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슈츠 :: 짜릿하고도 깔끔했던 두 남자의 완벽한 법정 플레이
드라마 <슈츠>는 동명의 미드를 리메이크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면서 재미와 시청률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짜릿함을 경험하게 해준 두 남자의 완벽한 법정 플레이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결말을 이끌어 냄으로써 마직막회에 다다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에 안착하며 종영하는 기염을 토했다.
창작물이 아닌 리메이크물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면서도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해 재탄생시켰기에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지켜볼 수 있었다.
리메이크물이 만족스러움을 전해주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지 않으므로.
장동건은 대한민국 최고 로펌, 법무법인 강&함의 수석 변호사이자 전설로 불리는 인물 최강석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라서 기대가 컸는데, 캐릭터에 걸맞는 존재감으로 작품을 리드해 나가며 무게감과 더불어 은근한 위트까지 선사해줘서 재밌게 시청할 수 있었다.
과거 검사 시절의 아픔을 딛고 최고의 변호사로 거듭나며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어 나가기까지의 과정이 드러남에 따라 보여지던 최변의 모습이 정당성을 부여해 감탄을 자아냈다. 완벽한 수트핏과 더불어 시계를 손에 착용하거나 자동차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화보가 완성돼서 이 점 역시도 인상깊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뿜어져 나오는 중후함은 주름마저도 배우만의 디테일로 승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16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충혈된 두 눈에 분노가 가득 흘러 넘치며 감정의 극대화를 표출하던 동공 연기는 특히나 압권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아무래도 외모적인 부분이 그를 돋보이게 했다면, 이제는 확실히 배우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는 점에서 장동건의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그리고 여전히, 멋있기도 합니다만'ㅁ'
박형식은 가짜 변호사 고연우로 분했다. 법무법인 강&함의 신입 변호사이자 최강석의 어쏘시에잇으로 어린 시절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일생일대 위기의 순간에 찾아 온 운명은 그를 예상치 못한 길로 향하게 만들었고, 어떻게 보면 진짜 변호사보다 더 진심으로 사건을 마주함으로써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며 본격적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부모님을 잃은 그에게는 할머니가 전부였고, 법전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 가능한 능력은 타고났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해 암울한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헤매던 때에 만난 최강석은 구원이 아닐 수 없었다. 시작은 그러했으나 천재적인 기억력과 따뜻한 마음씨, 자신만의 소신으로 그렇게 원하던 변호사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캐릭터 설정상 고연우가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순간이 꽤 많았는데 극 초반에 법전의 내용을 입에서 술술 풀어내는 장면은 사실 조금,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발음이 귀에 잘 안 꽂혀서 걱정스러움이 앞섰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캐릭터와 같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걱정은 기우였던 걸로. 만족스러운 투톱 주연극이 완성되어 기뻤다.
최변에게는 사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고변에게는 한번 본 것을 이해하는 순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이 각자의 무기이자 장점이 되어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자랑했다. 연우가 강석의 어쏘를 뽑는 면접장에서 카이로스를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 둘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던 거다.
카이로스는 칼과 저울을 지닌 기회의 신이다. 기회라고 생각될 때 잘 저울질해서 단칼에 결정하란 뜻이라며, 그것을 알아 본 연우 못지 않게 그를 선뜻 어쏘로 뽑은 강석 역시 예사로운 인물은 아니었다. 사람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둘은 서로를 위한 완벽한 동료이자 조력자였다.
드라마 <슈츠>는 고연우, 최강석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맡아 해결해 나감으로써 성장하는 시간을 담아냈다.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던 강석은 곁에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꾀했으며, 온정과 공감능력을 뒤로 한 연우가 판을 뒤집기 위해 비밀을 철저하게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페이스대로 전략적인 성공을 이끌어냈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정말로 어마어마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 남자의 법정 플레이를 지켜보게 되면서 법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으나 법정 드라마를 보는 시간 만큼은 오로지 드라마 <슈츠>에만 몰입하며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고자 노력하게 돼 놀라웠다.
최강석, 고연우 외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강&함 대표 강하연(진희경), 최변의 믿음직한 비서 홍다함(채정안), 강&함 법률보조 사무주임_패러리걸로 연우와 깊은 감정과 꿈을 나눈 김지나(고성희), 강&함의 2인자로 열등감을 폭발시키던 채근식(최귀화)의 열연도 최고였다.
특별출연을 통해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비와이, 라이벌로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나던 데이빗 킴(손석구), 끊임없이 강&함을 위험에 빠뜨리던 함기택(김영호)의 등장도 극도의 긴장과 전율을 더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합리적인 추론과 명백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진짜 변호사의 자격이다. 아주 나쁜 놈들은 어지간해서 잡을 수 없고, 악마를 삼키려면 뿔까지 목구멍으로 넘겨야 한다. 시도를 안 한 채로 후회하느니 해라, 나중에 부서져야 한다면 그때 가서 찬란하게 부서면 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명대사들도 줄줄이 이어져 머리 뿐만 아니라 가슴을 울리기에도 충분했다.
더불어 모든 회차의 부제가 명문장과 같았기에 이 또한 기억에 남게 될 듯 하다.
suits #14
"비밀을 지키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이와 함께 드라마 <슈츠> 14회는 그야말로 역대급 엔딩을 보여주며 인상깊은 결말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함기택 대표의 복귀 후 비서 홍다함의 해고와 더불어 벼랑 끝에 다다른 강하연 대표를 포함, 가장 큰 위기에 내몰린 최강석이 모의법정 결과에 따라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당할 처지에 이르게 됐을 때 고연우가 선보인 해결책은 앞서 언급한 이들은 물론이고 김지나에게까지도 비밀로 부쳐짐으로써 15회에서 놀라운 반전을 불러 일으켰기에 멋졌다.
이로 인하여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은 강렬한 자극과 통쾌함이 온 몸을 파고들었으니,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다. 완벽한 비밀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지금 우리가 보아 온 끔찍한 일들,
또 앞으로 일어날 더욱 전율할 만한 사건들의 원인은
이 세상에 반항적이고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순종적이고 온순한 사람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에 있다."
- 제대로 할 자신 없으면 저 따라하지 마세요.
"미쳤냐?"
- 헤헤.
마지막회는 드라마 <슈츠>의 모든 것을 집약시킨 최고의 회차였다. 연우의 정체는 결국 탄로가 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 위해 2년 형을 선고 받아 복역하게 된다. 강석은 그곳을 찾아가 위험한 제안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왜 나를 선택했냐는 연우의 질문에 책의 구절을 인용해 답을 하며 화기애애함을 자아냈는데, 서로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대화를 이어가던 모습이 정말 좋았다.
"그러니까 결론은 제가 변호사님과 달라서가 아니라 비슷해서였다."
-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결론은요?"
- 내가 사람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됐다?
"변호사님 말고, 나 잘했냐고요."
강석이 연우를 한눈에 알아본 것은 같은 부류의 인간임을 직감했기 때문에. 너무 달라서 끌리기도 하지만 사람이란 결국, 자신과 동질감을 지닌 존재를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음을 알려준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전설적인 변호사가 될 가능성을 지닌 연우를 읽어낸 거겠지. 드라마 속에서 강석의 말투를 따라하던 연우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 역시 같은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이와중에 칭찬을 바라던 연우는 귀여웠고, 애써 자화자찬하던 강석에게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승부를 위해 단 한 장의 카드를 선택......"
- 이런 것 좀 하지 마요. 사람들이 싫어한다니까요.
"누가? 누가 싫어해? 전부 다 싫어하는 건 아냐.
그리고, 이미 볼 거 다 봤는데 이제 와서 무슨?
골라봐.
이중에 뭐가 되고 싶어?"
- 싫어요. 다른 사람 손에 쥐어진 카드로 살아 뭐해요.
내가 카드를 손에 쥐고 판을 흔드는 사람이 되어야지.
"넌 나 아니야.
넌 나 절대 못 따라와."
- 갑자기요?
똑같아도, 너~무 똑같다. 싫은 내색을 감추지 않은 얼굴로 겨우 대답하고는 토스트를 배어물던 연우와 당황스러운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던 강석. 드라마는 끝나 가는데 둘의 콤비 플레이가 다시 보고 싶어져 안타까웠다. 그리고 슬펐다, 흑흑.
이래도 저래도 내 사람이라고 출소하는 날 연우를 픽업하러 온 강석은 츤데레 그 자체였다. 그리고, 연우가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와중에 오른손으로 브이 포즈를 취하는 게 눈에 들어와 이 또한 재밌었다. 이거, 노린 건가? 아니면 어쩌다 보니? 어쨌거나 저쨌거나 자동차에 자리잡고 앉아 새로운 길로 나설 준비를 하는 둘의 모습도 훈훈했다.
이와 더불어 두 남자의 활약을 돋보이게 해준 메인테마곡 브로맨스의 ‘now’도 좋았음을 기록해 놓을여 한다. '난 너와 다르지 않아/ 넌 나를 모르겠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아/ 그렇게 가두지 마'라는 가사와 제목을 잊지 말라는 듯이 반복되던 'now now now'의 연달은 포효가 기억에 남았다.
"삶은 당신에게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건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다."
두 사람이 한 문장씩 나누어 내레이션을 읊던 순간도 역시나 명장면으로 꼽을만 했다. 위의 두 문장은 드라마 <슈츠>의 부제이기도 했는데, 기억하는가? 강석의 내레이션은 16회, 연우의 내레이션은 1회의 부제로 깊은 의미를 전했다.
우리 삶의 모든 상황들은 결코 우연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정되고 목적지로 향하게 되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매력적인 결말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만남은 물론이고 내가 이 작품을 시청했던 것 역시도 마찬가지였음을.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의 명장면은 바로 이 순간. 단 한번, 두 남자의 주먹이 마주침으로써 빚어진 미소와 정의 구현의 길이 눈 앞을 환히 비춰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눈부셨던 찰나였다.
매력적인 법정 드라마의 완벽한 결말이 깔끔한 뒷맛을 선물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아쉬움 없이 잘 보내주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시즌2를 기대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앞으로도 사건은 끊임없이 이어질 테고 그것을 해결해 줄 변호사는 필요한 게 인지상성 아니겠냐며.
이제는 가짜가 아닌 진짜 변호사 고연우와 자신이 그렸던 큰 그림을 완성시킴으로써 단순히 강한 것만을 내세우지 않고 의뢰인을 위한 마음까지 포착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켜 나갈 최&강 대표, 최강석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강&함에서 최&강으로, 언젠가는 최&고가 될 그날을 기다리면서. 캐릭터와 법무법인 이름의 매치가 이렇게나 조화로운 것은 훗날을 기약하기 위한 제작진의 빅 픽처였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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