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니싱 :: 3인 3색 열연이 돋보인 극 (주민진, 유승현, 박정혁)

 

뮤지컬 <배니싱>이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에서 공연 중이길래 관람하고 왔다. 경성에 나타난 뱀파이어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대극은 영생을 살아가는 존재 케이의 피를 두고 경성의전에 재학 중인 의대생 의신과 명렬이 대립하며 선사하는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 했다. 명렬의 도움으로 폐가에서 시체를 해부하며 인체의 비밀을 좀 더 상세히 확인하고 싶었던 의신이 그곳에서 만난 햇빛에 타들어가는 피부를 지닌 케이를 치료하고픈 마음에 이름을 밝힘으로써 완성된 세 사람의 만남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도 의사를 꿈꾸는 인물이 등장함에 따라 확인하게 된 뱀파이어의 피에 대한 연구가 흥미로움을 전했고, 인류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해석함으로써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 의신과 명렬의 모습이 극과 극 그 자체라 이에 따른 파장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때가 있었다. 의신과 케이가 함께 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돈독해지던 둘의 관계가 반복되는 살인사건으로 어긋나며 비극을 초래한 점은 안타까우면서도 극의 취지에 걸맞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줘 고개가 끄덕여졌다.

 

민진케이는 의신을 통하여 몸을 제대로 가누는 것조차 힘겨웠던 뱀파이어에서 인간으로 변해가는 면모가 놀라움을 선사했고, 믿었던 의신의 배신으로 깊이 감춰두었던 흡혈의 본능을 극대화시키며 포효와 더불어 '나를 마셔'를 열창하던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베테랑 케이의 호연이 돋보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승현의신은 '햇빛맆'에서 케이가 손에 착용한 장갑을 벗기고 손을 잡아주며 따뜻하다고 말하던 순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윤명렬로 시작해 김의신이 된 배우가 보여주는 캐릭터에 따른 온도차의 반전이 놀라웠는데, 대사가 더해진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이날 본 캐스트 중에서 이번 시즌에 새로이 합류한 배우는 정혁명렬 뿐이었다. 그로 인하여 눈길이 절로 갔다. 케이가 나타나기 전엔 의신 밖에 모르는 형바보로 동경하는 마음을 가감없이 표출했으나 이후에는 케이를 연구하는 의신을 이용하여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생각에만 빠져 흑화한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빌런의 역할을 막힘없이 소화해서 뉴캐스트의 존재감이 만족스러움을 더했다. 특히 열등감을 느꼈던 과거를 지우고 스스로를 월등하다 자화자찬하며 자신만만하게 부르던 '우월론'이 기억에 남았다. 의신의 연구일지 위에 의신이 만든 혈액샘플을 올려둔 모양새만으로도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이 도드라져 흡족했다. 

 

공연장이 커져서 3인극을 하기에는 조금 광활하지 않은가 싶을 때가 있긴 했지만, 배우들이 그나마 무대를 가득 채우며 연열을 맞닥뜨리게 해줘 다행스러웠다. 예전부터 많이 봐 온 공연이라 익숙한 와중에 여태껏 마주하지 못한 배우들의 케미와 합이 시너지를 내서 재밌게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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