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도약이 돋보인 판타지 성장소설 <오백 년째 열다섯2 : 구슬의 무게>

김혜정이 집필한 청소년 판타지 소설 <오백 년째 열다섯>을 읽고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놓치지 않던 중 드디어 1권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게 돼 기뻤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의 타이틀은 <오백 년째 열다섯2: 구슬의 무게>로, 주인공 가을의 도약이 한층 더 돋보임으로 말미암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우의 후손들인 야호족과 호랑이의 후손들인 호랑족이 신묘한 힘을 보유한 구슬을 놓고 끊임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날, 최초 구슬의 주인이자 500년 째 열다섯으로 소녀로 살아 온 이가을이 그들 사이에 벌어진 오랜 전쟁을 끝내며 야호랑의 수장, 원호로 거듭난다. 그리하여 야호족과 호랑족, 야호랑 모두를 지켜내기 위한 가을의 고군분투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마주하는 일이 가능해 흥미로웠다. 참고로 가을은 야호족의 우두머리인 령을 구해준 대가로 구슬을 받은 이후부터 15세의 나이에 머무르게 되었으며, 야호족과 호랑족 모두와 관련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가을은 본인이 누구인지를 직접 밝힌 인간 남자친구 유신우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 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혼자만 나이를 먹게 될 신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 이로 인한 고민으로 복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결국에는 둘이서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을 것임을 일깨워줘 마음이 따뜻해졌다. 뿐만 아니라 엄마,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아빠의 존재가 등장하며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킨 와중에 변화를 받아들이던 한때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중학교 3학년이 된 가을은 신우와 더불어 호랑족 친구 김유정, 전학생으로 나타난 또다른 호랑족 김현과 같은 반이 되며 뜻밖의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특히, <오백 년째 열다섯> 2권에서는 김현 감호 설화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 했다. 김현 감호 설화는 신라시대 때 처녀로 변신한 호랑이가 인간 김현과 부부의 연을 맺은 후 그를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감명깊었다.

 

 

여기에 더해 늙지 않는 신체를 지닌 야호랑의 정체를 알아차린 실버제약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회사로의 위장 취업을 감수하던 가을의 활약도 대단했다. 덧붙여 수장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도사리는 가운데서 제 역할을 멋지게 해내던 가을의 면모가 시선을 사로잡았음은 물론이다.

 

확실히 2편이 발매되고 나니, 1편보다 한층 더 확장된 세계관을 맞닥뜨리는 일이 어렵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새로운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얽히고 설킨 관계가 펼쳐져 읽는 즐거움이 남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가을의 눈부신 성장을 만나볼 수 있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청소년 판타지 성장 소설의 짜릿함을 알려준 <오백 년째 열다섯2: 구슬의 무게>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어 흡족했다. 책의 말미에 또다른 캐릭터가 나올 것임을 암시하는 문장이 포착되었으므로, 이러한 이유로 <오백 년째 열다섯> 3권을 기대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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