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에밀 :: 드레퓌스 사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 (박유덕, 정지우)

 

뮤지컬 <에밀>은 드레퓌스 사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의 치열함을 마주하는 일이 가능한 공연이었다. 작가 에밀 졸라의 집에 작가 지망생 클로드가 찾아오며 시작된 이야기는 반유대주의가 팽배했던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생한 유대인 사관 드레퓌스의 간첩 혐의와 관련된 논쟁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실존인물로 작가적 명성이 자자했던 에밀 졸라와 가상인물로 등장한 클로드의 만남이 흥미로움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의 결백과 무죄를 주장함으로 말미암아 프랑스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며 반복되는 살해 협박과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클로드의 방문을 통하여 확인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던 대문호의 속내와 정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청년의 실체가 눈 앞에서 드러나 인상깊었다.

 

 

집안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서재와 다름 없었던 에밀의 공간에서 작가가 집필한 다양한 소설과 더불어 작가의 인간관계 및 신념에 대한 얘기와 깊은 고뇌에 대해서도 마주하게 돼 뜻깊었다. 그중에서도 화가 폴 세잔과의 에피소드가 뇌리에 콕 박혔다. 

 

이와 함께 클로드의 삶 또한 엿볼 수 있어 감명깊었다. 순탄치 않았던 삶 속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에밀을 향한 날선 분노를 표출하던 것도 잠시, 어느새 에밀의 말에 감화되어 변화를 꿈꾸며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강렬한 여운을 전했다.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에밀>은 올해 초연된 창작극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2인극이라는 점에서 배우들의 역량이 공연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대단했는데, 에밀 졸라 역의 박유덕과 클로드 역 정지우의 호연이 남달라 무대에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다만, 극 자체가 그리 촘촘한 편은 아니었고 긴장감을 해소시켜주는 장면이 많지 않아 때때로 루즈함이 전해져 올 때가 있었음을 밝힌다. 그렇긴 한데 에밀 졸라의 책을 몇 권 읽어본 게 전부였던지라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서는 몰랐으므로, 이를 토대로 재구성한 작품이 작가를 향한 새로운 관점을 맞닥뜨리게 해줘 이건 참 좋았다. 덧붙여 클로드가 진짜 인간이었는지, 아니면 에밀이 탄생시킨 허상이었는지를 추리하게 만드는 재미 또한 쏠쏠했음을 인정한다.

 

 

대체로 잔잔하게 흘러가던 뮤지컬 <에밀> 넘버 리스트는 이랬다. '빠담 빠담'이 그나마 팽팽한 대립이 이루어지는 극에 느슨함을 접하도록 도와서 다행스러웠고, 첫 넘버로 들려오던 '나는 고발한다'와 마지막 넘버로 감상할 수 있었던 '진실은 행진한다 rep'의 멜로디와 관람 후에도 은근히 기억에 남았다.

 

시간은 오래 걸릴지라도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메시지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에밀 졸라의 마지막 밤을 내세움으로써 벌어진 90분의 접전이 눈여겨 볼만 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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