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 그날의 바람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
모든 것은 그날 불어 온 바람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건물 붕괴사고의 생존자이자 유가족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문수와 강두의 삶은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게 되면서 상처를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자 아픔으로 남겠지만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이가 존재함으로써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이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잔잔한 삶의 흐름 속에 현실의 비극을 녹여내 과거를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게 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감성멜로의 매력에 충실한 영상미와 명대사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OST가 연이어 공개되며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우들의 열연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이나 남녀 주인공으로 활약한 신예들의 가능성 역시도 충분히 주목할만 했다.
문수는 과거의 사고로 동생을 잃고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간다. 여기에 부모의 별거까지 합쳐져 가슴 깊은 곳의 어두운 감정은 점점 커져만 가고, 꿋꿋하게 버텨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건축모형제작자로 쇼핑몰이 붕괴된 자리에 건설될 바이오타운의 일을 돕다 추모공원 설계를 맡게 되는데, 이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성장하는데 무게를 실어주었다는 점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여주인공 하문수 역으로 모습을 보인 원진아는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신인이다. 안정적인 연기와 함께 저음과 고음이 공존하는 목소리가 강점으로 여겨졌는데, 내레이션을 할 때와 대사를 칠 때의 톤이 달라 이로 인한 온도차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사고 이후로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강두는 뒷골목 인생을 선택해 공사장을 전전하다 쇼핑몰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부수고, 의도치 않게 추모비 재건립을 넘어선 추모공원 건설에 문수와 함께 투입된다. 그리하여 맞닥뜨린 진실과 그의 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지금까지의 불행을 딛고 일어나 있는 힘껏 행복하기 위한 길을 걷도록 도왔다.
이강두 역의 이준호는 이제 더 이상 2PM이라는 아이돌의 멤버가 아닌, 완벽한 연기자의 옷을 입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멀어지려 애쓰며 거친 겉모습 뒤에 속깊은 내면을 감추고, 슬픔으로 가득한 청춘의 모습만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안타까웠다. 드라마의 남주로 손색없는 명연기가 툭툭 내뱉는 대사로 표출되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강두의 대사 속에 마음을 울리는 얘기가 특히나 많았는데, 미치지 않고 이 미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던 한탄과 문수를 향해 귀여우느라 수고가 많다던 달콤한 말은 반전미를 뽐내는데도 충분히 한몫을 해냈다고 생각된다.
약장수 할머니로 분한 나문희와의 세대를 뛰어넘는 케미가 좋았고, 그가 머무는 여인숙 주인의 아들인 상만과의 콤비 조합도 재미를 선사했다. 무협지의 광팬으로 중국어에 능통한 상만의 재능 또한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준호가 직접 부른 OST 얘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어떤 말이 필요하니'는 간절함이 엿보이는 호소력 짙은 보이스와 애달픈 멜로디가 드라마와 잘 맞아 떨어져서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됐다.
강두와 문수의 러브 라인이 중심이지만, 단순하게 로맨스만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리게 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건네받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뜻깊은 메시지가 존재해 한참을 곱씹어 보게 했다. 추모비가 추모공원으로 변화하면서 인물들 역시도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생각으로 사건을 되새기게 됐는데 이로 인해 분위기가 전환되던 시기 역시 시선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사연에서 애처로움이 묻어났기에,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었다. 원치 않는 결혼과 어긋난 욕망으로 잘못된 발걸음을 옮기던 유택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두와 주원이 문수를 놓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치열한 경쟁보다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 나가며 인정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고, 주원을 돕기 위해 강두와 유진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던 찰나 또한 미소를 짓게 도왔다. 그사이 공식 엘사로 명명된 주원이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할 수 있게 된 뒤에서야 웃음을 되찾았던 장면, 연애상담 때마다 조목조목 옳은 소리만 늘어놔서 문수를 향한 부러움과 친구라는 뿌듯함을 유진에게 전해주던 강두 또한 눈부셨다.
사랑 자체가 우리 인생의 일부분이기에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모든 시간들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평온했던 삶을 순식간에 바꿔버린 바람이 그들 사이로 불어왔던 것 역시 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여전히 아프지만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그들이 눈에 선해서 마지막회와 함께 그들을 보내주는 것이 서운하지 않았다. 시청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웰메이드 드라마의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마니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을 이유가 충분했던 작품이었던 것도 사실. 그래서 가끔씩은, 머리 속에 떠오를 때마다 작품이 전하는 바람의 기운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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