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한 잔의 묘미로 가득한 소설 <낮술 3: 오늘도 배부르게>

하라다 히카의 소설 <낮술 3: 오늘도 배부르게>는 <낮술> 1권과 <낮술 2: 한 잔 더 생각나는 날>에 이어 손에 쥔 낮술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쇼코는 자신의 고용주 겸 동창인 다이치가 운영하는 나카노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밤 10시부터 아침 5시까지 의뢰인의 곁에서 요청받은 일을 해나가는 지킴이 업무를 담당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직업의 특성상 퇴근 후에 먹는 점심이 하루의 마지막 식사일 때가 대부분이라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낮술을 즐기는 것이 루틴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였다.

 

 

그리하여 만나 본 3권에서는 일본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의 요리를 술과 더불어 다양하게 섭취하는 쇼코의 모습을 확인하게 돼 역시나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을 시켜 상추쌈을 해먹고 김치볶음밥을 음미하는 모습이 반가움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이와 함께 막걸리에 탄산수를 섞어 마셔도 맛있다고 해서 언젠가 직접 먹어보고 싶어졌다. 

 

쇼코가 맡은 의뢰인 중에서는 아들 내외가 여행을 간 사이에 한밤의 불단 상점을 차린 어머니가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이 선사하는 변화를 받아들이게 되는 에피소드가 감동을 일깨워 주었다. 뜻밖의 손님이 찾아옴으로 말미암아 가게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불단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한 인터넷 판매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의 전통 불단과 심플한 스타일로 재탄생된 불단 중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끔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아들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반대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도약을 꿈꾸는 한때도 기억에 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프로페셔널한 지킴이로 거듭나게 된 쇼코는 일 뿐만 아니라 인생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확인하게 돼 기뻤다. 재혼한 전남편과 함께 사는 딸 아카리를 향한 애정을 담뿍 드러냄과 더불어 가도야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덕택에 쇼코 혼자가 아닌 가도야와 함께 하며 즐긴 프랑스 코스 요리와 햄버그 스테이크의 자태가 머리 속에 선명하게 그려져 배가 고파오는 순간이 없지 않았다. 

 

 

참고로 낮술 시리즈는 마냥 잔잔한 음식소설의 장르를 표방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일깨우는 삶의 애환 속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한 끼의 매력을 선물하는 스토리 전개가 이어져서 이 점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도 남았다. 지치고 피곤한 시간을 극복하게 도와주는 요리와 낮술의 힘이 작가의 필력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어 읽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덧붙여 쇼코가 점심을 먹기 위하여 방문한 식당들이 실존하는 곳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극대화되었다. 게다가 직접 발로 뛴 취재 기록에 작가의 실제 경험이 더해졌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하라다 히카의 <낮술> 시리즈는 전 3권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낮술3: 오늘도 배부르게>가 완결편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4권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후속편이 나오지 않더라도 딱 알맞은 결말로 마무리가 돼 괜찮긴 하지만 말이다. 

 

맛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한 잔 술의 묘미로 가득했던 소설과의 짜릿한 나날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 혼자만의 맛좋은 점심을 만끽하러 가까운 곳으로나마 미식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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