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작 미스터리의 힘

 

이케이도 준의 소설 <샤일록의 아이들>은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작 미스터리의 힘이 색다른 즐거움을 맞닥뜨리게 해준 작품이었다. 도쿄 외곽에 자리잡은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만나볼 수 있었던 10개의 단편에 녹아든 각양각색의 에피소드가 연관성 있는 스토리 전개로 이어지며 다양한 사건사고를 경험하게 해줘서 흥미로웠다. 

 

 

저마다의 가치관과 꿈을 품고 은행원으로 입사했으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직장생활로 말미암아 삶의 판도가 뒤바뀌게 된 인물들의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특히, 은행의 마감을 앞두고 사라진 100만엔의 행방을 추적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접하게 된 이야기가 스펙타클함을 극대화시키고도 남았다.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을 깊이 파헤치던 니시키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비극의 늪으로 안내하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월급의 반을 집안의 생활비에 보탬으로써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리가 100만엔을 가로챈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 애쓰던 대리 니시키의 실종을 맞닥뜨린 순간이 기억에 남았다. 이러한 이유로 <샤일록의 아이들> 속에 담긴 본격적인 서사는 3장 '미운 오리 새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앞서 고졸 출신으로 출세에 목마른 부지점장 후루카와와 소신 있는 부하직원 고야마의 갈등이 폭력을 불러 일으키며 몰고 온 파장을 확인하게 해준 1장 '톱니바퀴가 아니야',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하여 승진을 애타게 갈망하는 가장 도모노의 고군분투가 돋보이던 2장 '상심 가족'은 책의 발단에 불과했지만, 지금껏 알지 못했던 은행원들의 고뇌를 접하게 해줘 뜻깊었다. 뿐만 아니라 실적을 달성하고자 앞뒤 가리지 않고 부정부패에 가담하는 이들의 모습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작가가 은행원 출신이라고 하던데, 덕분에 한층 더 실감나는 작품이 탄생되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적당히 드라마틱한 설정에 리얼리티가 가미됨에 따라 눈을 뗄 수 없었던 소설이 바로 <샤일록의 아이들>이었다. 

 

 

반면에 신간인 줄 알았는데, 2007년에 국내에 발매됐던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을 원제 그대로 15년 만에 재출시한 것이라고 해서 이 점도 인상깊었다. 확실히 이번에 바뀐 책의 제목이 마음에 더 와닿았다. 덧붙여 나 같은 경우에는 작가의 소설로 입소문이 자자했던 <한자와 나오키>를 재밌게 읽은 후 <샤일록의 아이들>을 손에 쥐었는데, 이번 작품도 역시나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가독성 좋은 문장력이 돋보여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음으로써 10편의 단편 연작 미스터리는 마무리가 됐지만, 일말의 호기심을 남겨둔 결말을 선보였기에 후속편이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먼훗날에라도 남아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줄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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