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니진스키 :: 커튼콜데이와 함께 한 공연 후기 (신주협, 안재영, 박선영, 이다경, 박준형)

 

뮤지컬 <니진스키>는 발레를 사랑했던 천재 무용수 니진스키가 디아길레프가 단장을 맡은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에 입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공연이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완성시킨 음악이 흐르는 발레 공연, '페트루슈카'로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뒤 자신이 원하는 춤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자 안무가로 나서며 '봄의 제전'을 공개했지만 혹평이 쏟아져 절망에 빠진다.

 

이로 인해 디아길레프, 스트라빈스키와 갈등을 겪게 된 니진스키는 유일하게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해 준 로몰라와 결혼한다. 편지로 니진스키의 결혼소식을 접하게 된 디아길레프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복수극을 실행에 옮기고, 이로 인하여 비극적인 운명으로 향하는 발레리노의 인생을 마주할 수 있어 안타까웠다.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은 공연 준비에 참여한 사람들로부터 이게 무슨 발레냐는 발을 들을 정도로 의문을 갖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역시도 놀라운 충격을 안겨준 공연이었다. 하지만 디아길레프와 스트라빈스키만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이 지닌 가치를 깨닫고 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임을 깨닫게 돼 마음 한 켠이 아려올 때가 있었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재창작된 뮤지컬 <니진스키>는 니진스키의 실화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가져와 제작된 작품인데, 내용보다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역량과 음악의 힘이 매력적으로 다가 온 공연에 가까웠다.

 

그중에서도 타이틀 롤을 맡은 니진스키 역 배우와 분신으로 나선 배우가 선사하는 발레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주협 니진스키의 몸놀림이 훌륭했고, 준형 분신 같은 경우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를 맡아 열연했던 이력이 있기에 이에 따른 유려한 발레 동작의 우아함이 돋보였다. 

 

선영 스트라빈스키의 예민미 또한 도드라졌고, 니진스키 밖에 모르는 햇살처럼 밝은 모습을 지닌 다경 로몰라의 주접력은 덕후의 그것을 닮아 흥미롭기 그지 없었다. 

 

재영 디아길레프는 각양각색의 웃음소리를 통해 전해져 오는 감정 변화가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고도 남았다. 배우 본체가 왼손잡이인 걸로 아는데, 디아길레프로 무대에 섰을 땐 오른손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여 인상깊었다. 스스로가 일구어 낸 명성과 재력을 중심으로 남다른 자부심을 맞닥뜨리게 해줘 특유의 위풍당당함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 와중에 분노가 폭발할 땐 아버지의 폭력성을 물려받은 듯한 부분도 접할 수 있어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준형 분신 같은 경우에는 발레 동작을 해나가는 동안 확인하게 된 표정의 다채로움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감탄이 절로 나올 때가 있었다. 분신으로 무대에 서지 않을 땐 니진스키를 취재하러 온 기자, 로몰라의 친구, '봄의 제전' 공연 제작진 등의 멀티 캐릭터를 뽐내서 흥미로웠다.

 

발레는 물론이고 연기와 노래도 멋지게 해내서 눈길이 절로 갔다고 봐도 무방했다. 

 

 

주협 니진스키는 디아길레프가 연습실을 보여주자 다른 건 필요없다면서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춤에 대한 열정을 절절하게 실감하게 해줘 만족스러웠다. 니진스키의 진심이 느껴져 눈물이 찔끔 나왔다. 공연 중간에 디아길레프의 웃음소리를 따라하는 장면에선 웃음이 절로 터져나왔는데, 이유는 정말 비슷했기 때문이다.

 

니진스키와 디아길레프의 케미도 기대 이상이었다.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은 공통점을 보유했음을 알게 된 후로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연 두 사람의 모습이 애틋함을 자아냈다. "살아남은 아들들을 위하여."라고 선창한 니진을 향해 "살아남은 아들을 위하여."로 디아길레프가 응답했는데, 뒤이어 니진스키가 "살아남아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덧붙이자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이 맆디아에게서 흘러나와 이목을 잡아끌었다.

 

 

'봄의 제전' 공연 실패 후, 로몰라를 따라 파리를 구경할 때도 오직 발레 생각 뿐이라 이런 저런 동작을 하던 주협 니진스키의 모습이 멋졌다. 로몰라와의 결혼소식에 화를 참지 못하며 니 춤을 죽이겠다는 가사를 열창하며 각오를 다지던 맆디아는 조금 무서웠다. 근데 안재영 배우가 이런 캐릭터를 표현하는 건 처음 보는 거라 재밌었다.  

 

 

이날 관람한 뮤지컬 <니진스키>는 맆디아의 발견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니진스키가 타이틀 롤이긴 하지만, 디아길레프의 비중이 상당해서 이에 따른 매력이 돋보였음을 인정한다. 

 

 

커튼콜 데이에 보러 가서 뮤지컬 <니진스키>에서 열연한 배우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흐뭇했다. 2층 1열에서 보면 조명과 더불어 춤추는 니진스키와 분신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잘 보여서 금상첨화였다.

 

발레를 소재로 한 공연에 관심있다면 한 번쯤 볼만 하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연이라서, 실존인물들과 이에 연관된 에피소드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되는 것도 장점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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