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 거대 강철 로봇과 소년의 가슴 찡한 우정이 담긴 애니메이션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는 거대 강철 로봇과 소년의 가슴 찡한 우정이 담긴 애니메이션으로, 다양한 재미와 곱씹을 거리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때는 1957년, 세계 최초로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림에 따라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에 미국의 메인주 록웰 마을에서 놀라운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정체불명의 거대한 로봇인 아이언 자이언트가 숲 속에 불시착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우연히 거인 로봇을 처음 발견한 아홉 살 소년 호가드는 아이언 자이언트와 친구가 되고, 다가오는 위험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려 애쓰지만 정부에서 파견된 요원 켄트 맨슬리가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음모의 한가운데 놓이는 처지가 되어버리고야 만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기로 결정한 건,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를 제작한 브래드 버드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컸다. 두 애니메이션 모두 좋아했기에 <아이언 자이언트>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2000년에 개봉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이 영화의 존재 자체를 몰랐으므로, 이번 재개봉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전세계 최초 와이드 개봉이라는 점 역시 흥미를 불러 일으켰던 게 사실이기도 하고.



외계에서 전쟁무기로 사용되다 기억을 잃은 채로 낯선 마을에 추락한 아이언 자이언트가 소년의 순수한 마음에 동화되어 따뜻함을 내보이던 순간이 인상적이었고, 그로 인하여 거대 강철 로봇의 기억이 서서히 떠오르는 동안 마주해야 했던 과거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생명을 가진 이들의 탐욕이 로봇에게 불어넣은 악의를 뒤늦게 깨달아야만 하는 장본인의 심정은, 아무리 기계라고 하더라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호가드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언 자이언트가 경험하게 된 새로운 시간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닌 작고 연약한 인간이 내민 손을 잡았을 때부터 둘의 운명은 하나로 묶였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소위 암흑기로 불리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맞닥뜨리게 해준 스토리 전개는 예상한 대로 흘러갔지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두 친구의 행복을 암시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냥 슬프지 않았다. 그치만 눈물 흘리면서 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9세라는 나이답게 아직은 허술한 부분이 많아서 맨슬리의 추적을 차단하기는 불가능했으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친구를 지켜내기 위해 꾀를 내어 위기를 모면할 줄 아는 호가드의 순발력도 탁월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고철로 예술 활동을 해나가며 고철소를 운영하는 딘 맥코핀과의 인연도 큰 힘이 되어주었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아이언 자이언트 역의 디젤 외에 호가드의 엄마 애니 휴즈 역으로 제니퍼 애니스톤이 목소리를 맡아서 귀를 기울이게 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애니메이션 속 그림체가 현재의 정교함을 따라가지 못해 투박한 감이 없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꽤 오래된 옛 시대를 풀어낸 작품의 결과 잘 맞아 떨어져서 재밌게 잘 봤다. 



"네가 무엇이 될 지는 네가 선택해."


따지고 보면 거대 강철 로봇이 전쟁무기가 된 것도, 기억을 잃고 지구로 오게 된 것도 전부 스스로가 원해서 한 결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선택을 할 권리가 주어졌으니, 남은 생은 아이언 자이언트의 의지대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러닝타임은 짧았지만 감동은 극장을 나온 이후에도 계속되었던 <아이언 자이언트>와의 시간이 즐거웠다. 테드 휴즈의 '아이언맨'이 원작이라고 하니 기회가 되면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SF 동화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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