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경종수정실록 :: 삼연으로 돌아온 팩션 사극 공연 3인극 후기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실존인물이었던 경종과 이복동생 연잉군을 중심으로 홍수찬이라는 가상인물을 추가해 완성된 3인극으로 이루어진 팩션 사극이다. 왕위를 노리는 연잉군과 이에 맞서야 했던 경종은 처음부터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었으나 노론과 소론의 당쟁이 불러 일으킨 여파가 둘 사이에 갈등을 극대화시키며 이로 인한 비극을 맞닥뜨리게 도왔다.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로 태어난 경종은 밤마다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렸던 데다가 기면증을 앓고 있단 사실이 드러나자 이로 인한 파장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잉군을 아꼈던 경종과 호시탐탐 왕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연잉군의 상반된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그 속에서 경종은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으므로 벗이자 스승임과 동시에 사관의 역할을 하는 홍수찬을 곁에 두었다. 하지만 연잉군은 경종이 홍수찬을 가까이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지라 이로 인한 충돌 또한 상당했다. 홍수찬은 숙종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으나 경종의 남다른 조력 하에 왕을 믿고 따르며 물심양면으로 돕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경종 역 유승현은 연잉군을 향한 애정과 홍수찬에 대한 신뢰가 굳건한 왕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잉군 역 박준휘는 매번 경종과 대립각을 세우며 야망을 불태웠으나 독이 든 차를 건네며 진실을 밝혔음에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형의 진심을 깨닫고 무너져 내리던 순간이 감명깊었다. 홍수찬 역 이진혁은 경종을 지켜주며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허투루하는 법이 없는 면모를 선보이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대학로 티오엠 1관 S석 등급으로 책정된 M열 중앙블럭 왼쪽 좌석에서 봤는데 오츠카 없이도 무대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며 배우들의 활약을 마주하는 일이 가능해 흡족했다. 넘버 중에서는 연잉군이 열창하는 '하얀 무지개'가 박준휘의 훌륭한 가창력 덕택에 귀를 사로잡았음을 밝힌다.

 

 

이와 함께 경종 독살설을 재구성한 내용이 흥미롭긴 했는데, 극의 엔딩을 담당하는 클라이막스와 다름 없는 부분에 있어 형제애를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미화를 시킨 듯한 느낌이 존재해 이 점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 때가 있었음을 밝히고 넘어간다. 

 

반면, 연잉군이 훗날 영조가 되어 경종이 원했던 탕평책과 양전사업을 실시하며 형의 유지를 받들었음을 일깨워 주던 한 때가 감동을 자아냈다. 덧붙여 마지막까지 경종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했던 홍수찬의 충심도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을 관람했던 날에 커튼콜 데이가 있어서 찍은 세 배우와 무대 사진도 기념으로 남겨본다. 오랜만에 봐서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예전에 봤던 공연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였다. 

 

그 속에서 배우들의 열연이 좋았다. 

 

 

3인극으로 구성된 팩션 사극 창작 뮤지컬 <경종수정실록> 후기는 여기까지다. 사극 공연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과거의 역사 속 인물들과 사건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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