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V 에버 애프터 :: 노래 중의 노래 사랑 중의 사랑 (반정모, 이준우, 김병준)

주말을 맞이하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 방문해 뮤지컬 <V 에버 애프터> 재관람을 이어나갔다. 특히, 이날은 지금껏 븨에버를 통하여 만난 적 없는 새로운 배우의 캐스팅이 포함되어 있어 그에 따른 디테일과 신선한 케미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다가 오래간만에 드아센 1층 뒷자리에 앉았는데, 예전보다 냉방이 강하지 않았던 관계로 추위 걱정 없이 공연을 잘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쾌적한 분위기에서 관극을 하게 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안내멘트의 목소리는 배우 반정모였다. 

 

[CAST]

프란체스 : 반정모

레미 : 이준우

조이 : 김병준 

 

이 페어는 2차팀으로 공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케미를 보여줘서 쉽사리 눈길을 떼지 못했다. 반프란은 공국의 후계자로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추었으나 냉철함 뒤에 감춰진 따뜻한 면모가 준우레미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도드라져서 인상적이었다. 준우레미는 사냥에 능한 뱀파이어이자 순수함을 보유한 캐릭터의 진정성을 극대화시킴에 따라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첫눈에 서로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해피 에버 애프터'에서 반프란이 있는 힘껏 쏟아내던 노랫말 "그럴 수만 있다면"은 준우레미를 잊지 못할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절규와 같았기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면 날씨가 좋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반샤이너의 단순함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고, 흰 티에 청바지를 입은 레스타트를 목격하자마자 기뻐서 무릎을 끓고 감동하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언제부턴가 흰 티에 청바지를 목놓아 열창하더니, 드디어 본인이 부르던 노래 가사에 딱 맞는 레스타트의 착장을 마주하며 소원을 성취한 것으로 보여져 흐뭇했다. 

 

반샤이너가 집필하는 소설이 노래가 된 넘버 '뱀파이어 로맨스'의 절절함도 마음을 울렸다. 소설의 일부가 무대 위에서 펼쳐지며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도 드라마틱함을 뽐냈은 물론이다. 그 속에서 "300년 전에 두고 온 너의 세상 사흘 밤 동안 흔들린 나의 세상"이라 부르짖던 반샤이너의 애타는 외침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반샤이너와 병준비숍의 칼싸움은 황홀한 몸놀림을 자랑했기에 스펙타클함 그 자체였고, 준우레미와 병준조이의 대결은 슬로우 모션이 장착돼 폭소를 만발하기에 충분했다. 에필로그에선 소설의 엔딩과 관련된 내용을 폭로하고 도망가는 병준조이를 준우뉴페가 후다닥 쫓아가서 길목 앞을 막아서니까 놀라서 어쩔 줄 모르다가 뒤쪽으로만 슬금슬금 움직이던 장면도 기억에 남았다. 

 

덧붙여 반샤이너와 준우레미와 병준조이는 '댄스 챌린지'의 진가를 일깨워주는 페어와 다름 없었다. 특히, 샤이너와 레미가 점프를 하던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 배우 전부 몸도 잘쓰고 춤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이로 인한 즐거움이 남달랐다. 

 

2차팀 공연으로 말미암아 드디어 처음 만나 본 준우레미는 연기와 노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우아한 춤동작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와중에 실버 싫어 동작 만큼은 예상을 뛰어넘어 현란하기 그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반프란은 실버를 싫어하는 준우레미를 위하여 실버 블레이드를 저 멀리로 던져 버리고 스윗함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반샤이너는 실버 싫어 동작을 따라하며 놀리기 바빴던지라 어이없는 표정으로 루비칼을 빼어드는 준우레미를 볼 수 있어 웃음이 빵 터졌다. 단검을 손에 쥔 준우레미를 보고 "스마일~"을 외치던 반샤이너의 천진난만함도 새삼 대단해 보였다. 클럽 에버 애프터에 도착해서 댄챌 직전에 실버 싫어 동작 알려 달라니까 아무 말 없던 준우레미의 새침함도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준우레미가 안 가르쳐줘서 반샤이너가 혼자 열심히 생각해서 따라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오히려 분노를 사고야 말았던 것이다. 

 

근데 병준조이도 나중에 나타나선 준우레미의 발 구르기 동작을 따라해서 웃겼다. 반샤이너는 문샤이닝 파티에서 뱀파이어들에게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으랬는데, 병준조이는 추울 땐 움직이라며 발을 동동 굴러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준우레미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라 몸을 잘 쓸 것까진 예상했으나 노래까지 잘 할 줄은 미처 몰랐던지라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OST를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선곡하며 공연에 빠져들어 연뮤덕으로 지내다 뮤지컬 배우가 됐다는 사실 또한 언제 들어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탄탄한 성대로 다양한 음역대를 오가며 귀를 기울이게 해줘서 최고였다. 더불어 영원한 생명과 함께 아름다움을 간직한 준우레미의 눈가가 반짝여서 보는 내내 눈이 부셨더랬다. 

 

스페셜 커튼콜 준비가 한창일 때 무대 위를 바라보며 어떤 넘버를 보여줄지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제이콥이 나타나서 '생각이 났어'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른 동물친구들은 안 보였다. 결론적으로 이날의 븨에버 스콜은 '노래 중의 노래' 당첨! '생각이 났어' 다음에 이어지는 넘버라서 2022년 8월 25일 목요일에 봤던 공연과 연결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속에서 반프란 특유의 손수건 플러팅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던 준우레미의 손길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반프란이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을 칼에 베인 손으로 가져가는 걸 보자마자 자신이 해주겠다며 손을 내밀어 손수건을 받아 꼼꼼하게 묶어주는 준우레미의 모습이 따스했다. 뿐만 아니라 "왼팔을 베고 누워라"에서 반프란의 왼팔에 기대던 준우레미의 모습도 어여뻤다. 화관을 쓴 준우레미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반프란 역시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반프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준우레미의 모습도 잊지 못할 것이다. 환한 달빛 아래에 존재하는 달밤의 요정이 분명했다. 여기에 뱀파이어를 겸하는.

 

피냄새에 혼란스러워하는 준우레미를 위하여 상처난 왼손을 뒤로 감춘 채 오른쪽을 가슴에 얹고 진심으로 노래하던 반프란의 배려도 멋졌다. 공국의 왕자님과 숲 속의 요정이 맞닥뜨리게 해준 찰나가 탄성을 내뱉게 도왔다. 

 

달빛 아래서 이루어진 둘만의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며 숲을 나올 수 있어 행복했다. 애달픈 사랑을 나누던 프란체스와 레미로부터 비롯된 이들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잊지 말아야겠다.

 

내가 뮤지컬 <V 에버 애프터>를 좋아하는 마음도 븨에버 넘버인 '노래 중의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노래 중의 노래이며 사랑 중에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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