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사하는 휴먼 미스터리 스릴러의 세계

히가시노 게이고가 집필한 <희망의 끈>은 일본에서 2019년에 발매된 신작 장편소설인데, 국내에선 2022년에 만나 볼 수 있게 된 것이 특징이다. 안 그래도 한동안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렇게 다시금 마주하니 반가웠다. 

 

 

지유가오카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하나즈카 야요이가 살해됨에 따라 전남편인 와타누키 데쓰히코와 단골손님으로 자주 방문했던 시오미 유키노부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그러나 뜻밖의 인물이 범행을 자백함으로 말미암아 경찰 내부에선 사건을 종결지으려는 분위기가 감도는데, 수사를 담당해 온 형사 마쓰미야 슈헤이는 석연치 않음을 느끼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시오미는 아내 레이코가 백혈병으로 죽음을 맞이한 뒤, 딸 모나와 둘이서 살아가고 있었다. 모나는 지진으로 두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생명과 다름 없었으나 현재의 부녀 관계는 서먹함 그 자체였다. 와타누키와 야요이는 아기를 갖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이혼 후 각기 다른 생활을 이어나가던 중에 비극을 맞이하게 되고야 말았다. 

 

한편, 고급 료칸 다쓰요시의 오너인 요시하라 아야코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유언장에서 마쓰미야 슈헤이라는 낯선 이름을 발견하고 그와의 만남을 시도한다. 이로 인하여 마쓰미야는 여태껏 어머니가 들려주지 않았던 아버지에 관한 진실을 직면한다. 

 

 

소설 <희망의 끈>은 인공수정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 및 동성애를 살인사건과 접목시켜 인물들 사이의 촘촘한 연결고리를 탄생시킨 것이 눈여겨 볼만 한 작품이었다. 곱씹을 거리가 적지 않은 사회현상을 소재로 추리소설에 접목시켜 완성해 낸 한 권의 책은 이번에도 역시나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와 함께 가가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명성이 자자한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데 힘을 보태어서 짜릿함이 극대화될 때가 없지 않았다. 가가 교이치로는 마쓰미야 슈헤이의 외삼촌이었기에, 조카의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가 시리즈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완결판으로 언급함으로써 마무리가 되었다는 추측이 가능했기에, 앞으로는 마쓰미야를 내세운 작품을 기대해 보려고 한다. 출생의 비밀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으니,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마쓰미야 시리즈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휴먼 미스터리 스릴러를 선보인 소설 <희망의 끈>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토리 속 반전이 예상을 뛰어넘었으므로, 재밌게 잘 봤다. 최근에 마주하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제목만 바꿔서 출간된 개정판이 대부분이었던지라 신작과의 조우가 더욱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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