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딸4, 경찰 가문과 도둑 일가 사이에서 태어난 미쿠모 안의 각성
최근에 출간된 요코제키 다이의 따끈따끈한 미스터리 소설 <루팡의 딸4>를 읽으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1, 2, 3권에 이어 4권에서도 역시나 주인공으로 나선 등장인물이 남다른 존재감을 선사해서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루팡의 딸 미쿠모 하나코와 경찰의 아들 사쿠라바 카즈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미쿠모 안의 이야기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소설 <루팡의 딸4>는 전편인 3권에서 3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으로부터 비롯되는 스토리 전개가 눈여겨 볼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하나코와 카즈마의 딸 미쿠모 안을 중심으로 경찰 가문과 도둑 일가, 여기에 더해 홈즈의 딸인 호죠 미쿠모가 주축이 되어 맞닥뜨릴 수 있었던 사건사고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대로 경찰 일을 해 온 아버지 가문과 달리, 정체를 알 수 없어 호기심을 자아냈던 어머니 일가가 도둑 가문인 L의 일족임을 눈치채게 되면서 이에 따른 고뇌를 통하여 성장해 나가는 안의 모습이 강렬한 여운을 전했다. 그 속에서 강한 승부욕과 탁월한 운동신경을 마주하게 해준 안의 일상 또한 들여다 보는 일이 가능해 기억에 남았음은 물론이다. 학교생활과 돌봄교실 속 교우관계 및 친가와 외가에서 사랑을 듬뿍받는 아이의 눈부신 한때가 입가에 미소를 짓도록 도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딸이 유독 루팡 가문의 피를 더 진하게 물려받은 것 같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던 하나코와 카즈마의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갔고, 친구들과 즐기는 경찰과 도둑 놀이에 푹 빠진 안의 모습도 눈에 쏙 들어왔다. 이 와중에 안의 운동회에 참여한 미쿠모 가문과 사쿠라바 가문의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여태껏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캐릭터의 정체가 드러남에 따라 맞닥뜨리게 된 반전의 묘미가 스펙타클함을 안겨주었음을 밝힌다.
반면 탐정의 딸로 경찰청 수사 1과 형사에 소속돼 날카로운 추리력을 확인하게 해주었던 호죠 미쿠모는 하나코의 오빠이자 루팡의 아들인 미쿠모 와타루와 사랑에 빠져 행복했던 시간에 마침표를 찍고 난 뒤, 계속되는 이별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수사 능력을 상실한 채 경찰서로 좌천되어 고구마 소주 지식을 한없이 쌓아가는 처지에 놓이고야 만다. 그 사이에 미쿠모와 환상적인 콤비플레이를 선보였던 카즈마는 부반장으로 승진하여 새로이 취임한 반장 키바 미야코를 도와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가기 바쁘다.
앞서 언급한 줄거리로 인해 소설 <루팡의 딸>이 발매될 때마다 맹활약을 펼치며 시선을 사로잡았던 미쿠모와 카즈마의 찰떡 호흡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는 건가 싶어 아쉬웠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합동 수사의 기회가 생겨나며 둘만의 돈독한 콤비 케미를 다시금 맞닥뜨리는 일이 어렵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게다가 두 사람이 파헤쳐야만 했던 사건에 탐정 가문과 도둑 가문이 얽혀있음을 깨닫게 된 순간, 감춰져 있던 어마어마한 진실의 내막이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해서 짜릿함이 제대로였다.
벌써 4권째 만나 본 <루팡의 딸>은 작품 특유의 경쾌함에 묵직함을 곁들인 상태에서 기존의 세계관을 한층 더 확장시키며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매력을 확실하게 일깨워줘서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소설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사건의 무게감은 실로 엄청났고, 호죠 미쿠모와 미쿠모 와타루가 헤어진 이유는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에피소드였던지라 이로 인한 밸런스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두 가지 에피소드가 결말에 다다라 접하게 해주었던 진상 역시도 그래서 더욱 수긍이 갔다.
무엇보다도 호죠 미쿠모가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흡족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의 타이틀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루팡의 딸 미쿠모 하나코의 숨겨진 능력이 미쿠모 안의 눈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만들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
결론적으로 소설 <루팡의 딸4>는 경찰 가문과 도둑 일가 사이에서 태어난 딸 미쿠모 안과 홈즈의 딸 호죠 미쿠모의 각성이 돋보임으로써 색다른 개성을 뽐낸 책이었음을 언급하고 넘어간다. 특히 미쿠모 안은 루팡의 손녀로, 결국에는 루팡의 딸을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어서 이 부분도 기대가 됐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저 책표지에 언급된 4권의 부제 '루팡의 샛별'이 암시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여 마지막으로, <루팡의 딸5>를 기다리며 오늘의 도서 리뷰를 마친다. 5권도 하루 빨리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 첫장을 넘기고 나면 그때부터 술술 읽히는 책이라 함께 하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문화인의 하루 > 책 읽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쁜 토끼, 프리랜서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불운한 사건일지 (0) | 2022.06.03 |
---|---|
도서관 런웨이, 안심결혼보험에 얽힌 사랑과 증오의 실타래 (0) | 2022.06.01 |
[은모든 소설] 안락 :: 원하는 순간에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대하여 (0) | 2022.05.18 |
대불호텔의 유령, 결국에는 사랑으로 귀결되는 이야기 (0) | 2022.05.09 |
도서실에 있어요, 사서가 건넨 책과 부록이 선사하는 따뜻한 기적의 힘 (0) | 2022.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