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몽 카페 그레고리 ::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계절과일 밀푀유와 함께 한 티타임

합정역에서 만나 또보겠지 떡볶이로 배불리 식사를 한 다음, 디저트를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몽 카페 그레고리(Mon Cafe Gregory)다. 친구의 추천으로 함께 방문하게 됐는데, 건물의 2층과 3층을 카페로 사용하고 있어서 계단을 따라 조금 올라가야 했다. 



건물 외관의 풍경은 이랬다. 벽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비주얼을 선보이는 몽 카페 그레고리의 고즈넉함이 내부를 궁금하게 만들어 얼른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합정역과 상수역의 중간 쯤에 자리잡은 곳이라서 둘 중에 가까운 지하철역을 이용해서 찾아오면 되겠다 싶었다. 참고로 우리는 합정에서 걸어갔다.  



이 사진은 건물의 입구를 찍은 거였는데, 카페 안쪽이 비치는 투명한 유리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와중에 온기가 느껴지는 분위기라 호기심이 더해졌다. 문을 열고 올라가면 보이는 카페 2층에 카운터가 존재하고, 계단 가까운 벽면으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음반들이 장식되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우리는 2층이 아닌, 3층에 앉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살짝 둘러보고 곧바로 다시 걸음을 옮기게 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담한 공간으로 이루어졌던 만큼, 테이블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나와 친구는 창가를 내다 볼 수 있는 테이블 옆에 착석했다.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는 모습과 더불어 카페와 마주한 건물이 한눈에 들여다 보이는 뷰 포인트가 괜찮았다. 


음료와 디저트 주문은 카운터로 내려갈 필요 없이, 앉은 자리에서 가능해서 이 점도 좋았다. 메뉴가 나오면 이 또한 직접 가져다 주시기 때문에 편리했다.  



3층은 2층보다 테이블 수가 조금 더 많고 프라이빗한 분위기가 어우러져서 마음에 들었다. 이와 함께, 벽에 부착된 액자에 담긴 뮤지션들이 눈에 띄어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빌 에반스, 비틀즈 등, 음악을 애정하는 카페 주인의 마음이 느껴져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었다. 



친구가 이곳을 얘기할 때 다락방을 연상시키는 카페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었는데, 직접 와보니 그 이유를 깨닫는 게 가능해 즐거웠다. 올라올 때나 내려갈 때 좁고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점만 제외한다면, 마음에 쏙 드는 아기자기함이 깃든 곳이었음을 밝힌다.


카페 전체에 흐르는 음악 역시도 따뜻함이 물씬 풍겨서 몽 카페 그레고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 



시간이 흘러서 우리가 고른 먹거리들이 테이블에 도착했을 때, 2분짜리 모래시계도 함께 등장했다. 이것은 친구와 내가 둘 다 따뜻한 티 메뉴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모래시계의 내용물이 아래쪽으로 다 내려가서 2분이 지난 뒤, 그때부터 차를 찻잔에 따라 마시면 되는 거였다.  



초록빛을 머금은 티팟과 노란 빛깔의 화사한 찻잔이 나에게 다가와을 때의 기분은 설렘 그 자체였다. 티팟을 손에 쥐었을 때 전해지는 무게감 또한 남달라서 감명깊었다. 



이날 내가 선택한 메뉴는 스페셜 티(Special Tea)로 오리엔탈 로즈와 만다린 오렌지, 꿀, 그리고 뒤끝에 살짝 감기는 자스민 향을 경험할 수 있는 차라고 했다. 종류가 꽤 많아서 다른 차와 두고 고민을 했는데, 직원 분이 스페셜 티를 권유해 주셔서 이걸로 시켜봤다.   



스페셜 티는 은은한 과일향이 매력적인 음료로, 달콤한 디저트와 같이 먹기에 제격이었다. 조금씩 천천히 티팟에 담긴 차를 찻잔에 담아 마시면서 수다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금새 흘렀다.


친구가 마신 음료는 파리 블랙퍼스트 티(Paris Breakfast Tea)로, 이 또한 맛이 괜찮았다. 마리아쥬 프레르의 아침차라고 하는데 해가 저물며 다가오는 저녁과 밤 사이에 음미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름이 굉장히 낭만적이라 가끔씩 생각이 날 듯 하다. 



디저트는 계절 과일 밀푀유(Mill feuilles aux Fruits)로 일찌감치 결정을 했다. 천겹의 잎사귀라는 뜻을 보유한 밀푀유는 겹겹이 쌓인 파이를 의미한다는 점을 접시 위의 메뉴를 보고 곧바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 흡족했다.


바삭함을 지닌 파이지 안에 버터와 바닐라 향이 감도는 커스터드 크림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과일의 맛을 동시에 느끼게끔 만들어진 정통 프랑스 디저트의 위엄은 눈으로 봐도 기대 이상이었다.



계절 과일 밀푀유라는 점에서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과일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몽 카페 그레고리에 갔을 땐 운좋게도 딸기가 계절과일로 쓰인다고 해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11월에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딸기를 맛보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된 순간이었다. 


덧붙여 밀푀유 안쪽에는 딸기, 맨 윗부분은 산딸기로 장식된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바삭한 파이지와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 여기에 상큼한 딸기가 곁들여지지 맛있지 않을 리가 없었다. 딸기의 맛이 달콤해지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단 맛보다 상큼함이 더 깊이 입 속을 맴돌았는데 이 역시 훌륭하게 맛의 조화를 이뤄내서 주문하길 잘했다 싶었다.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맛을 알게 해준 계절 과일 밀푀유와의 만남이 행복감을 증가시켰다. 이 디저트를 먹고자 합정 몽 카페 그레고리에 온 것이기도 했는데,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하게 돼 신이 났다.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자랑한 계절 과일 밀푀유와 은은한 맛과 향을 선사한 블랙티의 만남이 환상적이었던 합정 몽 카페 그레고리였다. 디저트도 디저트였지만, 다채로운 차와 이에 걸맞는 멋진 티팟과 찻잔까지 경험하게 돼 만족스러움이 2배가 됐던 하루였다. 이에 잘 어울리는 음악의 향연 또한 빼놓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계절과일 밀푀유와 함께 한 티타임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멋드러진 차와 디저트를 즐기는데 성공했으니 다음에는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또 하나의 메뉴, 프로즌 핫 초콜릿을 맛보기 위해 재방문을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홍차를 즐겨 마시는 이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찰나를 전해주는 곳이 합정 몽 카페 그레고리임을 분명히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