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알라딘 ::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미 속 자스민의 카리스마가 돋보인 작품

뮤지컬 영화 <알라딘>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판으로 재탄생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뛰어난 영상미와 귀를 사로잡는 음악은 물론이고 달라진 캐릭터로 인한 스토리의 변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었기에 엔딩 크레딧이 마무리된 뒤 영화관을 나올 때까지도 유쾌함이 가시지 않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이 1992년에 개봉했고 올해가 2019년이니, 27년이 지나서야 실사판 영화로 리메이크가 된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무려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마주하게 된 작품 만큼, 시대를 반영한 이야기의 흐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서 보는 내내 짜릿함이 온 몸에 퍼져 나갔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유일한 친구인 원숭이 아부와 좀도둑 신세로 근근이 살아가던 알라딘이 마법사 자파의 명령에 따라 요술램프를 찾아 떠나고, 그 속에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맞닥뜨리게 되며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담이 주된 내용이다. 


지니는 램프의 주인이 원하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힘을 지녔다. 한참을 고민하던 알라딘은 시장에서 비롯된 자스민 공주와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소원을 빌게 되고, 그리하여 아그라바 왕국에 자리잡은 거대한 왕궁에 발을 내딛게 된다. 



알라딘이 요술램프의 주인이 되어 세 가지 소원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됐는데, 자파의 위협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성장해 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영화답게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 OST의 강점이 돋보였고, 흥겨운 분위기와 더불어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의 스릴 또한 만만치 않아 숨죽이며 <알라딘>의 매력 속으로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이와 더불어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특히, 알라딘 역의 메나 마수드는 캐릭터와 꼭 맞는 싱크로율을 선보이며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었다. 


가난한 청년 알라딘이 알리 왕자가 되었을 때의 변화가 인상적이었고, 뛰어난 춤솜씨와 눈부신 미소가 시선을 사로잡았던 메나 마수드였다. 그런데 영화에 캐스팅되고 나서 촬영을 위해 춤과 노래를 배웠다는 걸 알게 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몸놀림이 남다르던데 어쩌면 이건, 타고난 건지도 모르겠다.


자스민 공주를 만나기 위해 알리 왕자가 되어 거짓말을 일삼던 시간을 지나 진실을 털어놓고 알라딘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지니와 한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고도 남았다. 귀여운 원숭이 친구 아부와의 케미도 좋았고, 하늘을 나는 마법의 양탄자와 나누게 된 깊은 우정도 감명깊었다.  



램프의 요정 지니는 요술 램프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윌 스미스의 저력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온몸이 새파랗던 우리의 윌 스미스 요정은 램프의 주인에게 충실했고, 가끔은 친구를 위해 편법을 마다하지 않으며 곁을 지켰다. 다른 사람이 램프를 소유해 문지르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영화관에서 작품을 관람하기 전까진 윌 스미스가 지니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얘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왜 윌 스미스여야만 했는지를 뮤지컬 영화 <알라딘>을 보는 내내 깨닫게 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램프의 주인과 램프의 요정 지니는 기본적으로 종속적 관계에 놓인 상태였으나 알라딘이 기존에 형성된 틀을 깨버렸고, 이로 인하여 둘 사이에 친구라는 수평적 관계가 유지됨으로써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소원을 비는 순간 시작된 지니의 마법이 알라딘을 그가 원하는 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운 건 인정하지만, 알라딘 또한 지니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킴에 따라 램프의 주인 뿐만 아니라 램프의 요정 역시도 변화를 겪게 됐다는 점에서 흥미가 가중되었음을 밝힌다.


재치 넘치는 지니의 활약은 램프의 요정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알라딘 곁을 지킬 때도 계속되었다. 여기에 더해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영화 <알라딘> OST 수록곡으로 윌 스미스가 부른 '프린스 알리'의 중독성도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이 인지상정!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들려 왔던 넘버이기에 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름다운 음악과 탁월한 영상의 조화로움이 이어지는 작품 속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캐릭터는 자스민 공주였다. 주체적이며 진취적인 여성의 대명사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장면들이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임에 따라 술탄이 된 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술탄이 되길 원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열망이 대단했는데, 이게 단순히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며 왕국을 올바로 다스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자의 당당한 포부임을 일깨워주는 개연성이 곳곳에서 드러나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올랐다.



결론적으로, 지금껏 수동적인 삶을 영위해 왔던 애니메이션 속 자스민을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나가며 자아와 정체성을 발견해 꿈을 실현시키게 된 영화 속 자스민을 볼 수 있어 뜻깊었다. 달라진 스토리 전개로 말미암아 변화를 맞이한 결말이 매우 바람직한 캐릭터의 변주로 이어져 통쾌했음은 물론이다. 앞으로 새로이 만나게 될 디즈니 공주들이 기대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러니까 결국은, 아그라바 왕국의 공주 자스민으로 분한 배우 나오미 스콧의 역할이 엄청날 수 밖에 없었던 영화 <알라딘>이었다. 배역을 적절하게 설명해주는 의상의 다채로움이 신비로운 자스민의 분위기에 더해져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앞에 오로지 자스민 공주만 보일 때가 많았다. 


나오미 스콧의 자스민 공주는 탄탄한 연기력과 완벽한 의상 소화에 이어 시원한 가창력마저도 압권이었다. 자스민이 들려준 'Speechless'는 부당한 법에 대항하며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한 곡으로, 나오미 스콧의 어마어마한 노래 실력에 다시금 반하게 만든 넘버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음악적으로 워낙 훌륭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던 작품이 알라딘이라는 점에서, 자스민과 알라딘의 듀엣곡으로 귀를 사로잡은 'A Whole New World'의 매력 역시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기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양탄자를 타고 밤의 풍경을 즐기며 조금씩 가까워지던 자스민 공주와 알리 왕자의 행복한 한때에 음악이 어루러져 황홀했다.


영화로 제작된 <알라딘>에 있어 러브 스토리는 그저 거들 뿐, 알라딘과 자스민과 지니가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아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고 봐도 되겠다. 뿐만 아니라 자스민 공주의 시녀인 달리아에게 숨겨진 사연도 만나보는 것이 가능해 의미있었다. 


한 가지 더, 밀접한 관계로 맺어진 캐릭터들 사이의 서사가 촘촘하게 구성된 점도 영화 <알라딘>의 장점으로 보여졌다.  



원작을 넘어서는 리메이크작을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뮤지컬 영화 <알라딘>은 꽤나 잘 만들어진 데다가 시대상을 구현한 캐릭터가 의미를 전한다는 점에서 관람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었다. 모험으로 가득한 시간을 영상으로 멋지게 표현한 것도 좋았고, 양탄자 친구도 잊지 못할 거다.


4DX로 보면 더 실감나고, 싱어롱 상영회는 심지어 매진 행렬을 이뤄냈다고 한다. 여러모로 엄지를 척 치켜들게 만든 영화 <알라딘>의 위엄을 확인하게 돼 재밌었다. 그럼에도 재관람 예정은 없지만 말이다. 한 번의 관람이 강렬함을 전해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좋았던 시간이면 된 거 아닐까 싶다. 


대신에 알라딘 더빙 버전이 궁금해졌다. 지니 역의 대사와 노래에 정성화, 알라딘 역 노래에 신재범, 자스민 역 노래에 민경아가 참여했기 때문에. 세 명의 뮤지컬 배우가 목소리를 모아 들려주는 더빙 버전도 좋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보러 가야겠다. 그치만 장담은 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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