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운명 개척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다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세 여자의 세상 구하기'라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한 작품이었다. 새로운 인류의 희망인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이즈)를 지키기 위하여 슈퍼 솔져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가 미래에서 날아옴과 동시에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 역시 대니를 제거할 목적으로 추격을 가해오기 시작함으로써 각기 다른 임무를 짊어진 이들의 충돌이 끊임없는 혈투를 불러 일으켰다.   


목표물만을 향해 달려드는 기계의 저돌적인 움직임 앞에서 개조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강화 '인간'에 불과한 그레이스와 한낱 인간일 뿐인 대니, 두 사람은 절체절명의 위기 한가운데 놓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터미네이터 헌터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의 등장과 합류가 연이어졌고, 이로 인해 세 사람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간다. 



터미네이터 하면 "I'll be back."이라는 명대사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 전부였던 내게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새로운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으로 만나게 된 세 여자가 진취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며 또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는 사실을 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기 때문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살아남아야 할 여자 대니, 오로지 대니의 생존에 사활을 건 여자 그레이스, 대니와 관련된 진실을 깨닫고 혼신의 힘을 쏟아내던 여자 사라, 세 사람이 선보인 치열한 투쟁은 절망적인 운명을 뒤바꿔 세계를 구원할 열쇠와도 다름 없었다. 


이들과 더불어 정의의 편에 선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함께 하며 완성된 팀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이었다. 





그저 살기 위해 그레이스와 사라에게 몸을 맡겼던 다니엘라가 각성을 통하여 자신의 진면목을 확인해 나가며 리더십을 드러내는 장면은 짜릿했고, 그레이스를 중심으로 마주하는 것이 가능했던 화려한 액션씬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장르가 액션 영화임을 제대로 실감하게 해줘 스릴 넘쳤다. SF 영화라는 점 또한, 그레이스의 정체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연결고리에 그치지 않고, 터미네이터 헌터에 걸맞는 정보수집 능력과 장비 활용으로 다니엘라와 그레이스를 이끌던 사라 코너의 카리스마도 기대 이상이었다. 게다가 사라의 입에서 "I'll be back."이라는 대사가 터져 나오는 걸 보고 듣자니, 새삼 기분이 남달랐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바주카포를 멋드러지게 발사하던 사라의 모습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액션과 총성이 난무한 작품이다 보니, 곳곳에서 잔인한 장면을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도 종종 생겼으나 이야기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음을 인정한다. 그 와중에 막간의 유머 또한 만나볼 수 있어 마냥 어둡기만 한 영화는 또 아니었다. 



덧붙여, 보고 나오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가 바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였다. 이전 시리즈에서 터미네이터가 사라 코너를 타깃으로 삼은 건 그녀로부터 태어날 아이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함이었는데, 대니는 달랐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놈들이 노리는 건 네가 아닌 너의 자궁이라고 읊조리던 사라의 자조적인 말을 엎어버린 그레이스의 반박과 절규가 그래서 더 와닿았다고나 할까? 오직 너를 구하기 위해 왔다던 그레이스의 한 마디는 영화 뿐만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최고의 명대사이자 작품의 완벽한 반전이었다고 확신한다.


여성이 자궁을 보유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저 언젠가 생명을 잉태할 매개체로만 여기지 않고, 미래를 책임질 인류의 희망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그리하여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는 영화의 올바른 흐름과 스토리 전개에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두운 운명을 벗어나기 위한 여정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일 테지만, 이로써 운명 개척의 역사가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었으니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역할은 다한 셈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그레이스 역의 맥켄지 데이비스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도와준 일등공신이었다. 178cm의 키를 포함, 긴 팔과 다리로 이루어진 피지컬과 탄탄한 근육이 슈퍼 솔져에 더없이 잘 어울렸다. 금발의 숏컷 헤어 스타일과 목소리까지 마음에 쏙 들었으므로, 앞으로 출연하는 작품에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팀 밀러 감독의 연출과 시대를 따르는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재밌게 본 영화인데, 제임스 카메론의 말에 따르자면 후속편에 대한 생각도 있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봐야겠다. 세계를 구원하고자 과거로 발걸음을 내딛은 그레이스(Grace)는 이름처럼, 인류를 위한 은총과도 같았던 그녀를 또다시 만나게 될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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