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여행 드라마] 더 패키지 :: 8박 10일 프랑스 패키지 환상투어의 매력

JTBC 드라마 <더 패키지>는 8박 10일 동안 펼쳐진 프랑스 패키지 투어를 통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마주하게 된 현재는 물론이고, 떠나오기 전의 시간과 앞으로 달라질 미래까지 가늠하게 하며 미소 짓도록 해준 따뜻한 감동의 여행 드라마였다. 이와 함께, 총 12회로 사전제작되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결말이 눈 앞에 다가와 시원섭섭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8박 10일 환장투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보는 내내 환상투어에 더 가까운 순간들을 맞닥뜨릴 수 있어 흥미로웠다. 아직 프랑스에는 발을 디뎌본 적이 없기에, 이 나라에 대한 환상을 가득 품게 해준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이들이 걸음해 온 여행지 중에서 가장 마음을 끌었던 곳은 오베르였다. 세계적인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곁에서 영원히 형의 편으로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테오 반 고흐의 묘지가 나란히 위치해 있어 형제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삶 속에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되새기게 해주는 곳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언젠가 프랑스에 간다면 꼭 방문해 보기로 결심한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 <더 패키지>에는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로맨스였다.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인연이 새로운 운명으로 다가옴에 따라 경험하게 되는 로맨스는 여행자들이 꿈꾸는 로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니까. 패키지 투어의 가이드를 맡은 윤소소와 홀로 패키지 여행을 떠나 온 산마루의 조우는 그런 의미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떠나 온 프랑스에 혼자 남겨져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단조로운 생을 이어가던 소소에게 사고뭉치 마루는 피곤한 손님이자 예정된 스케줄이 마무리되면 다시 보지 않아도 될 여행객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회사의 만행을 알아차린 신입사원 산마루는 엄청난 금액이 걸린 회사와의 소송으로 인해 믿었던 여자친구인 직장상사 오예비와의 연애마저 끝을 보임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조금 다르지만 같은 처지의 두 남녀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여행지에서의 낭만에 몸을 맡기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 <더 패키지>는 프랑스 여행을 통해 그곳의 역사와 더불어 사람들의 생활 패턴 및 다양한 삶의 방식에까지 침투하며 흥미를 자아냈다. 특히 마루가 오해했던 소소의 친구 두 남자가 연인 관계였음이 밝혀지고, 남성보다 더 적극적인 여성의 사랑을 향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된 에피소드는 대한민국에선 아직 충격적일지는 몰라도 프랑스에서는 아니었다. 


문제적 패키저로 자리잡게 된 산마루는 칠갑산이라는 제목을 지닌 노래 속 '칠갑산 산마루에~'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클래식함이 돋보이는 이름을 가졌으나 여행지 곳곳에서의 활약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은 이미 휴가를 내기 전 회사를 뒤집은 일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의 상황은 옳은 일이니 그렇다 치고, 프랑스에서 문화재를 직접 착용해 보는 건 조금 도를 넘었다 싶긴 했다. 드라마에서는 경고의 메시지와 더불어 둘의 운명을 위한 복선으로 넣은 것 뿐이니 절대로 따라하지 말 것. 


하지만 성격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일과 사랑을 구분지을 줄 알며 사람들 사이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눈을 사로잡으며 산마루의 이름을 각인시키고도 남았다. 굉장히 엉뚤발랄한 모습도 마찬가지였는데, 소소 가이드의 표정과 몸짓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집합하실게요~"라고 말하던 장면은 나름의 베스트 장면으로 손꼽을만 했다. 







프랑스 패키지 투어를 함께 한 네 쌍 남녀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는데, 이로 인해 맞닥뜨린 사연 역시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마음을 울렸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며 죽음을 준비하는 복자와 그녀의 병을 알면서도 말할 수 없어 애절함을 더했던 갑수 부부, 젊은 시절에 아내를 잃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연성과 반항기 넘치면서도 아버지의 행복을 그 누구보다 바라며 꿈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으려 노력중인 나현 부녀, 7년의 연애기간 동안 잘 만나왔지만 불안한 미래와 스스로를 확신할 수 없어 방황하던 소란과 모든 것을 사업 성공 이후로 미뤄둬 답답함과 안쓰러움을 자아냈던 경재 커플. 


그리고, 운명을 앞에 두고 남은 시간 동안 사랑을 약속하며 풋풋함을 선보인, 이제 막 시작된 연인들인 소소와 마루까지. 그 어느 누구의 이야기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매회마다 달라지는 주인공으로 인해 내레이션을 읊는 배우 역시 그것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이로 인해 주인공의 심정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음과 동시에 그들 모두의 삶을 대변하는 명대사와 명문장을 확인할 수 있어 이 또한 심금을 울렸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프랑스 패키지 투어를 통해 만나기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를 돋구었다. 다단계 회사에서 같이 설명을 들었던 복자, 소란, 경재의 모습이 그랬고 마루와 연성의 회사가 갑과 을로 맺어져 심상치 않은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복자와 갑수가 운영하는 음식점에는 마루의 회사 직원들이 등산을 마치고 회식을 위해 들렀던 장소였다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더 나아가 오예비가 갑수와 복자의 딸이 아닐까 라고 예측하기도 했는데, 정답은 아니었기에 조금 아까웠다. 갑수가 오씨 성을 가졌던 것은 이러한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작가의 전략으로 보여졌는데 그래서 더 흥미롭긴 했다. 하지만 그랬더라면, 갑수가 마루에게 약에 대해 물어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여러가지 연결고리가 얽히고 설켜 있음으로 인해 조금 더 빛나는 해피엔딩을 기대했지만, 역시나 사람 사는 이야기가 전해주는 잔잔함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욱여넣는 대신에 적절한 희망과 삶의 또다른 반전을 꿈꿔볼 수 있게 하며 마무리가 됐다. 나 또한 이야기를 더 깊이 파헤치며 나름의 추리를 이어나갔는데 거기까지 만나볼 수 없었지만, 그것을 막지 않았기에 보다 긍정적으로 결말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파리의 에뚜알 개선문 앞에는 세계1차대전에서 조국을 위해 삶을 바쳤던 무명 용사의 묘와 함께 꺼지지 않는 불이 존재한다고 한다. 역사를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의미있어 보였던 순간으로 이 점은 드라마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찰나에서 뜻깊은 여운을 남겼다.


역사는 잊혀져야 하는 것이 아닌,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가야 하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케 해주었다.





다채로운 남녀 간의 사랑에 덧붙여, 이 드라마 속에서 전하는 여행의 의미 또한 이야기하지 넘어갈 수는 없을 듯 하다. 소소는 함께 한 여행자들과의 마지막에 다다라 이런 말을 남긴다. 여행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며, 내가 행복해진 만큼 세상이 행복해진다고.



어떤 이유로 떠나오게 됐든, 여행을 통해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아무리 짧은 기간 동안이라고 해도 트러블이 없을 수 없지만 그로 인해서도 서로를 더 많이 알고 배워나갈 수 있다면 여행은 괜히 떠나온 것이 아닌게 되는 거다. 충돌하는 과정을 거쳐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면, 여행은 살아가는 동안에도 큰 선물이 되어줄 것이므로. 


한동안 여행을 떠나지 않아 잊고 살아왔던 그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다. 






아직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어 마루와의 운명을 조금 더 시험해 보고 싶은 소소. 그 마음을 알아차린 마루의 결정과 둘의 헤어짐은 서로를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한때가 아니었나 싶다. 동생 수수의 추적으로 인해 밝혀진 소소의 인생 역시,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갑수와 복자의 음식점에서 다음에는 소소와 마루까지 모두가 함께 모여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보는 내내 힐링하며 여행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에 푹 빠져들게 해줘 너무나도 행복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부 훌륭했던지라 끝나곤 난 지금도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작품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올로케라는 점도 시청자 입장에서 부럽기는 마찬가지! 





여행사 최고의 가이드 윤소소가 안내했던 8박 10일의 프랑스 환상투어는 정말이지 최고였다. 나 역시도 그녀에게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소소 특유의 가이드 포즈도 참 귀여웠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도 정말 많았지만 그래서 더 여행의 묘미가 살아났기에 가끔씩 생각날 듯 하다.


온기가 철철 넘쳤던 여행 드라마 <더 패키지>. 감춰두었던 여행자들의 속마음과 함께 아름다운 프랑스를 만끽하고 싶다면 봐야 할 작품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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