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딜리아니 :: 눈동자에 내면을 담는 화가와 잔 에뷔테른 (조성태, 이채민, 김방언)

공연제작사 HJ컬쳐에서 올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창작 뮤지컬 <모딜리아니>를 관람했다. 이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된 화가시리즈 중 하나로, 러닝타임이 60분이라서 원한다면 같은 날 공연되는 뮤지컬 <에곤 실레>까지 당일 연작으로 하루에 두 편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된 공연은 작품의 타이틀에 걸맞는 내용을 확인하게 해주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모딜리아니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관계로, 흥미로운 관점으로 지켜보는 일이 가능해서 재밌게 잘 봤다.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는 눈동자에 내면을 담는 화가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신의 영혼까지 알게 되면 그때 눈동자를 그리겠다는 한 마디에 녹아든 진심이 예술가의 가치관을 오롯이 표현하고 있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던 것이다. 이와 함께 모딜리아니가 그린 그림의 특징으로 긴 얼굴이 눈에 쏙 들어와서 이 또한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더해 공연 속에 등장한 또다른 화가 잔 에뷔테른에 대한 궁금증 또한 증폭되게 만든 공연이 바로 뮤지컬 <모딜리아니>였다. 잔 또한 그림을 그렸고, 모딜리아니의 모델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해 예술적 영감을 주고 받으며 사랑에 푹 빠진 모습이 감명깊게 다가왔다. 이와 함께 모딜리아니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개성을 뽐내는 잔의 그림도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CAST]

모딜리아니 : 조성태

잔 : 이채민

싱어 : 김방언

 

뮤지컬 <모딜리아니>는 3인극으로 화가의 생애 중 가장 인상깊다고 여겨지는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춰 배우들이 멋진 연기와 노래를 선사해서 보는 즐거움이 남달랐다. 덕분에 모딜리아니 전시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공연이 일깨워주는 문화생활의 확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무대 위에 선 배우들을 생전 처음 보는 거였는데, 기대 이상의 활약을 접하게 해줘 만족스러움이 컸다. 덕분에 대한민국 공연계의 앞날이 밝음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화가시리즈로 하루에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가 연달아 공연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캐스팅 보드가 위와 같이 반씩 나누어져 배역과 배우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 점도 색다르고 신선했다. 

 

조성태 배우의 모딜리아니는 병약했을지언정, 본인의 그림에 대한 신념 만큼은 확고한 캐릭터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열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전시회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좌절하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잔 역을 맡은 이채민 배우는 당찬 면모가 돋보이는 열연과 꾀꼬리를 닮은 청명한 음색으로 소화하는 넘버의 어우러짐이 눈호강과 귀호강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덕택에 뮤지컬 <모딜리아니> 속 잔의 목소리가 포함된 넘버가 유독 귀에 더 감돌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싱어 역으로 나타난 김방언 배우의 존재감도 놀라움을 전했다. 멀티 캐릭터로 무대를 오가며 팔색조의 매력을 뿜어냈는데, 피카소로 분했을 때의 개성 넘치는 무대 장악력이 어마어마했다. 이러한 이유로 자기애로 가득한 피카소가 부르던 솔로 넘버  'You love me or I love me'에서 발산되는 끼가 좌중을 압도하기에 이르렀다. 제목마저 완벽했던 노래였다. 

 

 

게다가 선이 굵직하고 또렷한 이목구비가 보면 볼수록 조각상을 연상시키던 순간이 없지 않아서 화가시리즈와의 궁합도 잘 맞는 것으로 보여졌다. 발성 자체도 매우 좋았더랬다. 

 

덧붙여 무대 뒷편에 스크린을 설치하여 모딜리아니의 작품들을 LED 영상으로 다채로이 접할 수 있게 해줘 이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부터 익숙하게 봐온 무나네의 장치적 설정이라 그리 놀랍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딜리아니가 이젤 위에 놓인 캔버스로 손을 뻗어 그림을 그릴 때마다 스크린이 어여쁜 빛깔로 채워져 나가는 장면은 언제 봐도 좋았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도 좋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서정적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전개에 걸맞는 음악의 강점과 배우들의 호연이 빛났던 뮤지컬 <모딜리아니>였다. 커튼콜 데이라서 사진과 영상 촬영이 가능한 점도 흡족하기 그지 없었다. 

 

다른 것보다도 나에게는 이 공연이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에 대하여 여태껏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유익한 공연으로 기억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것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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