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이 플라워 :: 동수 지석 막공 포함 공연 관람 후기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예스24아트원 2관으로 이름을 바꾼 공연장으로 돌아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가 관람을 마쳤다. 4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둔 설화고 학생 5명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로 나뉘며 흥미롭게 펼쳐짐과 동시에 귓가를 울리던 음악의 매력이 여전해서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기타를 연주할 줄 아는 지석, 준혁, 성호는 내년 2월 폐교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수능 전 마지막 여름방학을 보내던 중 오디션에 나가 자신들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로 결정한다. 그리하여 오디션 곡을 정하고자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는데, 셋의 아지트에서 발견된 의문의 악보 조각이 40년 전 과거의 여름을 살아낸 정민과 유석의 시간으로 흘러가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학생으로 나타난 정민과 반에서 겉돌던 유석은 괴테의 시와 더불어 악기(하모니카,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안다는 공통점을 확인하며 친해진다. 그리하여 축제에 나갈 것을 다짐하며 곡 작업에 매진하는데, 당일에 맞닥뜨린 현실이 녹록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둘 사이의 우정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초연을 접한 상태에서 다시 마주한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 재연은 지난번에 비하여 좀 더 나아진 스토리 전개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부족한 개연성을 보완하여 약간의 설득력이 더해진 점이 다행스러움을 전했다. 특히 정민과 유석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에 곁들여진 장면들이 기억에 남았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애매모호한 감정 속에서 돈독한 친분을 쌓아가다 외면할 수 밖에 없게 된 속사정이 심금을 울릴 때가 많았다.

 

이날 본 캐스팅은 박지석 역 이동수, 오준혁 역 이한솔, 정성호 역 한승윤, 임정민 역 김방언, 이유석 역 한상훈이었다. 그중에서 한승윤을 제외한 네 배우는 초연 캐스트였는데,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연기와 노래 실력을 확인하게 해줘 만족스러웠다. 특히, 한상훈 같은 경우에는 초연 때보다 한층 더 능청스러워진 면모가 눈에 띄어서 놀라웠다. 정민과 같이 있을 때 한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 친구들과 사이좋게 학교 생활을 이어갔더라면 다른 이들도 유석의 유쾌함에 푹 빠져들었을 텐데, 그럴 수 없었던 걸 생각하자 마음이 아파왔다. 게다가 정민에게 벌레를 잡아달라며 의자 위에 올라 서서 울망한 눈망울로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안 잡아주면 안 될 것 같았다. 

 

 

반면에 정민은 전학 온 첫날, 본인이 잘하는 하모니카 연주만으로 자기소개를 마치려 했으나 급우들의 요청으로 말미암아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어설프게 부르며 퇴장해서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런데 유석이 나중에 피아노 연주를 정민에게 들려주는 장면에서 이 노래를 건반으로 살짝 쳐서 폭소가 만발했다. 은근하게 정민을 놀리던 유석의 모먼트가 아주 재밌었다. 하지만 과거즈로 만났던 둘의 마지막은 처연하기 그지 없어 슬펐다.

 

현재즈는 진심을 애써 감추던 과거즈와 다르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장점이었던지라 싸워도 금방 풀고 화기애애함을 보여주는 찰나가 아름다웠다. 뿐만 아니라 지석, 준혁, 성호에게도 저마다의 사연이 존재해서 찡함이 밀려올 때가 상당했다. 

 

덧붙여 이날은 동수 지석의 막공이 이루어졌는데, 커튼콜에서는 방언 정민이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무대인사 타임에는 승윤 성호가 눈가를 자꾸 훔쳐서 남다른 팀워크가 돋보였다. 성호 캐릭터가 예민함이 도드라지는 설정이 있었으나 승윤 성호는 순한 편에 속했고, 오히려 그게 잘 어울려서 눈길이 갔다. 

 

지석, 준혁, 성호의 기타와 정민의 하모니카, 유석의 피아노가 하나된 넘버의 매력이 대단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는 음악의 힘이 가장 큰 강점이라 이를 살린 극의 묘미가 흡족함을 자아냈다. 배우들이 전부 다 잘했다. 

 

 

동수 지석이 졸업식에서 객석을 향해 "고마워."를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읊조리던 한때가 기억에 남았고, 무대인사 중 변하지 않겠다는 한 마디가 강렬함을 안겨주었다. 공연에 서는 배우들에게 바라는 한 가지를 이동수 배우가 말로 내뱉어서 그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공연장 계단을 내려갈 때 눈에 들어온 급훈도 포인트. 스스로 깨면 병아리, 남이 깨면 후라이. 익살맞아 보이지만 맞는 말이다 싶다. 

 

 

마지막 사진은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 재관람 할인 확인을 위하여 티켓에 찍어주는 도장 문구로 마무리해 본다. 우리가 함께한 가장 행복했던 그날, 현재즈와 과거즈에게 있어 잊지 못할 청춘의 기록을 엿보는 일이 가능하여 흐뭇했다.

 

그리고 과거즈가 선사한 에필로그, '바다와 소년'도 진한 여운을 일깨워 주었다. 설화대학교 진학 후 가요제에 출전한 유석이 부르는 노래에 정민을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어 애틋했다. 에필로그는 현재즈와 과거즈, 총 2개가 존재하고 매주 달라진다고 하는데 덕택에 현재즈의 이야기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에필로그 역시도 재연에서 추가된 거라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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