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지친 삶에 위로를 건네는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의 특별한 시간
김지혜 장편소설 <책들의 부엌>은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됨에 따라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힐링 도서로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었다.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현실 속에서 책이 선사하는 치유의 마법을 경험하는 일이 가능해 기뻤다.
소설 <책들의 부엌> 줄거리는 소양리 북스 키친을 운영하는 이들과 그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어우러짐으로써 맞닥뜨리게 해준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판매함과 동시에 도서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북 카페와 책읽기는 물론이고 휴식을 취하며 쉬어갈 수 있는 숙소인 북 스테이를 결합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소양리 북스 키친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읽는 내내 직접 가보고픈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치열한 직장인으로 살아왔던 유진이 회사를 처분한 자금으로 한적한 시골 마을에 책방을 차리며 시작되는 이야기가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게 도왔다. 뿐만 아니라 소양리 북스 키친을 방문한 손님들이 유진을 통하여 본인의 상황에 걸맞는 책 한 권을 추천받음으로써 마음의 허기를 달래며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어 감명깊었다.
그중에서도 1장 '할머니와 밤하늘'에서 아이돌 가수 다이앤으로 활동 중인 다인이 오픈 준비 중인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옴으로써 만나볼 수 있었던 놀라운 연결고리가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유진이 매입한 터에 자리잡은 한옥의 주인이었던 할머니의 손녀가 바로 다인이었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행복했던 지난 날을 곱씹으며 연예인 다이앤과 진짜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던 다인이 첫 손님으로 따뜻한 하루를 선물받고 돌아가는 하루를 확인하게 돼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와 함께 4장으로 만나 본 '한여름 밤의 꿈'은 10년 만에 재회한 친구 지훈과 마리의 이야기가 중심이 됨으로써 마음 한 켠에 애틋함을 자아내고도 남았다. 어릴 때부터 불안정한 날들을 버텨옴에 따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거짓된 삶을 살아가게 된 마리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그런 마리를 곁에서 지켜주고픈 지훈의 마음은 뭉클함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그 속에서 지훈이 북 카페 세미나실에서의 낭독을 기회삼아 마리에게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담긴 이야기를 통하여 하고픈 말을 대신 전하던 한때가 감동을 자아냈다.
소설 <책들의 부엌> 안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일깨워준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심금을 울렸고,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은 손님만을 위한 맞춤 도서를 추천하던 유진의 모습도 강렬한 여운을 선사했다. 특히, 다인에게 선물한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은 유진이 소양리에서 북스 키친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다를 바 없어서 뇌리에 콕 박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를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 찰나도 멋졌다. 유진을 포함한 가게의 직원들과 쉼을 위해 이곳으로 발을 내딛은 손님들이 맞닥뜨리게 해준 한때가 여러모로 뜻깊었다.
지친 삶에 위로를 건네는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의 특별한 시간을 만나보게 해준 소설 <책들의 부엌>이 힐링 도서로 제 역할을 해내서 읽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작품에 등장했던 도서 중에서 읽고 싶어진 책을 메모하며 독서를 마무리할 수 있어 이 역시도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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