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의 찬미 2차팀 공연 자둘 후기 (2024.10) :: 김종구, 안유진, 정민, 정동화, 김재범
2024년 9월 24일부터 10월 27일까지, 약 한 달간의 짧은 여정으로 이루어졌던 뮤지컬 <사의 찬미> 2차팀 공연 후기를 끄적여 본다. 윤심덕 역은 안유진 고정으로 김우진 역은 김종구와 정동화, 사내 역은 정민과 김재범을 만나게 됨으로써 색다른 시간을 마주하는 일이 가능해 흥미로웠다.
첫 번째 관람을 통하여 만난 페어는 김종구 우진, 안유진 심덕, 정민 사내였다. 이중에서도 오래간만에 김우진으로 돌아온 김종구의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예전에 단 한 시즌에서만 우진을 맡았었고, 그 이후로는 줄곧 사내로 열연해 왔기에 간만의 귀환이 반갑게 여겨졌던 것이다.
김종구 우진은 정민 사내에게 압도당해 탈탈 털리기 일쑤였다. 사내는 이를 기회 삼아 우진을 탈탈 털며 둘의 관계에서 자신이 우세하다는 사실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안유진 심덕은 셋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던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사랑과 자유를 향하여 몸을 맡기는 한때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내가 봤던 날에 선보인 배우들의 합이 쫀쫀한 편이라고 보긴 힘들었으나 베테랑답게 돌발 상황에 대처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덕이 실수로 재떨이를 휴지통에 떨어뜨려서 담배를 버릴 공간이 마땅치 않아지자 원고에 비벼 끄던 우진의 순발력이 감탄을 자아냈다. 사내가 원하는 대로 집필하던 대본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걸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맞닥뜨리게 해줘서 눈이 번쩍 뜨였다.
이와 함께 우진과 심덕이 바다로 뛰어들기 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의미로 입맞춤을 하던 장면도 처음 보는 거라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음으로 만난 페어는 정동화 우진, 안유진 심덕, 김재범 사내였다. 정동화 우진은 심덕의 말마따나 카와이함이 극대화된 면모를 선사하며 이목을 잡아끌었다. 반면, 김재범 사내는 우진의 의중을 단번에 꿰뚫어 친구가 되는 스킬이 남달랐다. 앞에선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곁을 쉽사리 내어주게 만들고는 뒤에선 자신에게 걸려든 이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계획에 따른 결말에 이르도록 만드는 힘이 어마어마했다.
2024년에 올라온 뮤지컬 <사의 찬미> 2차팀 공연을 통해 처음 만난 건 김재범 사내 뿐이라서 지금껏 만나 본 적 없는 캐릭터의 카리스마가 강렬함을 안겨주었음을 밝힌다. 덕택에 관객 역시도 처음에는 사내가 이끄는대로 폭소를 만발하다가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충격과 공포를 만끽해야 했음을 인정한다.
그 속에서 윤심덕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표출해 낸 안유진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라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사찬이 돌아올 때마다 매 시즌 윤심덕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싶다. 시간이 흘러도 안심덕 만큼은 뮤지컬 <사의 찬미>에서 나의 최애일 것임을 확신한다. 몇 년 만에 봐도 이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넘버 '사의 찬미'에서 들려오는 안심덕의 처절한 심정과 절규로 가득한 외침이 심금을 울렸다.
지금까지 뮤지컬 <사의 찬미> 2차팀 공연 자둘 후기에 대해 써내려가 봤다. 공연장이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로 규모가 커짐으로써 관부연락선의 크기도 이를 따라갔는데, 3인극을 올리기에는 조금 허한 느낌이 있었지만 매진에 가까운 인기를 보였기에 여기서 작품을 올린 것이 관객들에게는 다행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앉을 자리가 생겼으니 말 다한 거라고 봐도 될 듯 하다. 하지만 무대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그건 참 아쉬웠다.
객석에 일찌감치 앉아 있다가 사내가 들려주는 두 번의 안내방송을 전부 듣고, 적막으로 가득한 가운데서 막이 오르는 공연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초연 후 10년이 넘도록 네오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사찬이 안 돌아올 거라는 걱정은 안 한다. 대신에 새로운 배우의 등장과 고인물 경력직의 어우러짐이 꾸준히 계속되기를 바라는 간절함 만큼은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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