐거웠다.


게다가 여행의 시작점인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종착지인 모스크바까지, 총 9,288km의 여정을 만나보게 해준 출연진이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자주 드러내지 않았던 배우들이라서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시베리아 선발대의 멤버는 이선균, 김남길, 이상엽, 고규필, 김민식, 이렇게 총 5명으로 이루어졌다. 그중에서 이상엽은 촬영으로 인해 조금 늦게 합류했지만, 어색함 없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여행은 11박 12일 동안 진행됐는데 6박 7일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나머지 시간은 기차에서 내려 정해진 여행지에 머무르며 러시아의 색다른 면모를 맞닥뜨리게 해줌에 따라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아무래도 기차여행의 특성상 객실 내부에서 보내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관련된 정보 외에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전해주고자 배우들이 고군분투하는 순간들이 많아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이 없지 않았다.


이와 함께, 연기에 대한 꿈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장면들도 감명깊었다. 특히, 동갑내기 친구인 고규필과 김민식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행을 함께 할 멤버 구성에 있어서도 제작진이 아닌 이선균과 김남길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점 역시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 그로 인해 여행 내내 편안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음은 물론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여정으로 일컬어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며진 예능 프로그램 <시베리아 선발대>를 최종회인 9회까지 보고 났더니, 직접 다녀오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힘에 부치는 여행은 점점 멀리하게 될 수 밖에 없는데, 이 기차여행이 바로 그랬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해외여행의 로망을 꿈꾸며 떠날 계획을 세우던 예전의 나였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내가 느끼는 솔직한 심정은 이렇게나마 간접경험을 하게 돼 다행스럽다는 거였다. 


기차가 역에서 꽤 오래도록 정차할 땐 바람을 쐬며 산책을 하거나 먹거리를 사며 여유를 부리는 게 가능해 보였으나 내가 원하는 여행은 발로 직접 움직이며 풍경 속에서 만나는 새로움에 가까웠기에 보는 내내 별다른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나와 달리 이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있었다면, 부디 여행자가 될 준비를 시작해 이 기차여행을 하루 빨리 실행에 옮겨 보면 어떨까 싶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여행의 묘미는 다른 법이니까. 




열차의 객실은 기본적으로 1등석, 2등석, 3등석으로 구분되는데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모든 승객이 함께 지내는, 한 칸에 최대 54명을 수용할 수 있는 3등석에 자리를 잡았다. 


1, 2층으로 나뉘어진 좌석 겸 침대와 맨 위에 존재하는 짐을 올리는 선반은 물론이고 옷걸이, 이부자리, 테이블, 테이블 아래 콘센트까지 필요한 건 전부 다 있었다. 


이외에 식당칸이 존재했고 화장실은 각 칸마다 2개, 샤워부스는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만 이용이 가능했다. 더불어 이들이 떠났던 여름의 기차는 멈춰있을 땐 찜통 같은 더위가 지속돼서 이러한 현상을 피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기차의 3등석 외에 2등석과 1등석의 비주얼도 방송으로 만나보는 것이 가능해서 만족스러웠다. 1등석과 2등석의 경우에는 여닫을 수 있는 문이 있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와 분리되는 점이 프라이빗하게 느껴졌다. 콘센트 및 수납공간의 개수와 증정품 유무의 차이도 눈여겨 볼만 했다.



여행자들 사이에 친목을 원하지 않는다면, 1등석 또는 2등석을 예매해서 조용히 시간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덧붙여 위의 가격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 구간까지만 책정된 것이니 이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최종 목적지인 모스크바까지 예매하면 가격이 훨씬 올라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까 선발대가 타고 간 3등석은 10만원 안팎이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아, 그리고 반려동물과의 동반 탑승도 가능한데 정해진 좌석이 있다고 하니 미리 체크해 두면 좋겠다. 예약 시 발바닥 그림이 그려진 자리를 예매하면 된다고. 발바닥 그림 관련 정보는 방송이 아니라 따로 검색을 해서 알아 봤다. 






객실과 문이 분리되지 않고 공개된 좌석인 3등석에서 시베리아 선발대 멤버들 또한 다른 여행자들과 우정을 나눴다.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게임을 같이 하면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모습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강아지 장난감 신기했고, 기대 이상으로 도움을 준 장난감 무선기도 눈에 띄었음은 물론이다. 애들과 잘 놀아주던 민식의 다정함도 인상깊었다.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동안 여행을 좋아하는 남길의 모습과 이로 인해 생겨난 가치관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었던 때도 없지 않았다. 휴대전화 없이 즐기게 된 현재의 여유가 선사하는 자유와 행복을 말로 표현하는 찰나에서 진심이 느껴져 아름다웠다. 


여행에서는 사실, 뭘 안 해도 좋다. 여행 그 자체가 전해주는 낭만에 취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기차 또한 애정하는 댕길은 그런 이유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역에서 내리지 않고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여기에 더해 남길의 카메라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됐는데, 기종은 라이카 SL Typ 601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이며 렌즈의 종류는 Vario-Elmarit-SL 24-90mm F2.8-4 ASPH라고 한다. 라이카 SL용 줌렌즈라고. 다른 멤버들의 입에서 사진 잘 나오는 대포 카메라로 칭찬이 자자했던 데다가 직접 찍은 사진 몇 장이 보여져셔 궁금했는데 라이카였음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무게가 남달라 보이긴 했지만, 여행에서 사진은 빼놓을 수 없는 기념품과도 같아서 이왕이면 좋은 카메라와 같이 떠나는 게 좋은 건 맞다. 



기차에서 내려서 알혼섬에 숙소를 잡고, 알혼섬의 최북단 하보이곶에서 풍경을 만끽하던 시베리아 선발대 완전체의 모습도 멋졌다. 바이칼 호의 장관이 내려다 보이는 하보이곶의 절경은 TV로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호수라고 지칭되지만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르름이 매력적이었다. 


다섯 멤버가 러시아 땅에 발을 딛고 많은 곳을 여행하진 않았지만, 9회 안에서 마주치게 해준 장소만으로도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탁월함이 온 몸을 감싸는 일이 많아서 설렜다. 





알혼섬을 떠나 만난 두 번째 열차는 첫 번째 열차의 낡은 침대칸이 아니라 최신식으로 구비돼 선발대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 다만, 샤워실이 없는 게 단점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탑승 전까지 미리 알 수 없어서, 타고 나서 모든 걸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와 함께 <시베리아 선발대>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멤버들의 열차세끼를 책임진 선균의 요리 실력이 상당함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드라마 파스타로 인해 여전히 셰프로 불리고 있었는데, 그에 맞는 능력을 보유한 인물임을 깨닫게 돼 재밌었다. 



사전에 구입한 먹거리를 조합해서 신속 정확하게 선보인 인스턴트 요리가 때때로 입맛을 다시게 했다. 실제로 레시피 보는 걸 좋아하고 간단한 요리를 해 먹는다고 하던데, 이번 방송에서 그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돼 군침을 꿀꺽 삼키게 했던 장면이 꽤 있었다. 


비빔밥에 이어 라면 먹방까지 이어지던 여행 7일 차 저녁식사도 마찬가지였다. 알혼섬 숙소에서 짜장라면으로 짜장면을 해먹던 장면도 최고였다. 




여행 첫날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나 8일차가 되니 깊이 잠드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실내 공기가 많이 건조하고 기차여행이 계속됨으로써 멀미가 유발되는 등, 건강 문제에 직면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끝을 향해 달려가는 다섯 배우들의 여행기는 용기를 북돋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와중에 선균과 규필은 간헐적 단식까지 해냈으니, 엄청난 것이었다. 여행에서 간헐적 단식을 제때 실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대단했다. 








역내에 레스트룸이 마련되어 있어 정해진 비용을 내고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점도 알아두면 유용한 꿀팁이었다. 선발대 막내로 가장 활동적인 면모가 돋보였던 상엽의 활약이 계속돼 레스트룸 창문 밖으로 보이는 예카테린부르크역의 모습을 보게 된 점도 좋았다. 



"좋아요 꾹, 구독 꾹!"을 하염없이 외치며 명대사로 자리잡게 해준 일등공신이었다는 사실도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도전에 거침이 없고 친화력까지 좋아서 다섯 배우 중 가장 여행을 재밌게 즐겼던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모스크바 역에서 시베리와 횡단열차와 작별한 뒤, 규필 투어라는 타이틀 하에 모스크바 여행으로 눈을 즐겁게 해줬던 다섯 배우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모스크바의 야경을 공유하며 여행의 소회를 밝히고 친목을 도모하는 장면도 아련함을 더했다. 


9회에서 여행 후 다시 만난 멤버들의 이야기를 확인하면서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온전히 움직일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치만 역과 역 사이를 이동할 때 1박 2일 정도라면 한 번쯤, 기차에 몸을 실어도 괜찮겠다 싶다. 


여러모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중심으로 러시아 여행의 강점을 알려준 <시베리아 선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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